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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태풍 온다]재계 "친노동 정책, 기업에 이중부담…채용 줄일 것"

등록 2017.11.26 0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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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한 홍영표 위원장이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2017.11.2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한 홍영표 위원장이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2017.11.23.  [email protected]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 기업 경영 환경 부담 가중
경제단체, 재계 우려 목소리 국회 등에 적극 전달 움직임
"위기에 내몰린 재계의 절박한 상황 드러난 것"

【서울=뉴시스】김승모 기자 = "일자리를 늘리라는 사회적 요구와 분위기가 있지만, 친노동 정책은 기업 경영 환경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모든 것을 기업에만 떠넘기는 것 아닌가?"
 
 재계 안팎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최근 노동 관련 이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기업 환경을 개선할 규제 완화 정책 등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현실은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걱정에서다.

 재계는 지난 8월 31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을 비롯, 기업 환경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노동 정책 이슈가 이어지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의 질과 양을 높여야 하는 점은 맞지만,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세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은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는데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제 영향을 받으면 오히려 채용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업은 추가 신규 채용에 대한 부담도 져야 한다. 결국 이중부담 상황에서 기업으로서는 채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예로 들면 대기업은 상당부분 최저임금 수준을 넘어선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협력업체나 중견업체는 사정이 다르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을 올려야 할 가능성이 큰데 그것을 버티면서 경영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24시간 생산라인이 가동하는 분야에서는 더욱 파급력이 크다"며 "경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3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논의했다.

 이날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3당 간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잠정합의안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되 휴일근로 8시간 초과노동에 대해서는 100%(2배), 8시간 이내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50%(1.5배)만 할증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박용만(왼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해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 책자를 전달하고 있다. 2017.11.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박용만(왼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해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 책자를 전달하고 있다. 2017.11.23. [email protected]

시행시기에 대해서는 ▲공공기관과 300인이상 기업은 내년 7월1일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2020년 1월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잠정합의안은 실제 논의과정에서 각 당 소위 위원들이 의견 차이를 보이며 합의를 이르지 못했고 오는 28일 다시 소위를 열기로 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휴일근로 8시간 초과노동에 대해 중복할증(100%)을 하는 것은 임금 부담으로 이어져 중소기업을 중심을 한 기업 경영 환경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사항도 25%"라며 "50%인 현재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중복할증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제에 대해서는 "지난 7월 16.4% 인상한 부분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한 것이니 존중하지만, 최저임금제의 목적은 저임금 근로자들에 대한 생활보장"이라며 "4000만~5000만원 상당의 임금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들까지 혜택을 받는 부분은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친노(親勞) 정책에 대한 재계의 우려 목소리를 국회와 정부 등에 전달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3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 등 의원들에게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을 전달했다. 앞서 지난 16일에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도 전했다.

 제언집에는 '3% 성장을 이루려면 불확실성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업이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구시대적인 노동시장 보호막을 걷어내자'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같은 날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231회 경총 포럼 인사말을 통해 작심 발언을 내놨다.

 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 비합리적인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을 맞게 되면 내년부터 적용되는 16.4%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전 산업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대단히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정기상여금 등 근로자들이 지급을 보장받고 있는 임금의 상당 부분을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근로자에게 연봉을 4000만원 넘게 지급하는 기업도 최저임금 위반대상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대표들의 연이은 행보에 대해 "그동안 정부 정책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재계가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에 내몰렸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절박한 재계의 상황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