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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역전쟁]④위기의 글로벌 기업

등록 2018.03.26 0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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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8.3.25

【베이징=AP/뉴시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8.3.25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에 미 기업 주가 하락
한국, 미중 무역전쟁 최대 피해국 될 수 있어
미국, 관세 영구면제 조건으로 반중(反中) 전선 동참 압박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60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를 결정하자 미국은 물론 세계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2~23일 4.66%나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이틀간 4.56%와 4.80%씩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지난주 글로벌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로 6% 넘게 떨어졌다. 지난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폭이다.

23일 유럽 증시와 아시아 증시도 곤두박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5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39%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3.18%와 2.45%씩 떨어졌다. 유럽 대표기업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 50지수는 1.50% 떨어졌고 영국(-0.44%), 프랑스(-1.39%), 독일(-1.77%) 증시도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이번 관세가 양국 경제 수준와 비교했을 때 큰 규모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중간의 무역 전쟁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확대될지 예상하기 힘들어 기업 활동에 불확실성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자 중국은 30억 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철강, 돈육 등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 규모에 비해 크진 않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상황에 따라 중국의 보복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설 경우 미국산 콩 등 농산물, 항공기, 전자제품, 소비재 등에 높은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중국에 항공기를 수출하는 보잉사 주가는 5% 이상 떨어졌다. 중국에 진출한 애플과 스타벅스 주가도 각각 4.6%와 3.6%씩 빠졌다.

러우지웨이 전 중국 재정부장은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에서 "중국 상무부의 조치가 비교적 약하다고 생각한다"며 "타인이 우리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이익을 얻는 것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 국내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에 피해가 예상되더라도 당한 것에는 반드시 경제적으로 보복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그동안 미국의 압박에 전략적으로 인내하며 명분을 축적한 만큼 향후 보복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IT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문제삼으며 제재에 나선 만큼 중국이 미국 IT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열린 중국개발포럼에는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지니 로메티 IBM CEO 등이 참석했다. 공동의장을 맡은 쿡 CEO는 기자들과 만나 "개방을 채택한 나라가 무역도 잘했고 경제도 좋았다. 보호무역은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양국간 무역 전쟁은 중국 기업들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IT 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중국 최대 휴대전화 제조사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짓 파이 FCC 의장은 지난 20일 미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화웨이와 중국의 다른 기술 기업들의 스파이 위협에 대한 의회의 우려를 공유한다"면서 "가까운 장래에 적극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산 IT 제품의 해킹 가능성을 제기하며 자국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화웨이는 올해 초 AT&T 등과 손잡고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10을 미국에서 출시하려 했지만 미국 정부의 저지로 무선됐다. 최근 미국 최대 가전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도 화웨이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도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는 지난달 22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계 유닉캐피탈매니지먼트(Unic Capital Management)가 미국 반도체 시험 장비업체 엑세라(Xcerra)를 인수하는 것을 불허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에도 중국 국영 펀드 등이 포함된 투자자 그룹이 미국 반도체 기업 래티스를 13억 달러에 인수하려던 계약도 승인하지 않았다.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전략에 따라 현재 10%대인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해외 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장벽을 높게 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부과 조치를 내놓으면서 재무부에 중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고 관리·감독할 규정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전쟁은 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기업의 경영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다.

국내 산업계는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치를 유예하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미국이 관세 영구면제를 조건으로 반중(反中) 전선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4월말까지 결정이 유예된 것일 뿐 아직 영구 면제국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유예기간을 어떻게 준비하는가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무역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돼 중국의 교역량이 줄어들 경우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업체들의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국에 1421억 달러(약 153조원)를 수출했는데 이 가운데 중간재 비중이 78.9%에 달한다. 중국의 수출이 위축되면 국내 중간재 생산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김은영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대미 수출감소가 중간재 수요 동반 감소로 이어질 경우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의 대중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가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경우에도 중국 내수에 투입되는 최종재 및 중간재 수출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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