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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경제가 희망이다]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수소경제 꽃 핀다

일본·독일·중국 등, 기술 주도권 잡기 나서
무너지는 제조업 생태계에 수소로 활력

등록 2019.01.04 07:30:00수정 2019.01.22 09: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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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경제가 희망이다]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수소경제 꽃 핀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다. 하지만 미국 경제를 정작 훨훨 날게 만드는 근본적인 힘은 다른 MAGA(Microsoft, Amazone, Google, Apple)에 있다는 게 미국 경제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른바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이끌고 있는 실리콘 밸리형 혁신기업들이 주인공이라는 설명이다.

오픈이노베이션, 제조업과 서비스의 결합,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활용, 바이오기술 혁명, 최첨단 IT기술의 오프라인 진출을 통한 유통혁신으로 대표되는 최신의 흐름들은 이들 기업들이 전개하는 시장선점 전략 과정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트렌드다. 한마디로 MAGA 기업들은 기존의 제조업 기반 경제에서 서비스가 중심된 신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며 새로운 가치사슬과 산업 생태계를 일으키고 있다.

주력 산업의 대부분이 중국에 따라잡히고, 신성장동력은 찾지 못해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도 결국 '신경제(New Economy)'에서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뉴시스는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이해 '新경제가 희망이다'라는 기획을 통해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봤다. 새로운 산업과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신기술 11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동향 탐색과 국내 현황 진단을 통해 우리나라의 신경제 발전 가능성을 짚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인간 문명을 재구성할 강력하고 새로운 에너지 체계가 부상하고 있다." "수소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상 초유의 진정한 민주에너지가 될 것이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저서 '수소혁명'을 내며 예고했던 수소경제사회는 2002년까지만 해도 '먼 미래의 일'로 치부됐지만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원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기후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적 논의에도 불이 붙으며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수소의 생산·저장·활용기술을 확보하고,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에 돌입했다.

일본, 중국, 독일 등 경쟁국들은 정부의 탄탄한 지원을 기반으로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해 8월 혁신성장 3대 전략투자분야에 데이터경제, 인공지능(AI)와 함께 수소경제를 선정했다. 올 1월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자동차·철강 산업 등이 이어지며 제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경제'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이다.

◇왜 수소인가…고갈·환경오염 우려 없어

수소경제의 또다른 이름은 '에너지 혁명'이다. 화석연료와 달리 고갈 우려가 없고, 연소 후에 다시 물로 변하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없다. 특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수소는 그야말로 '꿈의 에너지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석연료는 50년 후 고갈된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은 1조7000억 배럴이며, 연간 석유 생산량은 340억 배럴이다. 아직 매장량으로 등재되지 않은 자원량을 고려하면 석유 매장량이 더 늘어날 수 있지만 글로벌 석유 소비량이 연 평균 1.5% 정도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머지 않은 미래에 수급불균형 사태가 올 수 있다.

석유는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와는 별개로 의류, 가전제품 등에 들어가는 석유화학제품의 원재료이기도 한 만큼 에너지원 대체가 절실한 상황이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데다 사용한 후 다시 물로 재생돼 사실상 무한한 에너지다. 사용 후 오로지 물만을 배출하는 만큼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화석연료 고갈과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등을 막을 수 있는 최적의 카드로 평가된다. 수소는 공기보다 가벼워 대기중에 누출될 경우 빠르게 공중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화재로 인한 위험성도 낮다.

◇일본, "세계 최초 수소사회 만들 것"

비산유국이 산유국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해오는 화석연료시대와 달리 수소경제시대가 오면 기술력을 가진 국가와 기업이 패권을 잡게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기술력 확보에 매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수소사회 전환을 선언한 일본은 2014년 수소사회 추진을 천명,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차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대규모 수소발전소를 건설하고, 수소 해외조달망을 확보, 수소차 80만대가 일본 전역을 운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분산발전용 연료전지시스템도 53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본 고베시 외곽의 인공섬 '포트아일랜드'에는 수소발전소가 완공돼 세계 최초로 수소에너지를 도심의 복수시설로 공급하고 있다. 또 25만 가구 이상의 일본 가정집들은 책장사이즈의 소형 분산발전 연료전지시스템 '에너팜'을 활용,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

[新경제가 희망이다]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수소경제 꽃 핀다

일본은 수소차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최대 경쟁자이기도 하다. 세계 완성차 업체 중 양산형 수소전기차를 생산한 곳은 현대차(투싼FCEV·넥쏘)와 일본의 도요타(미라이), 혼다(클라리티) 등 3곳 뿐이다.

◇중국 수소굴기…M&A로 기술력 흡수

일본이 대지진을 계기로 수소에 눈을 돌렸다면 중국은 심각한 대기오염의 해법을 찾기 위해 '수소 굴기'에 나섰다.

중국은 2016년 10월 '수소차 발전규획'을 발표, 2020년까지 5000대, 2030년까지 100만대까지 수소차를 늘려 세계 최대의 수소차 시장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수소충전소는 2020년 100개, 2030년 1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업계 역시 수소차 등 수소산업 공략에 달려들고 있다. 수소차 개발·양산에 나선 중국 완성차 업체는 상하이자동차와 치루이자동차 등 10여곳에 이른다. 연간 5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상용차공장도 완공됐다.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중국  웨이차이사는 지난해 8월 수소연료전지 특허만 130개를 갖고 있는 캐나다 업체 발라드를 인수했다. 발라드는 웨이차이에 연료전지 핵심 기술을 이전하고 2021년까지 중국 수소 트럭과 버스에 들어갈 전지를 공동 생산할 방침다.

◇독일, 국가수소기구 세우고 오랜 지원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독일에서는 이미 수소버스들이 도로 위를 쌩쌩 달리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열차 '코라디아 아이린트'가 본격 상업운행을 시작했다. 독일은 2040년까지 디젤 열차를 전량 폐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독일은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클린에너지파트너십'(CEP)에 따라 독일은 수소충전소를 확충하고 수소차 시범주행 등을 실시해왔다. 국가수소기구 NOW의 프로그램을 통해 4억 유로 규모의 예산이 지원됐다.

이를 통해 독일기업들도 세계적 기술력을 확보했다.

세계적 가스생산업체인 린데는 기체수소 액화기술, 액화수소 압축·이송기술 등 액화수소와 관련된 다양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린데는 독일 로이나와 잉골슈타트 지역에 액화수소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미국·일본 등 세계 15개국 200개 이상의 수소충전소에 린데의 기술력이 적용됐다.

◇다소 늦은 한국…이달 수소경제로드맵 발표

한국의 대응은 독일과 일본 등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다. 현대차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소충전소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제대로 보급이 이뤄지지 않은 것 역시 정부의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미흡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분야는 눈부신 기술발전을 이뤘지만 연료전지 기술과 보관·운반 기술 등은 선진국에 비해 턱 없이 미흡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 3분기 이후 자동차 등 제조업 위기가 극심해지며 정부는 제조업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한 카드로 '수소'를 선택했다. 지난해 8월에는 혁신성장 3대 전략투자분야로 수소경제를 선정했고, 올 1월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18일 내년 업무보고를 통해 2022년 수소차 6만5000대 생산, 수소차 충전소 310곳 확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수소차  보조금 규모를 4000대로 늘리고, 공공기관 친환경차로 수소버스를 2022년까지 누적 보급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많이 늦었지만 우리나라는 석유화학공업이 발달해 부생수소를 활용하기 적합하고, 자동차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앞으로 민관이 함께 노력한다면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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