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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백년과 여성]③"독립운동가 남편에 가려진 아내…다시평가 필요"

일찍이 조국 독립 위해 국제 연대 필요성 깨달아
중국학생 대상 순회강연하며 지지세력 확대 도모
재미 한국여성단체들 접촉해 부인회 활동 독려도
전문가 "남편 김규식에 가려 제대로 평가 못받아"

등록 2019.02.24 06:00:00수정 2019.02.24 16: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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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순애 여사 등의 활동'을 다룬 1920년 4월10일자 독립신문. (사진 =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서울=뉴시스】'김순애 여사 등의 활동'을 다룬 1920년 4월10일자 독립신문. (사진 =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타고난 외교활동가.'

김순애의 삶을 저술한 역사학자들이 공통으로 내리는 평가다. 일찍이 조국 독립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연대가 중요함을 깨닫고 밖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상해 임시정부 시절, 김순애는 중국에서 안정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현지인들의 지지가 절실함을 알았다. 상해 남녀학교를 돌며 '한중문제'란 주제로 순회 강연을 했고, 강연 중 당시 소속됐던 신한청년당의 기관지 120여권을 판매했다. 중국인들에게 독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차후 일본에 대항하는 '동지'로서의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활동이었다.

또 상해·중경에서 부인회 활동을 하면서 다른 중국 지역은 물론, 저멀리 재미 한국 여성 단체들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그들의 부인회 활동을 독려하면서 서로 긴밀히 연락하자고 제안했다. 세계를 무대로 임시정부 활동을 지원할 든든한 지원군들을 마련한 것이다.

돋보이는 외교적 감각으로 1919년 4월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후 1945년 광복을 맞아 귀국할 때까지 다양한 단체에서 활약한 김순애지만, 이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동안 김순애에 대한 연구는 단편적이고 소략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글 몇 편이 있을 뿐 개별의 전문적인 연구는 없다…비슷한 시기에 함께 여성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조카인 김마리아에 대한 연구성과와 견주어도 김순애는 그 활동상에 비해 연구가 미진한 편이다."

강영심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사학연구소 연구원은 '한국독립여성운동가'라는 책에 실린 '김순애의 생애와 독립운동'이라는 글에서 이같이 평했다. 활약상에 비해 덜 알려진 인물로 평가된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남편 우사 김규식의 평가에 가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강영심 연구원은 같은 글에서 "이 같은 경향은 김순애가 우사 김규식의 부인으로 더 잘 알려진 까닭에 그의 활동이 주목받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1919년 8월14일자 신한민보에 실린 상해 대한애국부인회 김순애 회장이 미주여자애국단에게 보낸 편지. (사진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제공)

【서울=뉴시스】1919년 8월14일자 신한민보에 실린 상해 대한애국부인회 김순애 회장이 미주여자애국단에게 보낸 편지. (사진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제공)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 등 여성독립운동가 관련 서적을 펴낸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도 이와 같은 분석에 동의하며 비단 김순애만의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 소장은 "전 재산 600억을 조국에 기부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우당 이회영 선생의 부인인 이은숙 지사는 지난해 서훈을 받았는데 남편보다 56년 늦은 추서였다"고 했다. 이어 "독립운동가 오광선 장군의 부인 정현숙 지사는 '만주의 어머니'라 불릴 정도로 활발한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흔히 여성의 독립운동을 '내조'나 '지원' 등의 보조적 행위로 보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결혼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은 지금으로 치면 '워킹맘'이었던 것"이라며 "외부에서는 남편 못지 않게 전방위적으로 독립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자녀 양육, 집안 살림, 나아가 경제적 상황까지 책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독립운동 전선에 나섰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재평가하고 이들을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지도록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참고자료: 독립기념관 <한국여성독립운동>(1989),  (사)3.1여성동지회 <한국여성독립운동가>(2018),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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