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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행성' 논란②]초등생까지 뻗친 마수…'수천만원 환불 요청'도

등록 2017.11.28 14:52:45수정 2017.11.28 14: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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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행성' 논란②]초등생까지 뻗친 마수…'수천만원 환불 요청'도

【서울=뉴시스】오동현 이종희 기자 = #1. 초등학생 A양은 모바일게임 유료 아이템 결제로 두 달간 1500만원을 썼다. 스마트폰과 연계된 부모의 신용카드로 아이템을 결제한 것이다.

 이를 뒤늦게 알아챈 부모는 해당 게임사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65일 이내에 결제한 800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2. 10살 자녀를 둔 B씨는 자신 명의로 된 휴대전화에서 20만5000원이 결제된 사실을 알게 됐다. 알고보니 자녀가 모바일게임을 이용하던 중 B씨의 동의 없이 아이템을 결제한 것이다.

 이에 B씨는 미성년자인 자녀가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임의로 결제를 한 것이라며 게임사에 환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게임사는 이를 거부했고,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접수했다.

 A양과 B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수많은 가정들이 사행성 게임에 빠진 자녀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내 아이를 둔, 그것도 한참 예민한 시기인 중고등학교 사춘기 아들을 둔 가정들은 특히 심하다. 시도 때도 없이 밥도 굶으면서 게임에 매달리고 있어 통제 불능이라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초등학교 학생이 1500만원, 여고생이 4000만원을 확률형 아이템에 사용한 사례가 있다"면서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이라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머니 또는 게임포인트의 소모를 대가로 다양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랜덤으로 제공하는 아이템이다. 속칭 ‘복불복 아이템’ 또는 ‘캡슐형 아이템’으로 불린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 속 대표적인 사행성 요소'로 명시해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에조차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며 과금을 유도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12세 이용가/청소년 이용불가),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 레볼루션2'(12세 이용가), 넥슨의 '다크어벤저3'(12세 이용가),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12세 이용가) 등 인기 모바일 게임은 미성년자가 이용할 수 있는 게임임에도 확률형 아이템이 존재한다.

 엔씨소프트는 당초 리니지M을 12세 이용가로 출시했다가, 지난 7월 아이템 거래소 기능을 추가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앱을 별도로 출시했다. 아이템 거래소는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유료재화인 '다이아'를 통해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사거나 팔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다이아는 리니지M 게임 내에서 결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최소 결제 단위인 120개의 다이아를 구매하기 위해선 3300원(부가세 포함)을 지불해야 한다. 엔씨소프트는 거래소에서 아이템이 거래될 때마다 수수료 2%를 뗀다.

 리니지M의 경우, '켄라우헬의 무기상자'에서 '커츠의 검'이라는 무기를 뽑을 확률은 0.0001%다. 로또 2등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 심지어 로또 1장이 1000원인데 반해, 이 무기를 뽑기 위해선 한 번에 다이아 1200개(3만3000원)가 든다.

 넷마블게임즈도 리니지2 레볼루션을 12세 이용가로 출시했다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아이템 거래소에서 재화로 사용되는 '블루 다이아'가 문제였다.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등급에서 결제로 얻어지는 블루 다이아가 사행성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에 넷마블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그린 다이아'라는 새로운 다이아를 추가해 아이템 거래소에 도입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기존처럼 '블루 다이아'로 뽑고, 아이템 거래만 '그린 다이아'로 하는 방식이다. 청소년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돈을 쏟아 붓게 하는 구조는 변함없다.

 넥슨 역시 지난 2015년 12세 이용가인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 마비노기에서 '수집형 뽑기' 이벤트를 시행하다 게이머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다. 1200원짜리 '럭키 빙고 박스'라는 상품을 구매해 보상 아이템과 1~25 사이의 한 숫자를 획득하고, 숫자를 모아 빙고판을 완성하면 캐릭터 꾸미기 아이템을 제공하는 이벤트였다. 그런데 같은 숫자가 중복해 나올 수도 있어 게이머들에게 뽑기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제는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에서 게이머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란 점이다. 그런데도 게임업계는 확률을 공지하고 있으며 이른바 '꽝'이 없기 때문에 도박이 아니라고 한다. 반면 게이머들은 거금을 들여 뽑은 아이템이 일반 등급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실상 '꽝'이라고 항변한다.

 더 큰 문제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결제한도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때까지 계속해서 결제를 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청소년들이 부모의 명의를 이용해 게임에 접속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자녀가 부모의 신용카드로 몰래 유료 아이템을 결제하는 일도 위 사례처럼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게임 '사행성' 논란②]초등생까지 뻗친 마수…'수천만원 환불 요청'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년 게임 과몰입 종합실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20.5%, 중학생의 46.7%, 고등학생의 55.2%가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측면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PC온라인 게임의 경우 성인은 50만원, 미성년자는 7만원으로 한 달 결제한도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게임산업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결제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바일 게임의 결제한도를 게임업계가 스스로 제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 사이 미성년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비자상담 중 모바일게임서비스 관련 상담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50.3% 증가한 233건으로 나타났다. 주요 상담내용 중에는 미성년자가 결제한 게임 취소로 인한 환급 요구가 많았다.

 전자상거래 관련 상담에서도 모바일 게임 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172.3% 증가한 177건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전자상거래 유의품목 3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최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아이템 구매 후 청약철회 등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을 외면하고 있어서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리니지M이 출시된 첫 날인 올해 6월 21일을 기점으로 한 달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엔씨소프트 관련 소비자불만 상담은 204건으로 급증했다. 5월 한 달간 12건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하면 큰 폭의 상승률이다.

 엔씨소프트의 소비자불만 상담 건수를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아이템 구매 후 '청약철회 및 환불 요구'가 69.1%(141건)로 대부분이었다. 이어 '품질', '부당행위', '표시·광고' 관련 건이 각각 8.8%(18건)를 차지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모바일 게임도 PC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결제한도를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향후 방침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에서 최대한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모바일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이 없으면 게임사는 무얼 먹고 사느냐"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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