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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보험사 진단]푸본현대생명, 6년 적자늪 '허덕'…사명변경 약발 받을까

현대라이프 시절 "현대차 계열사 퇴직연금에 기대 영업" 지적도
구조조정하며 흑자 전환했지만…개인보험영업 대폭 축소
대만계 푸본생명 "연금보험·방카슈랑스 주력할 것"

등록 2018.10.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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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보험사 진단]푸본현대생명, 6년 적자늪 '허덕'…사명변경 약발 받을까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장기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라이프생명이 사명 변경을 통해 새출발 할 수 있을까.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현대라이프생명은 최근 최대주주를 바꾸고 푸본현대생명으로 사명을 고쳤다. 한동안 이어졌던 적자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문제까지 겹치며 어려움에 빠졌던 현대라이프생명은 이제 새 주인을 만나 돌파구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15일 현대라이프생명은 사명을 '푸본현대생명'으로 변경 확정했다. 앞서 푸본생명보험은 현대라이프생명이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가 참여하지 않아 발생한 실권주를 인수했다. 푸본생명보험이 기존에 갖고 있던 현대라이프생명 지분 48.6%는 62.45%로 늘어나게 됐다.

◇현대차계열 인수 이후 6년간 2700억원 적자

현대라이프생명은 2012년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에 인수된 이후 끊임없이 적자에 시달렸다. 2012년 236억원, 2013년 315억원, 2014년 870억원, 2015년 485억원, 2016년 198억원씩 순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615억원의 적자를 봤다. 6년간 누적된 적자가 2700억원에 달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9월 현대라이프생명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전체 75개 점포를 대부분 없앴고 전속설계사 수를 4분의3 이상 감원했다. 또 법인 보험대리점(GA)와의 판매 제휴도 끊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올해 2분기에는 575억원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라이프생명이 사실상 개인보험영업을 포기했다는 말이 나왔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현대라이프생명의 개인보험 신계약율은 2.9%에 그쳐 24개 생보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기준 개인보험 신계약율 11.7%에 비하면 4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흑자 전환 성공했지만…계열사 퇴직연금 의존한 영업은 '꼬리표'

 쪼그라든 개인영업 대신 단체보험과 퇴직연금 등 법인영업에 대한 집중도는 높아졌다. 특히 강점으로 갖고 있는 퇴직연금조차도 현대차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극심한 수준이다. 현대차가 인수한 뒤 계열사 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단기간 외형성장을 일궜다. 올해 2분기 현대라이프생명이 보유한 확정기여형(DC)·확정급여형(DB) 등 퇴직연금 적립액은 1조2347억원이었다. 이중에서 현대차계열사에서 나온 돈이 1조2038억원으로 97.5%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했지만 계열사 의존을 제외하고 본다면 영업력 자체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단 분석이다.

일각에선 '일감 몰아주기' 이야기도 나왔다. 감독당국에서도 지적하자 보험회사들이 나서서 적립금을 기준으로 계열사 물량을 50% 미만으로 유지하자는 자율결의를 맺었지만 현대라이프생명은 여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한편 IFRS17 도입에 따라 RBC비율이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로 변경됨에 따라 자본건전성에 대한 경고음이 들리는 상황에서 계열사에 의존해 퇴직연금을 늘렸던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분기 현대라이프생명의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은 147.7%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밑돌았다. 생보사중에선 꼴찌였다. 물론 최근 증자가 이뤄지면서 RBC비율도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제도 하에서는 퇴직연금 적립금도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추가로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대주주 바꿔 단 푸본현대…새출발 성공할까

푸본현대생명의 최대주주인 푸본생명은 대만 푸본금융지주의 계열사로 지난해 말 기준 자산 136조원, 당기순이익 1조2000억원을 기록한 대만 최대규모 생명보험사다. 푸본생명이 자산운용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 푸본현대생명의 전략이다.

상품 전략에선 지금 당장 강점인 연금보험상품을 계속 주력으로 다룰 계획이다. 푸본생명은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대만 사정에 맞게 연금보험상품을 발달시켰기 때문에 이를 국내에 적용해 활용할 수 있다. 일각에선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퇴직연금 물량이 빠지는 게 아니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여전히 계열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채널 전략에서는 역시 푸본생명이 지닌 방카슈랑스 성공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텔레마케팅(TM) 활성화에도 나선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국내 방카슈랑스 시장에 다시 한번 재진입하는 것을 내년도 과제로 삼고 있다"며 "푸본생명이 갖고 있는 강점과 국내 시장 특성에 맞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푸본현대생명은?

2003년 설립된 녹십자생명보험에서 2012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편입, 현대라이프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6년 연속 적자를 내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 영업망을 대폭 축소했고 올해들어선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 9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푸본생명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사명이 '푸본현대생명'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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