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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중재로 풀자⑦]중재학회장 "단 두시간에도 끝낼 수 있는게 중재"

등록 2018.01.07 05:00:00수정 2018.01.23 09: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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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김용길 원광대 교수(한국중재학회장)이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1.07.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김용길 원광대 교수(한국중재학회장)이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1.07. [email protected]

김용길 신임 한국중재학회장 인터뷰
14년간 중재인 경력…중국서도 활동
"중재 장점은 신속성·경제성·국제성"
"한국은 99% 소송으로…미국은 1%"
"중재로는 남북 기업간 분쟁도 해결"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우리 나라는 세계 6위 수출 대국입니다. 무역액이 1조 달러가 될 정도로 국제 거래가 빈번한데 중재를 모른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이제는 농촌 할아버지들도 중재를 알아야 할 때에요."
 
 김용길(61)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올 해부터 한국중재학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중재를 통해 분쟁을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면 갈등으로 인한 '상처' 회복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재의 장점으로 신속성과 경제성, 우호성, 국제성 등을 꼽았다. 법원 소송과 비교해 결론이 빨라 갈등 해결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또 엄격한 형식보다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돼 절차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도 동일한 효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2004년부터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교수 역시 양 당사자 의견에 충분히 귀 기울여 단 두 시간만에 중재를 이뤄낸 경험이 있다. 당시 일본에서 사업을 했던 신청인이 무역 관련 분쟁으로 중재를 접수한 사건이었다.

 김 교수는 "양측 입장이 첨예했는데 신청인 얘기를 한 시간 정도 계속 들어준 후 반대쪽에도 같은 시간을 줬다"며 "각자 주장을 모두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그 시간 동안 상대방 얘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어 이들 사이에 왜곡된 감정을 해소시키고 접점을 맞춰준 사례"라고 말했다.
 
[갈등, 중재로 풀자⑦]중재학회장 "단 두시간에도 끝낼 수 있는게 중재"


 '시간이 곧 돈'인 사업가들에겐 중재야 말로 분쟁 해결의 최적수단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사업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다르고 시간에 따른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신속한 해결이 중요하다"며 "법원에서 판결이 나면 이미 그 시장은 달라져 있거나 상황이 끝나 있어 이겨봤자 소용없는 경우도 있다. 중재의 유용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중재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낮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중재 사건을 의뢰 받았지만 이 분야가 생소했던 변호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후문을 접한 사례까지 있다고 했다. 그는 "법조인도 이런 사정인데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고비용 문제로 소송보다는 중재나 조정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99%가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어 법원에 사건이 너무 많고 판사들 부담도 크다"며 "미국은 100건의 분쟁 중 1건 정도만 소송으로 가고 중국은 1억건의 사건이 있다면 25%를 중재로 해결한다"고 예시했다.

 김 교수는 중국 청도(青岛·칭다오) 중재위원회 중재위원과 강서성 남창(南昌·난창)시 국제중재원 수석중재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중국은 분쟁 발생시 지방 정부에서 법원이 아닌 중재원을 권유하며 특히 노동 사건은 노사 전문가를 통한 중재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관(官) 중심인데 법원이 아닌 중재 전문가들에게 판정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며 "중재인 제도가 발달하려면 국민들이 민법의 기본인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를 중심으로 한 '사적 자치의 원칙'을 이해하고 중요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송을 해도 법원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중재는 중재인 선정에 당사자들 의견이 반영되고 해당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판정 결과에 승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 중재인 수는 약 1100명에 달한다. 이중 외국인이 200여명이고 나머지는 법조계와 학계, 기업 관계자 등으로 포진해 있다. 건설, 무역, 지적재산권,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에서 최소 5~10년 이상 전문성을 쌓아야만 가능하다.

[갈등, 중재로 풀자⑦]중재학회장 "단 두시간에도 끝낼 수 있는게 중재"


 김 교수는 "건설 관련 분쟁이라면 수십년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사 임원 등이 중재인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사실관계와 실체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며 "그렇기에 중재 신청인들도 더 수긍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나 국제 분쟁에서 중재는 더욱 중요하다. 나라마다 서로의 법이 다른 만큼 각 법원 판결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국가들은 상호 중재판정을 인정하고 집행을 보장 받는다.

 김 교수는 "한·중간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면 양국 모두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남북 기업 사이에 다툼이 있을 경우 남한 법원의 판결을 북한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통해 중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재 판정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법원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성과 신뢰성을 요구 받는 판사보다 더 외부에 노출돼 있어 자칫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는 중재 제도의 과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중재를 활성화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대한상사중재원 주무 관청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법무부로 변경했다. 법무부는 국제중재 유치 및 복합 중재센터 건립 등의 내용이 담긴 '중재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갈등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스포츠·연예인 분쟁 등 우리 사회에 분쟁이 너무나 다양해지고 많아져 어느새 '분쟁 공화국'이 되고 있다"며 "사회 갈등을 없애도록 학회에서도 이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구와 대책 마련 등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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