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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70주년] ⑤ 동백꽃 배지로 기억하는 그날의 아픔

등록 2018.03.29 0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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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제주 4·3을 의미하는 동백꽃 모양 배지. (왼쪽부터)60주년 기념 배지, 65주년 기념 배지, 70주년 기념 배지, 70주년 기념 도자기 배지. (사진=뉴시스DB_

【제주=뉴시스】제주 4·3을 의미하는 동백꽃 모양 배지. (왼쪽부터)60주년 기념 배지, 65주년 기념 배지, 70주년 기념 배지, 70주년 기념 도자기 배지. (사진=뉴시스DB_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겨울에 피는 꽃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동백(冬栢). 가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제주도 섬 곳곳에는 핏빛처럼 붉은 동백꽃이 피어난다. 겨우내 피어있던 동백꽃은 봄기운이 시작될 때쯤 갑자기 꽃 전체가 ‘툭’하고 떨어진다.

 제주도 출신 화가 강요배 화백은 한겨울 한 편에선 붉은 동백꽃이 떨어지고 다른 편에선 붉은 피가 흐르는 흰 눈밭 위에서 토벌대가 연장을 내리치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1992년 작인 ‘동백꽃 지다’는 4·3 당시 추운 땅 위에서 목숨을 잃어간 주민들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후 동백은 4·3 희생자와 그 날의 아픔을 상징하는 꽃으로 제주 4·3을 알리는 자료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60주년을 맞이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동백꽃 모양의 배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2013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디자인이 조금씩 바뀌었다.

 공식 배지를 제작하는 제주4·3평화재단은 올해 4·3을 뜻하는 43만개를 만들어 평화공원 및 전국 관공서에 배포할 예정이다.

 평화재단 관계자는 “원래는 지난 2017년 추념식 당시 평화공원 방문객이 23만여명이라 넉넉잡아 30만개를 제작하려 했다”며 “갑자기 늘어난 제작 수량에 바빠지긴 했지만 그만큼 전국적으로 4·3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밝혔다.

【제주=뉴시스】도자기 동백꽃 배지가 만들어지는 모습. 도자기를 빚고 색을 입히고 가마에 넣어 굽기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져 제작 수량이 많이 않다. (사진=김영훈 요보록소보록 대표 제공)

【제주=뉴시스】도자기 동백꽃 배지가 만들어지는 모습. 도자기를 빚고 색을 입히고 가마에 넣어 굽기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져 제작 수량이 많이 않다. (사진=김영훈 요보록소보록 대표 제공)


  최근 영화배우 정우성씨가 외투에 달고 나와 큰 화제를 모은 동백꽃 배지는 도자기로 만든 ‘한정판’ 배지이다. 모두 도자기를 빚고 색을 입히고, 가마에 굽기까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작 수량이 많지 않다.

 도자기 동백꽃 배지를 디자인한 김영훈(47) 요보록소보록 대표는 제주시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공방을 열고 제주도의 이미지를 담은 도자기 제품 등을 만들던 중 4·3 70주년을 앞두고 제주도와 4·3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이미지를 고민했다”며 배지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고등학생들이 제작한 배지도 있다. 지난 2017년 서귀포시 대정고등학교 2학년 2반 학생들은 제주도교육청에서 진행한 ‘학교 특색사업’의 하나로 4·3 배지를 디자인하고 만들었다.

 배지를 디자인한 이훈(19)군은 “배지를 만들기 위해 4·3을 알아가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어떻게 하면 그 당시 아픔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였다”고 말했다. 

【제주=뉴시스】제주 서귀포 대정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주 4·3 평화공원 내 모녀상(왼쪽)을 본 떠 만든 배지(오른쪽). (사진=독자 제공)

【제주=뉴시스】제주 서귀포 대정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주 4·3 평화공원 내 모녀상(왼쪽)을 본 떠 만든 배지(오른쪽). (사진=독자 제공)


 담임 선생님이었던 정한나 교사는 “대정지역이 4·3 때 피해를 많이 입은 지역 중 한 곳인데 정작 이곳 학생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 배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라며 “지난 일년은 배지를 제작했다기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4·3을 공부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제주4·3평화공원 내 위치한 모녀상을 본떠 만든 이 배지는 반응이 좋아 오는 4월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4·3광화문 문화제’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동백꽃 배지 달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도내에서는 제주4·3평화재단, 제주도청(4·3지원과, 민원실), 각 행정시(자치행정과, 민원실), 읍면동에서 받을 수 있다.

 도와 재단은 전국 각지에서 배지 신청이 급증함에 따라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서울) ▲부산민주항쟁 기념사업회 ▲광주 5·18기념재단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등과 전국 시도 민원실에서도 동백꽃 배지를 배부하고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