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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수소혁명 시작됐다②]수소산업 선점 나선 일본…車보조금도 쏙 빼는 한국

강력한 정부정책 바탕으로 민관 수소 드라이브
인공섬에 수소발전소 완공…고베에 전력 공급
가정용 연료전지 '에너팜' 25만대 보급…충전소 100곳

등록 2018.04.15 0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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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봄이 '봄이 아니다'.

 화사한 햇살, 파릇한 하늘은 온통 칙칙한 잿빛으로 변했다. 온 가족이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떠나야 할 때 집안에 갇혀 공기청정기를 돌려야 하는 처지다.

 화석연료를 지나치게 태워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 탓인지, 숨막히는 미세먼지에 지구온난화가 빚어낸 이상기후까지 겹쳐 삶이 질식할 듯하다.  

 국제사회가 오염원이 없는 청정에너지, 지구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수소' 의 연료화에 주목하는 이유다. 물을 구성하는 수소의 활용이 산업의 틀을 바꾸고 생활양식을 혁신시킬 혁명적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진 각국은 이미 수소자동차를 비롯해 관련 기술의 개발 및 적용, 보급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우리만 낙오된다.

 공감언론 뉴시스는 궁극의 친환경 연료로 일컬어지는 수소에너지 개발의 현주소와 각국의 움직임, 미래 전망을 매주 1차례씩 8회에 걸쳐 집중 조명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①세계는 뛰는데…韓, 인프라· 연구 총체적 부족
 ▶②수소산업 선점나선 일본…車보조금도 쏙 빼는 한국
 ③수소굴기 나선 중국…대량생산 계획 착착
 ④독일 수소버스·수소열차 '씽씽'
 ⑤한국 수소기술 어디까지 왔나
 ⑥현대차 넥쏘, 수소대중화 길을 열다
 ⑦정부 벽에 막힌 수소복합충전소
 ⑧선진국 패권다툼…법 제도·지원 미흡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1. 지난해 12월 일본 고베시 외곽의 인공섬 '포트아일랜드'에 수소발전소가 완공됐다.

 이 곳에서 수소가스터빈을 사용해 생산된 전기와 열은 고베시내 공공시설에 공급된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수소에너지가 전력망을 통해 도심의 복수시설로 공급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이 수소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연간 수소연료전지차 2만여대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2. 소형 분산발전 연료전지시스템 '에너팜'은 이미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용연료전지다.

 책장 사이즈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주택가에 설치하고, 도시가스를 개질기(수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스를 생산하고 연료전지 스택에 공급하는 장치)에 통과시켜 수소를 추출해 발전하는 시스템이다.

 일본은 연료전지의 대명사로 알려진 에너팜을 이미 25만대나 보급했다. 현재 에너팜은 지원금 11~15만엔을 포함해 90~100만엔(약 900~1000만원)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글로벌 수소산업의 최강자는 단연 일본이다. 일본은 2014년 경제산업성(METI)이 '수소·연료전지의 확산을 위한 전략적 로드맵'(2016년 3월 개정)을 발표한 후 민관이 똘똘 뭉쳐 수소 드라이브를 걸었고, 그 결과 수소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15일 업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일본의 수소산업은 강력한 정부정책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정부 로드맵에 따르면 일본의 수소에너지 부양정책은 2020년, 2030년, 2040년 등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미라이

충전 중인 일본 도요타 수소전기차 '미라이'

로드맵에 따르면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가정용·상업용 연료전지 보급 확대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 ▲연료전지차 보급 확대 계획 등을 진행된다.

 주로 에너팜에 사용되는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FC)가격을 80만엔, 상업용에 사용되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가격을 100만엔으로 맞추고, 수소충전소 160곳과 수소차 4만대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수소연료전지차(FCV) 연료비용을 하이브리드차(HEV)보다 낮은 수준으로 맞출 예정이다.

 2025년에는 수소충전소 320곳, 수소차 20만대를 달성하고 수소연료전지차 가격을 하이브리드차(HEV)보다 낮출 방침이다.

