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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혁신이 힘이다⑧] AI에 무릎 꿇은 펀드매니저들

등록 2019.09.2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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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사회 각 분야의 디지털 혁신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도 차근차근 디지털화를 이어가고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적절한 투자전략을 찾는가 하면 인공지능 고객응대 서비스와 로봇기술을 통한 업무 효율화 등을 도입하면서 투자업무를 최적화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가상화폐 업계 역시 안전한 거래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혁신기술을 적용해나가고 있다.

◇증권업계, 디지털로 업무 혁신…빅데이터·AI 활용한 투자도

증권사들은 우선 투자와 고객응대 업무에 주로 혁신기술을 도입하는 분위기다.

KB증권은 2017년 말부터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프로그래밍을 이용한 업무 자동화)를 도입하기 시작해 약 130여개 업무에 이를 적용함으로써 연 환산 업무시간 기준으로 약 3.5만 시간(지난달 말 기준)을 절감했다. 이 같은 RPA 적용 업무를 확대해 향후 서버형 RPA, 사내업무 챗봇 등을 도입하면서 더욱 효율화해나갈 방침이다.

증권업계 최초로 직원 대상 사내업무응대 인공지능 챗봇인 '톡깨비(Talk KB)'도 선보였다. 자연어 처리기술과 머신러닝 기반의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계좌관리, 출납·제권리, 매매 등 영업점의 모든 업무와 직원들의 업무 문의가 많은 인사, 리서치 자료를 제공하는 리서치 서비스에 대한 답변이 가능한 서비스다.

또 지난해 11월 전 영업점에 도입한 디지털창구를 통해 각종 업무처리를 종이서식에서 전자서식으로 전환했으며 신분증스캐너 등 디지털스캐너 3종을 도입해 신분증, 서명 및 인감, 기타 징구서류 등 고객제시 증빙자료를 직원의 이석 없이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연내에 시작할 예정인 '스타매니지먼트II' 서비스를 통해서는 코스피, 코스닥 전 종목을 대상으로 각 종목별로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적용해 각 종목별 적정매수가·적정투자기간·투자분석리포트 등 최소 3개의 모델을 토대로 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총 4500여 개의 머신러닝 모델을 생성해 고객에게 서비스할 예정이다. 전 종목에 대해 각 종목별로 별도의 모델을 3개씩 생성하고 매일 업데이트하는 것은 업계 최초다.

이 밖에 폴더블폰 출시 일정에 맞춰 업계 최초로 MTS 'M-able(마블)' 폴더블(Foldable) 버전도 출시한다. 모바일 화면의 특성상 다양한 매매관련 정보를 한 화면에서 보기 어렵다는 한계를 '폴더블 버전' 화면구성을 통해 극복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NH투자증권도 디지털을 통한 자산관리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WM디지털본부에서 고객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투자정보와 솔루션으로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 주관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최종 통과한 알고리즘으로 개발한 총 6개의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QV 글로벌 로보 랩'은 미국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서비스로 올해 상반기 국내 전체 로보어드바이저 중에서 수익률 1위(적극투자형 20.00%·위험중립형 18.83%)를 차지했으며 'QV로보랩(디셈버)'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자산운용사인 디셈버앤컴퍼니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고 AI(인공지능)에 의해 펀드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또 로보 알고리즘에 의해 산출되는 자문 내역을 참고해 고객이 본인의 계좌를 직접 운용할 수 있는 'NH로보 글로벌ETF 자문형'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인 'NH로보 EMP랩' 등을 운용 중이며 개인연금계좌에 대해 각각 연금펀드와 연금ETF로 자문해주는 'NH로보 연금 자문형'과 'NH로보 연금ETF 자문형'을 지난해와 올해 잇달아 출시했다.

또 지난해 9월 자동화된 알고리즘 기반의 주식투자 서비스인 '알고리즘 마켓'도 출시했다. 알고리즘 마켓에서는 추천 종목에 대한 간편 주문이 가능하고 투자자 본인 계좌의 운용 수익률과 추천 전략의 수익률을 비교해 투자성과 점검을 할 수 있어 실제 주식투자 고객들의 성과 관리에 유용하다.

올해 5월에는 전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를 분석해 매일 1개의 종목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올댓 A.I 리포트' 서비스도 출시했다. 리서치 보고서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법을 활용해 분석한 뒤 종목을 선정한다.

미래에셋대우는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디지털금융 부문 내 빅데이터 전담 조직을 신설했으며 네이버와 업무협약을 맺어 금융과 IT의 새로운 결합모델을 찾고 있다. 또 서울대 통계학과와 산학협력을 맺어 주가 예측 연구를 진행하는 등 금융 데이터 관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증권사 단독으로는 처음으로 핀테크 지원 프로그램인 '미래에셋 핀테크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미래에셋대우가 디지털 혁신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핀테크 또는 신기술 보유기업을 선정해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과제를 수행한 자이냅스·베이글소프트·파워보이스 등 스타트업 3개사가 성과를 발표했다.

자이냅스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업무에 필요한 뉴스를 추천해주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베이글 소프트와 파워보이스는 목소리를 이용한 본인 인증 서비스인 '화자인증' 서비스를 시연했으며 미래에셋대우는 서비스 테스트를 거쳐 상용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버 및 플랫폼으로 ▲초고수의선택 ▲대가의 투자 레시피 ▲미스터빅(Dr.Big)의 투자진단 ▲빅데이터 트렌드 종목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모바일앱 엠팝(mPOP) 서비스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빅데이터가 분석을 통해 종목을 추천하는 '주식선호분석', 삼성증권 수익률 상위 1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고수들의 보유종목' 정보 등을 제공한다.

