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유통가④]편의점 성장 정체…미래는 근거리 쇼핑

[서울=뉴시스]편의점 업계는 코로나19를 맞아 높아지는 근거리 쇼핑 수요를 잡기 위한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CU에서 모델이 장을 보는 모습. (사진=BGF리테일 제공). 2021.10.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편의점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장 포화, 성장 정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점포 수는 늘어나는데 개별 가맹점 매출은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부진은 혁신을 채찍질하는 동력이 됐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종합하면, GS리테일·BGF리테일·코리아세븐 연 매출액 전년 대비 신장률은 2016년 18.2%에서 2018년 8.5%, 2019년 4.1%, 지난해 2.4%로 3년째 한 자릿수다.

GS25·CU·세븐일레븐·미니스톱·씨스페이스가 가맹한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편의점 총 매출액은 24조4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줄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현황 자료를 보면, 가맹점 매출은 2016년 평균 22억원에서 지난해 20억9000만원으로 5% 줄었다. 같은 기간 4개사 편의점 점포 수는 3만1298개에서 4만4706개로 42.8% 늘었다.

이마트24를 뺀 산업부 통계를 살펴봐도 점포당 매출액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전월 대비 8.1%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2월까지 12개월 연속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3~4월과 7월을 제외하고 8월(-1.8%)까지 모두 하락했다.

업계와 증권가에선 아직 편의점이 성장할 잠재력이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에 점포가 쏠려 지방에 출점 여력이 있다는 등 알려진 이유만이 아니다. 편의점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새 먹거리로서 잠재력을 보인 '퀵커머스'에 눈길을 두고 있다.

근거리 쇼핑 플랫폼 도약을 위한 인수합병(M&A), 배달 서비스 강화, 그리고 근거리 소비자들을 겨냥한 신선식품 강화에 편의점 업계가 사활을 거는 이유다.

[서울=뉴시스]대한민국 첫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올림픽점(당시 올림픽선수촌점) 개점 당시 전경. 올림픽점은 1989년 5월6일 문을 열어 2021년 10월 현재까지 같은 자리에서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1988년 5월 설립, 미국 사우스랜드(현 7-Eleven Inc.)와 기술 도입 계약을 맺고 첫 점포를 열었다. (사진=코리아세븐 제공). 2021.10.06. [email protected]

미국식 PB 들여온 1호 편의점, 먹거리 채널로 진화

코리아세븐은 1989년 송파구에 국내 1호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현 올림픽점)을 열면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서구 문화를 자체 브랜드(PB)로 내세웠다. 바로 '걸프', '슬러피'다. 걸프는 대형 종이컵에 탄산 음료를 담아 먹는 상품이며, '슬러피'는 '슬러쉬'로 알려진 얼음과 주스 혼합 제품이다.

편의점 역사 첫 장을 열었던 걸프와 슬러피는 세븐일레븐이 미래로 꼽는 특화 편의점 '푸드드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푸드드림은 2019년 7월부터 운영 중인 생활 먹거리, 쇼핑 특화 고급 편의점이다. 회사는 올해 8월 푸드드림을 전국에 460개점 운영 중이며, 올해 말 500개점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푸드드림은 일반 점포 대비 효율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븐일레븐 집계 결과, 푸드드림은 일 평균 매출과 객단가가 각각 66.5%, 20.9% 높았다. 가맹점주는 일반 점포 대비 6%포인트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매출이 20% 수준에 불과해 일반 점포 절반 수준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세븐일레븐은 푸드드림을 미래 편의점으로 힘을 주면서 매대에 깔릴 상품으로는 신선식품을 제시한다. 통합 브랜드 '세븐팜'이다. 가깝고 편리한 도심 속 오아시스 농장을 주제로 과일, 축산, 수산물을 1~2인용 소용량 상품 중심으로 구성했다. 현재 전국 700여개 점포에서 세븐팜 특화 매대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뉴시스]푸드드림은 세븐일레븐이 2019년 7월부터 운영 중인 생활 먹거리, 쇼핑 특화 고급 편의점이다. 세븐일레븐 이태원중앙점 푸드드림 전경. (사진=코리아세븐 제공). 2021.10.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배달에는 드론을 접목한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6일 스타트업 파블로항공과 드론 배송 서비스와 사업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올해 8월에는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도입을 위해 '뉴빌리티'와 손을 잡았다. 모두 근거리 배달을 준비하는 행보다.

