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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혁신이 힘이다]'변화 적응'이 생존의 핵심...미래형 인재 확보 나선 기업들

현대차그룹, 해외 인재 확보 위한 글로벌 포럼 개최
SK그룹, 미래형 인재 위한 업무환경 구성...절차 간소화
LG그룹, 빅데이터·인공지능 인재 발굴 위한 프로그램
차상균 원장 "전문분야·미래기술 능숙한 '양손잡이 인재' 필요"

등록 2019.09.20 0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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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혁신이 힘이다]'변화 적응'이 생존의 핵심...미래형 인재 확보 나선 기업들


【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1681년 멸종된 도도새는 오늘날까지 변화 적응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별다른 천적이 없었던 도도새는 생존의 핵심 역할을 하는 날개를 포기한 채 육지 생활을 이어갔고, 1505년 이후 시작된 인간의 본격적인 사냥으로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인도양의 모리셔스(Mauritius) 섬에 서식하며 한 때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했던 도도새는 결국 인간이 섬에 첫 발을 들인 뒤 약 100년 만에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혁신 기술 경쟁을 부추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 말은 경제 분야에서도 통용된다.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기업 문화 혁신에 앞장서고 디지털 혁신 인재 등용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인재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인턴부터 신입사원, 해외 인재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채용 방식을 운영하며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부터 일반직·연구직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기존 '정기 공개채용'에서 '상시 공개채용' 방식으로 전환했다.

상·하반기 각 1회씩 연 2회 고정된 시점에 채용하는 기존 채용 방식으로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복합하는 미래 산업환경에 맞는 융합형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것이다.

기존 정기공채 방식은 향후 필요 인력 규모를 사전에 예상해 정해진 시점에 모든 부문의 신입사원을 일괄 채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신입사원이 배치될 시점에는 경영 환경 변화로 현재 상황에 맞는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인력부족 등의 문제 역시 발생했다.

그러나 상시채용은 각 부문별로 인력이 필요한 시점에 연중 상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시 공개채용 방식은 각 부문이 특정 직무(분야)의 인력이 필요한 시점에 채용공고에서부터 전형, 선발 등 모든 채용 과정을 직접 진행하는 만큼 기존 정기공채 대비 지원자가 입사 후 담당하게 될 직무에 대한 세부 정보와 필요한 역량을 채용공고를 통해 더욱 상세하게 공개할 수 있다.

[디지털혁신이 힘이다]'변화 적응'이 생존의 핵심...미래형 인재 확보 나선 기업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ICT 기반의 융합기술과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지고 이러한 시장환경에서는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가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기존 정기공채 방식으로는 적시에 적합한 인재확보에 한계가 있어 연중 상시공채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우수 인재 발굴과 영입에도 노력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제9회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톱 탤런트 포럼'을 개최하고,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우수 인재 발굴·영입에 나섰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계열사들이 참가해 해당 사업 부문에 대한 11개의 주제를 선정하고 참가자가 본인의 전공, 연구 분야, 경력과 관련된 주제를 선택해 자유롭게 발표하는 학술 포럼 형식으로 진행됐다.

올해 포럼은 현대차 관련 7개 세션(▲빅데이터 ▲컴퓨터비전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수소ㆍ연료전지 ▲친환경 ▲차량기본성능), 현대모비스 2개 세션(▲지능형차 ▲핵심부품), 현대제철 2개 세션(▲차세대 공정기술 ▲신소재·응용기술)으로 구성됐다.

글로벌 톱 탤런트 포럼에는 지원자들의 자유로운 발표 시간 외에도 현대차그룹 각 참여사의 임직원이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연구 현황과 미래 기술의 방향성에 대해 지원자들과 공유하고 심도 있게 토론할 수 있는 상호소통의 장도 마련된다.

현대차그룹은 포럼 참가자 전원에게 소정의 발표료를 지급하고, 세션별 최우수 발표자에게는 포상금 지급과 연구장학생 선발 기회, 현대차그룹 입사자격 부여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디지털혁신이 힘이다]'변화 적응'이 생존의 핵심...미래형 인재 확보 나선 기업들


SK그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과 인공지능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딥 체인지'를 핵심 동력으로 삼고 그룹 역량을 결집시키는 등의 디지털 혁신을 그룹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혁신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SK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디지털 기술 역량 강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같은 그룹 차원의 디지털 혁신 방침에 맞춰 관계사들 역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클라우드·모바일에 기반을 둔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 구축을 통해 스마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 메신저 '팀즈'의 전사 확산, 용량 무제한의 클라우드 이메일 전사 적용, 자동 저장과 간편한 공유가 가능한 클라우드 문서함 전사 배포 역시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 구축의 일환이다.

구성원 개인에게 일하는 방식을 바꿔 달라고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변화를 추진할 수 없다고 보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필요한 효율적·생산적 업무 환경을 제공해 사람 중심의 기업 문화와 경쟁력을 만들어 나간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팀즈가 전사로 확산될 경우 시공간의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공유하고 문서를 공동 편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대면(對面) 보고 횟수를 줄이고 대신 간편하게 채팅이나 영상통화 등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등 수평적인 기업 문화 확산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혁신이 힘이다]'변화 적응'이 생존의 핵심...미래형 인재 확보 나선 기업들


LG그룹은 디지털 시대에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미래형 젊은 사업가'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창업 허브 팁스타운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챌린지'를 개최하고 젊은 사업가 육성에 나섰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챌린지는 LG MBA 과정에 선발된 103명의 인재들로 구성된 21개 팀이 지난 4개월 간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발표하는 행사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LG MBA 참가자들은 국내·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클라우드 전문가,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함께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제 사업화를 전제로 한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

우승팀은 구글과 미항공우주국(NASA) 등이 후원해 설립한 창업전문대학인 미국 싱귤래리티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연수를 받는다.

21개 팀 전원은 미국, 이스라엘, 독일, 러시아,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스타트업들이나 디지털 전문가들과 함께 자신들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테스트하고 적용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혁신은 우연히 이뤄지지 않는다"며 "빠른 실행력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의 결과물이고, 미래 리더들이 갖춰야 할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하며 미래 인재 발굴에 나섰다.

[디지털혁신이 힘이다]'변화 적응'이 생존의 핵심...미래형 인재 확보 나선 기업들


LG 테크 콘퍼런스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참가했으며 미주 지역 유수 대학의 인공지능, 신소재·재료, 로봇, 자동차 분야 등 석·박사 과정 유학생들이 초청됐다.

구 회장은 지난 2월 국내 대학 석∙박사 과정 연구·개발 인재 대상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한 데 이어 미주 지역 연구·개발 인재들과도 만남을 가지는 등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미래형 인재를 초반에 충분히 확보해야 기술을 혁신하고 새로운 제품도 개발할 수 있다"며 "한 손에는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도, 다른 손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양손잡이형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차 원장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말고 해외에서도 디지털 혁신 인재들을 데려와야 하는데 현재 한국 기업들의 꽉 막힌 업무 환경은 해외 인재들에게 맞지 않는다"며 "기업들이 급변하는 상황에 발맞춰 조직 문화를 빠르게 혁신해야 유능한 해외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기업 내에서 그치지 않고 정부가 육성 비용과 연구비 등을 적극 지원해줘야 한국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아시아의 허브로 거듭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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