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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삶의 틀이 바뀐다]주사위는 던져졌다...기업들, 생산성 유지 대책 분주

혼란 최소화 위해 시범도입 시행 통해 다양한 방안 검토
유연·탄력근무, 업무집중도 제고, 근태시스템 개편 등 나서
"산업 충격 최소화할 예외조항 등 보완입법도 향후 마련돼야"

등록 2018.04.25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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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일상생활의 틀이 크게 바뀐다. 2004년 주 5일제 도입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변화가 찾아오는 셈이다.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은 바로 적용되고, 50인 이상 기업은 2020년1월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하게된다. 그 이하 규모의 기업들도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일반 직장에서의 근무시간 뿐 아니라, 휴대폰 대리점이나 유통업체들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해가 떨어지면 물건하나 사기 쉽지 않은 서유럽 같은 저녁을 맞을 수 있다.
 
 당연히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과 휴일이 있는 삶, 일과 생활의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는 기대도 큰 건 사실이지만,
당장 생산차질, 인력채용 확대 등 비용 증가와 함께 신속한 신상품 기획 및 개발에 어려움을 빚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탄력적 운용을 최대 1년까지 늘려야 한다는 기업들의 주문도 만만치 않다.

 뉴시스는 '주52시간, 삶의 틀이 바뀐다' 특집 기사를 통해 각 기업의 준비 상황 및 현실적 어려움, 시행에 앞서 제도적으로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 등을 집중 살펴봤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2개월여 앞두고 대기업들이 분주하다.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해 기업의 생산성 하락이나 중소·영세 사업자의 고충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라는 불만은 계속 나오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지난 3월 말,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무려 5년간 이어진 논쟁은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근로자 추가 채용으로 인한 부담, 경영실적 악화 등을 우려는 뒤로한 채, 당장 다가올 주52시간 시대를 맞아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여념이 없다.

우선 삼성전자는 사업부서를 중심으로 주52시간 근무를 '예행연습'하고 있다. 국내 근무자만 10만명이 넘는 매머드 사업장인 삼성전자는 갑작스런 시행에 따른 혼란과 충격을 막기 위해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를 시험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자율근무제에 이어 2012년 자율출퇴근제 등 파격적인 근무 시스템을 시행중이기 때문에 부담이 덜한 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 규정에 맞춰 준비하고 있지만, 휴대폰 등 신제품 개발 분야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수개월씩 밤샘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유럽처럼 1년 정도의 탄력근무제 적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도 개인 직무와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율하고,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 40시간 내에서 출근∙퇴근 시간을 스스로 정하는 자율 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월부터 일부 조직을 대상으로 주52시간 근무제를 실시 중이며, SK는 이미 주력 계열사 SK하이닉스나 SK이노베이션 등을 중심으로 이미 3교대나 4교대 방식으로 생산직의 근로시간을 52시간 이하로 맞추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달 1일 근무시간 단축과 업무 몰입을 위한 자율적 선택근무제 '디자인 유어 워크 앤 타임(Design Your Work & Time)'을 도입했다.

 2주 단위로 총 80시간 범위 안에서 업무 상황 등을 고려해 직원 스스로 근무시간을 설계한다.출퇴근 시간 설정 등 회사의 관리를 통한 일률적 근무시간 단축을 지양하고, 회사와 직원이 신뢰를 기반으로 개별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KT는 개인별 출퇴근 시간 기록, 연장근로 신청 및 승인으로 법정근무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사내 포탈 사이트 상단 '업무시작' 및 '업무종료' 버튼으로 개인별 출퇴근 시간을 관리한다.

오후 5시가 되면 임직원 PC에 업무 마무리 및 연장근로 신청 안내 팝업이 뜨며, 연장근로 필요 시 사전에 연장근로 시간을 기재해 직속상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아울러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 및 업무 특성에 맞게 유연근로도 시행중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생산직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지난해부터 '주간 연속 2교대제'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수요일 '칼퇴'를 장려하는 '스마트데이' 역시 직원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다.

한화는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워라밸을 지키기 위한 유연근무제도도 전격 도입했다. 개인별 업무상황에 따라 미리 신청하기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업무 특성상 유연근무제 활용이 어려운 회사는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확대해 추가 업무를 최소화하고, 자기계발·건강관리 등으로 조직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LG화학은 임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Work & Life Balance)'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임직원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고서 간소화, 불필요한 회의 지양 등 보고·회의 문화 개선을 추진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연중 언제든 2주 동안 휴가를 사용하도록 장려해 직원들의 재충전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집중 휴가제도를 연중 도입키로 한 것이다. 두산도 마찬가지로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집중 휴가제도'를 권장하고 있다. 장마와 무더위로 업무효율이 떨어지기 쉬운 7~8월에 2주일의 휴가를, 겨울에는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1주일의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부터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해 30분 일찍 퇴근하는 문화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원래 퇴근시간은 오후 6시지만 현대모비스 직원들은 수요일에는 30분 빠른 5시30분에 퇴근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집에 가지 않고 야근을 고수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5시30분 퇴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효성도  매주 수요일을 '정시 퇴근의 날'로 정했다. 직원들은 이날 운영부서로부터 '[Refresh day] 정시 퇴근의 날입니다'라는 메일을 받는다. 업무에 바쁜 직원들도 수요일에는 무조건 오후 5시30분에 퇴근해야 한다.

한국타이어는 자율과 창의를 중시하는 고유의 기업 문화인 '프로액티브 컬쳐(Proactive Culture)'를 바탕으로, 구성원 각자가 일과 삶의 균형을 자율적으로 조율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혁신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많은 기업들이 경우 불필요한 회의나 문서작성을 최소화하는 등 근무시간 내 업무 집중도를 높여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 직원들이 자신의 주당 근무시간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근태 입력 시스템을 개편해 주당 근로시간 초과시 눈치보지 않고 반차나 대휴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곳도 생겼다.

다만 철강업계의 경우는 대부분 이미 4조2교대(포스코) 혹은 4조3교대(현대제철, 동국제강)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근로시간이 단축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직장 어린이집 구축, 직원들의 여가시간 활용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들을 병행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도모해야할 것이며, 불가피한 비상사태 발생 시엔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등 기업을 위한 보완입법도 향후 마련돼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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