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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③]금융 혁신·투자자보호 관건은…"자본시장법, 원칙중심으로 전환해야"

등록 2018.01.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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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③]금융 혁신·투자자보호 관건은…"자본시장법, 원칙중심으로 전환해야"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2008년 발발한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이듬해 발효된 국내 자본시장법의 방향을 결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직전인 2006년 무렵 시장에서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 금융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골드만삭스, 메릴린치와 같은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탄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자본시장법은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종금업법 등을 한 데 묶은 것으로 증권업계의 인수·합병을 촉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 국내 기업금융을 견인하도록 한다는 구상을 깔고 있다.

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회사의 겸용을 허용하고 금융상품의 개발과 운용에 대한 규제도 대폭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주요 내용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포괄주의 도입 ▲기관별에서 기능별 규제로의 전환 ▲자산운용업의 사내겸영 허용 등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포괄주의의 도입이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성(원본손실 가능성)을 갖는 모든 금융상품을 금융투자상품으로 정의함으로써 이에 해당하는 모든 금융상품을 법령의 규율대상으로 포섭했다. 법령에 열거된 특정자산에 제한받지 않고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한 셈이다.

하지만 시행직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졌고 뒤늦게 개인투자자 보호 장치가 강화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제출 이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자본시장법 시행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로 확산된 것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복잡한 구조화 증권의 발행과 투자은행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발생한 것이며 자본시장법은 국내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로 문제가 된 것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규제 완화로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것이 아닌지 여부였다. 국회는 수차례 논의를 거쳐 자본시장법을 당초 계획대로 2009년 2월에 시행하되 장외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당초 정부 개정안에 비해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감독방안이 추가됐다.

시행시기가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았을 무렵이다 보니 '투자자 보호'에만 무게가 쏠렸다는 지적도 일었다.

이후 여러 차례의 개정이 이뤄졌는데 2013년에 법률 전부 개정을 추진하게 된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법률을 재정비하고 금융위기로 침체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의 역동성과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전반의 제도적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서 다소 움츠러들었던 선진 투자은행의 출현 등 혁신적인 금융산업 발전을 유도하겠다는 육성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금융산업 측면에서는 국내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투자은행)를 도입하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게 기업신용공여, 전담중개업무(이른바 프라임브로커리지업무), 비상주식에 대한 내부주문집행 업무 등을 허용했다.

다만 금융위는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IB로 발전하도록 하기 위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자기자본 8조원 이상 등 3단계로 구분해 신규 업무 범위를 설정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현행 자본시장법이 급격한 금융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되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령에 허용되는 행위를 일일이 열거하는 '규정중심 규제'에서 일반 원칙만을 제시하는 '원칙중심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찾아온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지속적인 후속 규제가 덧대기 식으로 과도하게 생산됐다"며 "예외의 예외를 낳는 후속 규제들의 속출로 자본시장의 역동성은 떨어지고 시장 참여자들의 규제에 대한 내성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갑래 연구위원은 "금융투자상품 포괄규제 도입 등을 통해 원칙 중심 규제를 도입하도록 노력했지만 시행령 등 하위규정은 규정중심 규제의 틀을 유지해 실제론 규정 중심의 규제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규제 체계로 인해 금융투자업계는 규제만 지키자는 수동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결과는 낳았다"고 짚었다.

이어 "원칙중심규제는 현행 규정으로 정해져 있지 않는 부분도 규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엄격한 사후 책임으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엄중하게 대응하는 규제 패러다임"이라며 "금융 혁신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라도 원칙중심 규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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