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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용택 IBK證 리서치본부장 "하반기 코스피, 2300 못 미쳐 횡보할 것"

"미국 포함 전 세계 경기 하강 국면 초입…지지선 논쟁 의미 없어"
"남북경협주, 단기 재료로 소진…무역 분쟁 리스크도 당분간 상존"
"삼성전자, 올해 1Q 고점…상승 동력 부재로 당분간 주가 횡보 국면"
"하반기 대형주 위주 투자해야…中 투자 관련 산업재, 기계 피해야"

등록 2018.07.0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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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사진 = IBK투자증권 제공)

【서울=뉴시스】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사진 = IBK투자증권 제공)

【서울=뉴시스】장서우 기자 = "최근의 증시 하락은 경기 요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무역 분쟁 등이 경기 둔화를 앞당기며 전 세계가 경기 하강(downturn)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의 바닥 혹은 지지선이 어디냐는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정용택(51) 신임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난 3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증시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2012~2015년 당시 코스피가 지루한 행보를 보였던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지수는 2300포인트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가 조정 국면에 들어가며 실적 모멘텀 역시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일부 대형주들이 있어 실적 평균은 완만히 유지될 것이나 박스권에 머무르는 정도로만 버텨줄 것이란 예측이다. 상반기 개미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남북경협주 역시 단기적인 재료로서 이벤트로 소진되는 데 그칠 것이란 평가다.

정 본부장은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좌지우지하는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선 "주가 상승을 기대할 만한 새로운 동력이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고점을 찍었다. 고점에서 더 상승하려면 투자자들로 하여금 '기대'를 갖게 만드는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올 것은 다 나왔다'는 생각이 공유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삼성전자의 이익이 지속해서 상승했음에도 주가는 크게 뛴 후 한참을 횡보하는 식의 패턴을 반복해왔기에 이번에도 과거의 흐름이 반복될 것이란 예측이다.

정 본부장은 무역 분쟁으로 인한 리스크는 당분간 상존할 것이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언젠가 수정될 시점이 올 것으로 내다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감세 정책 등은 닉슨, 레이건, 부시 등 1970년 이후 재선에 성공한 공화당 대통령들이 1기 정부 때 펼쳤던 것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도 그랬듯 해당 정책들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트럼프 정부 역시 돌파구를 찾아 방향을 틀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그는 하반기엔 안정적인 대형주 위주로 신중히 투자하는 것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기술성을 인정받는 바이오 기업 중 투자할 만한 곳을 선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말로 갈수록 배당 성향이 높은 통신, 유틸리티 업종도 안정성이 부각될 것으로 예측한다. 반면 중국 고정 투자와 관련된 업종인 산업재, 기계류 등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BK투자증권은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베어(bear) 하우스'로 꼽힌다. 얼마 전 센터장직에서 물러난 이종우 전무도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했었고 후임을 맡은 정 본부장 역시 경기에 대해선 최대한 객관적으로 얘기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정 본부장은 "진실은 숫자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향후 점진적 경기 둔화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들었다. 연준의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가 2.7%, 내년은 2.4%, 내후년은 2.1%로 점점 낮아진다. 그는 "대부분 증권사가 낙관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만 리포트 제일 마지막에 붙어있는 향후 3~4년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모두 후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과 함께 고점을 찍은 각종 경제 지표들은 지난 1분기부터 하강하기 시작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 4월11일 투자전략팀장에서 리서치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함께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엔 중·소형주를 발굴하고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중소기업분석부'가 신설됐다. 리서치본부 전체 인원 약 20명 중 4~5명이 중소기업분석부에 배치돼 있다.

정 본부장은 해당 부서의 신설엔 기존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 올인하는 것 외에 사모투자(PE), 투자은행(IB), 지점 영업 등 투자 대상을 넓히겠다는 영업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 설명했다. 중소기업 관련 부문 특화로 중·소형사 리서치본부 나름의 특색을 입히겠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분석부는 실제 5일부터 발간되기 시작한 사보 'IBKS 백동'의 '중소기업 Discovery' 코너에서 GST(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 동운아나텍, 디티앤씨, 코스모신소재 등 기업들을 소개하는 등 기업 발굴에 나섰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중기특화 증권사'로 지정됐다. 금융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 금융 업무에 특화된 금융투자회사 육성을 위해 증권사를 선정, 여러 혜택을 지원하고 해당 증권사들이 중소·벤처기업 지원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는지 반기별로 점검한다. IBK투자증권은 정량 평가 결과에서 지난해 중기특화 증권사로 지정된 6개사 중 1위를 차지했다.

IBK투자증권은 금융투자협회가 추진하는 '코스닥 기업분석보고서' 발간 사업의 사업자로도 선정돼 1년에 코스닥 시장 및 장외시장 기업 70여 개를 분석하게 됐다. 분석 대상 기업 중 6~7%는 시장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이다. 정 본부장은 해당 사업이 한국IR협의회가 신용평가사와 함께 진행하는 '코스닥 기술분석보고서'보다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내기에 유효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리포트를 발간하면 누군가는 그것을 바탕으로 매매를 일으켜줘야 하는데 신평사는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판매 플랫폼을 보유해 시장과 밀착돼 있는 증권사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중앙대학교에서 응용통계학을 전공한 후 신한금융투자, 삼성자산운용,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을 거쳐 3년 전부터 IBK투자증권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이전 직장에서도 매크로 팀에 소속돼 경제 전반에 대해 분석해왔으며 본부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안소은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일간·주간·월간 단위로 매크로 리포트를 지속해서 작성해 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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