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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사건에 '이단 종교집단' 모습이…"추앙받는 神"

등록 2018.03.25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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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배훈식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7.05.18. dahora83@newsis.com

【광주=뉴시스】배훈식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7.05.18. [email protected]

안희정 항상 옳다?…"추종자들 신념으로 뭉친 집단"
성폭력 범죄 조직적인 비호·은폐…"이단집단 속성"
"생사고락 함께 하는 세력의 비호가 한계 넘어서"

 【서울=뉴시스】박준호 유자비 기자 =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추문 사태를 놓고 '이단집단'의 속성이 내재된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교주가 신도들을 상대로 저지르는 성폭력 형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가 상당한 기간 성폭력을 저지를 수 있었던 건 주변에서 자신을 신성시하며 비위를 눈 감아주고 비호해주는 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엘리트 정치인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측면 외에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안 전 지사의 성추문 사건에 대해 사이비종교와 같은 이단집단에서 볼 법한 속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 풍경만 기억해라', '괘념치 말거라' 등의 회유로 성폭력을 정당화한 데 대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게 아니다. 자신은 아름다운 일, 아름다운 성관계로 인식하고 성폭행으로 인정을 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는 거절을 했는데도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권력형 성범죄의 전형"이라며 "이런 일들은 여성 신도들에 대한 성범죄 등 이단집단에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절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은 선한 행동이라며 이권을 공유한 추종자들이 조직을 관리한다"면서 "신념으로 뭉친 집단에서 (권력형 성폭력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해 서울의 한 서점에서 연 '지나온 시간의 기록' 북토크 장면. 2017.01.12.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해 서울의 한 서점에서 연 '지나온 시간의 기록' 북토크 장면. 2017.01.12. [email protected]

김경수 한국심리과학센터 총괄본부장은 "종교계에서도 스님이나 목사나 성직자들이 인격이 높을 것 같지만 그들에 의해 성범죄를 당한 신도가 굉장히 많다"며 "양면성이다. 사회적 지위를 갖고는 '뒤'로는 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의 측근들은 단순히 지지 열망을 넘어 신적인 존재로 안 전 지사를 치켜세우며 추앙을 했던 수준이라고 한다. 안 전 지사의 말이라면 잘못된 것이라도 절대복종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팽배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정무비서 김지은씨는 안 전 지사에게 이의를 제기하면 "네 의견을 달지 말라", "너는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투명하게 비춰라", "그림자처럼 살아라" 등의 면박을 당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더연은 안 전 지사의 주도로 설립된 싱크탱크다. 안 전 지사가 2010년까지 초대 연구소장을 지냈다. 

 더연 연구원이던 A씨는 "안 전 지사로부터 1년 넘게 총 7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지난 14일 검찰에 안 전 지사를 고소했다.

 더연에서는 안 전 지사를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연구원들이 많았고 안 전 지사를 신성시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어떠한 피해가 있어도 함부로 언급하지 못했고 부정적인 견해는 암묵적으로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들이 안 전 지사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받드는 상황에서 안 전 지사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앞세워 측근들을 종속시켰을 수도 있다.

 측근들의 두터운 신념을 보호막 삼은 채 외부세력의 감시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성폭력과 같은 비위를 저지르더라도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2018.03.09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2018.03.09 [email protected]

이 교수는 "안 전 지사가 계속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데는 비호 세력이 있었던 것"이라며 "생사고락을 함께 할 수밖에 없던 세력들의 비호가 한계를 넘어섰다. 그런 식으로 특권 의식에 물든 집단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집단에서의 성폭력은 법적 처벌을 강화해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법을 일탈해서 범죄를 저지르는데 법으로 테두리를 만들면 뭐 하냐"며 "심리학적으로 '개인적 심리거리'가 1.2m다. 연인과 가족만이 동의받고 들어올 수 있는 거리다. 성범죄는 언어희롱을 빼고는 터치(신체적 접촉)에 의해 일어난다. 이런 개인적 심리거리에 동의를 받고 들어가자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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