 2030년에는 대규모 수소발전소를 건설하고, 수소 해외조달망을 확보, 수소차 80만대가 일본 전역을 운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분산발전용 연료전지시스템도 53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2040년에는 탄소포집장치(CCS)와 재생에너지를 활용, 수소생산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을 목표로 진행되는 1단계 계획은 무단하게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분산발전용 연료전지시스템은 2008년 3307대에서 최근 25만대까지 증가했다.

 기술개발에 따라 설치비용이 크게 줄고, 높은 수준의 정부지원금이 지급되며 설치가 급증했다. 분산발전 연료전지의 핵심부품 스택(stack)의 촉매로 사용되는 백금의 촉매효율이 개선되고 있어 추가적 비용 하락도 가능할 전망이다.

 일본의 수소충전소는 현재 100곳 수준이다. 이중 39개는 도쿄 부근에 위치해있다. 도요타의 수소전기차 '마리이'의 1회 충전 운행가능거리 500km를 기준으로 가정하면 현재 설치된 수소충전소만 이용해도 일본 내에서 자동차로 이동할 수있는 최대거리(나가사키→아오모리: 1938km)을 운행할 수 있다.

 국내에서 운영중인 수소충전소가 14곳에 불과한 한국의 상황과는 천차만별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일본의 수소충전소는 2020년 160개, 2025년 320개, 2030년 900개로 늘어나게 된다.

 세계에서 수소차를 양산하는 자동차업체는 3곳에 불과하며, 한국의 현대차를 제외하면 모두 일본 업체(도요타·혼다)다. 지난해 수소차 미라이를 4268대 판매하며 글로벌 1위를 차지한 도요타는 2020년까지 3만대의 수소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2016년 수소차 클래리티를 출시했지만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혼다 역시 꾸준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고, 닛산도 2020년 목표로 수소차 양산 계획을 내놨다.

 2단계 로드맵도 벌써 가동되고 있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과 오바야시구미는 올해부터 고베 외곽의 인공섬 '포트아일랜드'에 설립한 수소발전소를 통해 고베지역에 전력을 공급한다.

 현재는 수소 20%, 천연가스 80%를 이용하지만 향후 수소 100%를 활용한 발전이 가능해진다. 특히 가와사키는 향후 일본 최대 수소 공급업체인 이와타니와 함께 고베항에 수소수입기지를 건설할 방침이다.

 도시바와 도호쿠전력 역시 이와타니와 손잡고 2020년까지 후쿠시마에 수백억원을 투자, 연간 900t의 수소제조가 가능한 세계 최대규모 수소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플랜트건설은 도시바가, 송전망은 도호쿠전력이, 수소 저장·유통은 이와타니가 맡는다.

 치요다, 미쓰비시, 미츠이, 니폰유센은 브루나이에서 수소를 만들어 일본으로 수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쓰비시의 브루나이 LNG 생산기지에 치요다가 전용시설을 건설, LNG에서 수소를 분리하고, 니폰유센이 선박을 이용해 연간 210t의 수소를 일본으로 수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타니, J-파워, 가와사키, 쉘은 호주의 저품질 석탄 '갈탄'으로 수소를 만들고 액화해 전용선으로 운송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하이투자증권 원민석 연구원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수소발전이 석유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수소산업의 최종 로드맵은 수소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100% 억제하는 것이다. 배기가스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 포집한 후 압축과정을 거쳐 저장하거나, 풍력·태양력 발전 때 발생하는 잉여전력을 물 전기분해에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될 전망이다.

 이같은 로드맵의 원동력은 일본 정부의 적극적 예산편성과 지원이다. 일본은 지난해 수소·연료전지 관련 예산으로 417억6000만엔(약 4153억원)을 책정했다.

 국토부가 제시한 수소복합충전소 건설예산 50억원이 승인되지 않고, 환경부의 수소전기차 예산이 185억원에 불과한 한국과는 정부 지원부터가 다르다.

 원민석 연구원은 "일본은 2011년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로 인한 에너지자급률 하락, 파리기후협약 체결로 인한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며 "이 때문에 수소에너지가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관련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민관 협력으로 수소산업이 척척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속이 터진다"며 "일본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최대 경쟁자인데, 우리 정부는 친환경차 보조금 추가 편성을 하며 수소차는 쏙 빼놓는 등 글로벌 경쟁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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