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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자본시장정책 진단②]규제에 막힌 초대형 IB 육성…"규제완화 필요성" 한 목소리

한국판 골드만삭스 꿈꾸며 초대형 IB 출범 1년 넘었지만…규제에 발목 잡혀
자기자본 4조원 요건 5개 업체 갖췄지만 발행어음 인가는 한투·NH證 2곳뿐
발행어음 인가 조건에 대주주 적격성 등 엄격한 잣대 적용…요건 완화 요구↑

등록 2019.01.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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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자본시장정책 진단②]규제에 막힌 초대형 IB 육성…"규제완화 필요성" 한 목소리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증권업계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 신규 인가, 각종 규제 등 제약 요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초대형 IB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규제'를 꼽은 것이다.

초대형 IB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견이다. 

뉴시스가 2019년도 기해년을 맞이해 국내 증권사 17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문제인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에 대해 10개 업체가 중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개 업체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의견을 내놨지만 5개 업체는 '매우 못하고 있다'고 혹평한 것으로 집계됐다. 즉 17개 업체 중 15개 업체가 문재인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을 '중하'로 평가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 정책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로 손발이 묶여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완화 ▲단기금융업 인허가 요건 완화 ▲IB 서비스 영역별 필요자본금 한도 인하 ▲정부의 개입 강도 완화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文정부 자본시장정책 진단②]규제에 막힌 초대형 IB 육성…"규제완화 필요성" 한 목소리


실제로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국내 발행어음 인가 상황을 살펴보면 왜 증권가에서 정부 규제가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지 쉽게 알 수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갖춘 증권사가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발행어음 인가가 없는 회사는 초대형IB 인가를 받았어도 단기어음 발행을 할 수 없고 이에 따른 사업 진행도 어렵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로 지정됐지만 발행 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2곳에 불과하다.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11월 최초로 인가를 받았고 NH투자증권이 지난해 두번째로 인가를 받은 상태다. 이중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금융당국의 징계 대상에 올라 사업이 불투명하다.

나머지 증권사들의 인가 획득 여부도 불투명하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를 하면서 발행어음 인사 심사가 무기한 연장됐다.

KB증권은 통합 이전 현대증권의 59조원 불법자전거래에 대한 징계로 인가를 받지 못했고 최근 재신청을 준비했지만 직원 횡령 사건으로 인가 신청이 미뤄졌다.

지난해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현금 배당을 실시하면서 1주당 주식 1000주를 배당하는 이른바 유령주식 배당사고를 일으키며 초대형 IB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규제는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는 조건으로 대주주 적격성 등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초대형 IB 시대가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약 5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발행어음으로 조달된 자금이 기업금융에 투입되는 금액도 적을 수 밖에 없다.
[文정부 자본시장정책 진단②]규제에 막힌 초대형 IB 육성…"규제완화 필요성" 한 목소리

최근에는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규정 위반 의혹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두 차례나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종합 결과 조치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 징계 결과에 따라 사태가 일파만파 커질 수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발행어음 영업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단기금융업 인가 사업자가 발행 어음 자금을 조달·활용하는 부분에 있어 또 다른 제약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발행어음 투자 용도 제한 등도 개선이 필요한 규제로 볼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발행회사는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발행 어음 수탁금의 50% 이상을 신용공여나 A등급 이하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요건을 만족하는 기업이 적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 육성 기조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 어음 부당 대출에 따른 규제 강화는 별개로 고려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다른 관계자는 "현 상황만 놓고 볼 때 문재인 정부가 IB 육성 기조를 가지고 있는지가 의문"이라며 "발행어음 사업이 오히려 IB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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