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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임박]'한번은 올린다지만'…내년 통화정책 가시밭길

등록 2018.10.2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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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원 질의에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8.10.22.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원 질의에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내년 추가 인상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한미간 금리차 확대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 자금은 한은에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최근 어두워진 경제 전망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등은 추가 금리인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월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면서도 내년 금리 방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올해 마지막인 다음달 금통위와 관련해 "실물경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으면 금리인상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11월 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반면 점진적 인상의 시작이냐 아니면 1회성 인상이냐는 질문에는 "원타임 이벤트(한 차례 인상)로 끝내야 할 지 아니면 베이비스텝(점진적 인상)으로 계속 가야할지 지금 딱 이게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경제상황이 크게 나빠지지 않는다면 일단 다음달 기준금리는 올리겠지만 내년에도 금리인상을 이어가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으며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내년 한은의 금리 방향을 인상적으로 밀어올리는 가장 큰 요소는 한미 간 금리차 역전폭 확대다. 올해 이미 세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2월 한 차례 추가 인상을 할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에만 두 차례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2.25%로 올해 12월 한 차례와 내년 상반기 두 차례 인상을 반영하면 2.75~3.00%까지 오르게 된다.

한은이 다음달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1.75%에 불과해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질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요동치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의 금리인상인 만큼 한은으로서는 한미 금리차 확대를 방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의 하향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각종 경기지표는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터널에 진입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금리인상은 경기를 더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

당장 한은부터 지난 1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씩으로 내려잡았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내려잡았는데 불과 석 달여 만에 0.2%포인트를 또 하향조정한 것이다.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도 2.8%에서 0.1%포인트 내려잡았다.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 역시 3개월 만에 더욱 악화됐다는 뜻이다.

2.7%의 경제성장률은 남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국내경제를 삼켰던 2012년(2.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당시에는 1년 만에 3%에 가까운 성장률(2013년 2.9%)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년 연속해서 성장률이 2% 중반 수준으로 내려앉는다는 전망을 통화당국에서 내놓은 것으로 상황이 엄중함을 담고 있다

이미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도 이미 한국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7%로 하향했다.

이런 가운데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마저 투자와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아 상황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6% 성장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2%)에서 올 1분기 1.0%로 반짝 반등했으나 2분기 0.6%로 내려앉았다가 그대로 굳어지며 2·3분기 연속 0%대 성장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최근 경기침체 조짐을 감안해 시장에서 0.8%로 낮게 책정한 전망치마저 하회함에 따라 '쇼크'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장 11월 금리인상마저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내년 금리인상을 논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재정정책효과와 낙수효과가 사라진 국내수출 경기 호조 등으로 전체 성장률은 유지되고 있으나 그 내용은 매우 안 좋다"며 "따라서 지금은 2013년 3월 이후 시작된 경기회복과 확장국면을 마무리하면서 수축국면으로 들어가는 초입이라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경기여건에서 금융안정을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당위성을 갖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며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 대책이 연이어 나온 상황에서 금리 카드를 쓸 만큼 시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고용을 필두로 대부분의 지표가 꺾인 상황에서 인상의 명분은 오로지 정부의 압박 밖에 없다"며 "만약 올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 이로써 인상이 종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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