상품의 선택과 세무 등 전문영역에 대한 투자자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상담팀도 도입하고 있다. 디지털상담팀은 5년 이상의 고객상담 경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 PB 20명으로 구성돼있으며 전화상담을 통해 온라인거래 중 발생하는 투자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

증권 유관기관들도 디지털 변화의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금융·증권 관련 전산인프라를 운용하는 회사인 코스콤은 우선 금융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네이버 비즈니스플랫폼과 손을 잡고 토종 금융 특화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다음달께 본격적인 금융클라우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코스콤의 금융클라우드는 핀테크 업체들과 함께 생태계를 구성해 갈 예정인 만큼 양질의 핀테크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블록체인 기술도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KEB하나은행 등과 협력해 선보이는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인 '비 마이 유니콘'을 통해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온 비상장주식 거래를 올해 말부터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해 빠르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비상장주식 매도자와 매수자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대금을 입금하면 이후 주주명부 변경까지 비상장주식 거래 전 과정이 블록체인 플랫폼 안에서 투명하게 관리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벤처기업들은 주주명부 관리부담을 줄이고 투자자들은 비상장 주식거래시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또 최종적으로 스타트업들의 자금조달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SKT, LG유플러스, KT, 삼성전자,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모바일 전자증명(DID) 시장에도 진출한다.

대학 제증명 서류, 성적표 등을 스마트폰의 보안저장 영역에 저장하고 원하는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바일 전자증명으로 개인의 신원을 확인해 증명하고 본인 스스로 개인정보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한국예탁결제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리눅스 재단에서 산업 간 블록체인 기술을 확장하기 위해 만든 컨소시엄인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을 통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투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주요 예탁·금융기관 20여곳으로 구성된 글로벌 연구개발 그룹인 CSD워킹그룹을 통해 예탁결제기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가상화폐 등장에 대한 분산장부 플랫폼의 대응방안 등을 연구해 올해 안에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디지털 적용해 고객보호 강화

보안이 핵심인 가상화폐 관련업계도 디지털을 통한 고객 보호를 통해 가상화폐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은 최근 국내 자산 토큰화 플랫폼 전문기업 코드박스에 투자하고 중국 블록체인 프로젝트 등급평가 서비스 제공업체 스탠더드앤컨센서스(SNC)와 업무제휴(MOU)를 체결하는 등 국내외 블록체인 기업들과 손잡고 증권형토큰(Security Token)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증권형토큰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계약을 첨가한 증권이다. 코드박스는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 기반 증권형토큰 발행·관리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디지털 자산 발행 및 거래뿐 아니라 투표, 배당, 환매, 범죄자 계정 동결 등 기능을 지원하고 자산 소유자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장치를 제공한다.

또 중국 SNC의 경우 빗썸의 미국 파트너사인 시리즈원(seriesOne)이 추진하는 증권형토큰공개(STO) 프로젝트의 분석 및 평가를 맡아 투자자에게 공신력 있는 투자정보를 제공한다.

빗썸은 이번 협업을 통해 글로벌 기업 및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공격적으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증권형토큰공개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빗썸은 미국 핀테크기업 시리즈원(seriesOne)과도 계약을 맺고 현지 증권형토큰거래소 구축을 위한 투자와 기술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빗썸은 또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운영하는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 4대 거래소 간 핫라인을 구축해 자금세탁방지(AML·Anti Money Laundering) 공조에 나서고 있다. 핫라인을 통해 범죄자가 암호화폐를 범죄에 이용하기 위해 여러 거래소에서 동일한 지갑으로 출금하려는 경우 신고가 들어온 거래소를 통해 범죄 지갑주소를 즉시 공유하면 피해금이 다른 거래소를 통해 출금되기 전에 차단된다.

이 밖에 ISO27001(국제표준 정보보호경영시스템 인증)과 BS10012(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국제인증) 등 국제인증 취득을 통해 보안성을 높이고 24시간 지연 출금제 등 피싱(특정인 등을 사칭해 송금 등을 유도하는 행위)처럼 암호화폐 관련 금융범죄에 대한 대비책도 도입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가 웹(PC)을 통한 거래만 지원돼 해킹의 위험성과 번거로운 인증과정을 겪어야 했던 것과 달리 모바일에 최적화된 쉽고 빠른 거래 환경, 사용자 중심의 직관적인 UI/UX, 카카오페이 인증을 활용한 안전하고 간편한 로그인 등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의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모바일 메신저 기반 전자문서 간편인증 서비스인 '카카오페이 인증' 간편 로그인 시스템을 국내 거래소 중 유일하게 도입해 본인 인증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역시 자회사 트래블바이빗(TravelbyBit)을 통해 디지털 혁신을 추진 중이다. 호주 퍼스공항을 비롯해 전 세계 각지 공항을 중심으로 항공권, 까페, 레스토랑 등에 BTC(비트코인), BNB(바이낸스 코인) 등 암호화폐 실시간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회사로 호주 퍼스공항에 8곳 정도를 구축한 데 이어 한국을 포함한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추진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멀티미디어 환경의 발달로 인해 기존에는 일부 투자자에게만 제공됐던 정보들이 보다 많은 투자자에게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향후 리서치센터와 디지털본부의 협력을 강화해 보다 많은 정보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제작해 '찾아가는 리서치'의 개념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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