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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 설계 강화③]"지진 액상화, '땅속 3D 지질도'로 해결 가능"

등록 2017.11.23 15: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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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역에서 규모 5.5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포항 시내 건물 외벽이 무너져 있다. 2017.11.15. (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역에서 규모 5.5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포항 시내 건물 외벽이 무너져 있다. 2017.11.15. (사진=독자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지난 15일 포항 지진으로 '액상화 현상'이 다수 발견되면서 건물 기초공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반이 물을 머금고 순두부처럼 물렁물렁해지는 액상화 현상이 발생하면 내진 설계도 무의미해질 수 있어 전문가들은 기초공사를 잘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부가 땅속 '3차원(3D) 지질도'를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공개한다면 이러한 액상화 문제를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23일 "땅속에 대한 3차원적인 지질도가 필요하다"며 "흙이 얼마나 두꺼운지, 지하수나 암석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를 갖고 3D로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통상 강진으로 지진파가 지나가면 지하의 물과 모래 등 연약지반이 엄청난 압력을 받고 땅속에서 솟구쳐 오른다. 배출된 물은 흙과 섞여 반죽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단단했던 땅 위로 물과 물렁물렁한 흙이 쌓이면서 지반의 경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내진설계가 잘 된 튼튼한 건물이라도 통째로 쓰러지거나 금이 갈 수 있다. 1964년 일본 니카타에서는 규모 7.5 지진이 발생해 아파트가 쓰러지거나 땅속 구조물이 솟아올랐다.

 이 교수는 땅속 '3차원(3D) 지질도'를 만들어 기초 공사할 때 반영하면 액상화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지자체가 대도시에서 건축물 공사 인허가를 내줄 때 주민들에게 이런 자료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은 땅속 지질도를 대도시마다 만들어 건축물 공사 인허가 시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역에서 규모 5.5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포항 시내 건물 외벽이 떨어져 있다. 2017.11.15. (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역에서 규모 5.5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포항 시내 건물 외벽이 떨어져 있다. 2017.11.15. (사진=독자 제공)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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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교수는 조사를 새롭게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파트나 교량을 건설할 때 시추 지질 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 수십년간 쌓인 이 자료를 다 모아 3차원 지도를 만들면 포항의 어느 지역이 흙이 두껍고 지하수 위치는 어디인지 알수 있다. 일반인들도 아파트 기초공사를 할 때 반영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반면 현재 국토부는 땅에 관을 박고 시추 조사를 통해 토지층을 파악하는 '건설 시추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시추 정보를 추가로 입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추정보는 발주처를 공공인 것만 입력하다가 올해부터 민간 데이터도 입력하도록 했다"며 "보고서를 DB화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민간 것은 사실상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만공 이상 정보 입력을 해야 하는데 최소 100억원이 든다"며 "지진 관련 예산이 아닌 정보화 예산으로 분류돼 있는데 작년보다 예산이 깎여 민간 정보가 반영이 안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항=뉴시스】우종록 기자 =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원룸의 기둥이 지진의 영향을 받아 심하게 파손되어 있다. 2017.11.16.  wjr@newsis.com

【포항=뉴시스】우종록 기자 =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원룸의 기둥이 지진의 영향을 받아 심하게 파손되어 있다. 2017.11.16. [email protected]

실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23만8025공의 시추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공공이 발주한 정보만 대다수이며 민간에서 발주한 정보는 약 1만공 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시추 정보를 3D로 만든 지도는 국토부가 서울시를 시범대상으로 지정해 추진하고 있는 '지하공간 3D 통합지도'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공공 시설물이 설치된 곳만 지도가 구축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지도는 지질도라기 보다 지하철, 지하차도, 지하보도, 지하주차장, 지반시설 등 지하 구조물에 대한 지도다.

 이 교수는 "서울시에서 석촌호수 인근 지역 등 싱크홀이 생겼을 때 서울 전역의 1만 여개의 시추 자료를 분석해 1998년에 만든 3차원 서울 땅속 토목지질도(Engineering Geological Map) 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면서 "대도시마다 그런 자료가 있어야 어디가 액상화돼 있는지 싱크홀을 예측하고 공사하는 사람한테 제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싱크홀이나 액상화는 흙이 두껍고 지하수가 지표면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이미 널리 알려진 지질 재해인데, 그 양상만 다를 뿐이다"고 덧붙였다.

【포항=뉴시스】추상철 기자 = 지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의 LH 임대아파트 이주가 시작된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장량 휴먼시아 1단지 아파트에서 이사업체 관계자가 사다리차를 이용해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2017.11.22.  scchoo@newsis.com

【포항=뉴시스】추상철 기자 = 지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의 LH 임대아파트 이주가 시작된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장량 휴먼시아 1단지 아파트에서 이사업체 관계자가 사다리차를 이용해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2017.11.22. [email protected]

이 교수는 지반이 약한 것은 오히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토목 공사 기초를 나쁜 지반에 맞는 공법으로 바꿔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상화는 현상이 위험한게 아니라 기초공사를 해당 지역 지질에 맞게 잘 하면 된다"며 "아파트가 기운 건 액상화 보다는 지질 조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추 조사를 좀 더 촘촘하게 해서 강관 파일 길이를 불규칙한 암반 깊이에 맞도록 설계해야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번 포항 지진의 경우도 일부 파일이 충분히 지지를 못해서 아파트가 기울어진 것 같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건물 시추 조사를 한 두 곳만 하는데 포항과 같이 흙이 깊은 곳이라면 단단한 암반까지 '강관파일'이 닿도록 파일기초 방식으로 기초 설계했을 것"이라며 "한 두 곳의 자료만 가지고 파일 길이를 획일적으로 설계하면 복잡한 지질에서는 불규칙한 단단한 암반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일부 강관은 흙속에 붕뜨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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