세븐일레븐 올해 5~9월 배달서비스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902%) 성장했다. 푸드드림, 세븐팜을 비롯한 신선식품 매출은 올해 1~9월 전년 대비 약 2배(93.2%) 증가했다.

업계 1위 겨루는 GS25·CU도 "신선식품·퀵커머스"

GS25(GS리테일)와 CU(BGF리테일)은 편의점 업계 1위를 다툰다. 각 사 설명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종합하면, 매출은 GS25, 점포 수는 CU가 1등이다.

이들도 1등이라는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근거리 쇼핑 플랫폼으로의 혁신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GS리테일은 8월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인수했다. GS리테일은 연내 매각 대금 납입을 마칠 것으로 점쳐진다.

GS25를 비롯해 GS더프레시(슈퍼마켓), 랄라블라를 비롯한 1만6000여개 소매점을 요기요와 결합한 도심형 '마이크로 풀필먼트'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장 넓은 지역에서 슈퍼마켓이 갖춘 많은 상품을 가장 빨리 배달하는 근거리 쇼핑 채널을 지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GS리테일은 8월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인수했다. 배달 직원이 GS25 상품을 받아 편의점을 나서는 모습. (사진=GS리테일 제공). 2021.10.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GS리테일은 7월1일 법인 통합 이후 GS더프레시 등을 통해 GS25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초 선보인 신선식품 브랜드 '신선특별시'도 GS더프레시와 GS25 내 정육, 수산, 과일, 채소에 적용한다. GS더프레시 신선식품 MD 역량을 담아 GS25 상품도 30여종을 늘렸다.

CU는 간편식품과 가정 대체식(HMR)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충북 진천에 위치한 중앙 집중조리 시스템 '센트럴키친'에 중장기적으로 약 300억원을 투자한다.

기존 대형 제조사에는 일정한 생산 품목이 고정되어 있어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중소 제조업체는 레시피 개발이 가능한 R&D 시설과 전문가가 부족해 새로운 상품 기획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센트럴키친을 통해 모든 제조 과정과 레시피 개발, 포장까지 전 제조 과정을 한 번에 진행한다. 센트럴키친 프로젝트는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가 CU 간편식품 강화를 목적으로 직접 지시한 사항이다.

연 매출 2조 노리는 이마트24, 슬로건도 바꿨다

2017년 위드미에서 사명을 바꾼 이마트24는 지난해 연 매출 1조6261억원에 이르는 업계 4위로 급성장했다. 이마트24는 이번달 슬로건을 바꾸고 새 도전에 나선다.

이마트24는 최근 새로운 슬로건 '딜리셔스 아이디어'(Delicious Idea)를 공개했다. 맛있고 기분 좋은 경험이 가득한 편의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슬로건대로 먹거리 상품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뉴시스]이마트24가 이달의 과일을 선보인 올해 7~9월 과일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했다. 모델이 이마트24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다. (사진=이마트24 제공). 2021.10.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마트24는 올해 하반기 연구 조직 '딜리셔스 랩'을 사내에 만들었다. 호텔 셰프, 파티셰 등 전문 인력을 영입해 상품 개발자가 기획한 상품의 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겼다.

2030대 MZ세대를 겨냥한 '딜리셔스 비밀탐험대'도 꾸렸다. 2030대 직원 10여명이 직접 전국을 돌며 맛집을 탐방하고, 또래 소비자들에게 '먹힐 것 같은' 상품을 발굴해 시장에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이마트24가 매달 선보이는 '이달의 과일'도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겨냥한 기획이다. 근거리 장보기 고객이 늘어나는 환경에 맞춰 편의점에서 고품질 과일을 판매해 호응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이달의 과일을 선보인 올해 7~9월 과일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하면서 예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