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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20주년 특집]한진 조원태의 도전과 꿈…'역발상 전략' 날았다

등록 2021.10.08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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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75차 연차 총회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19.06.02.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75차 연차 총회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19.06.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코로나19라는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삼아 대한항공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갔으면 합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대한항공 창립 52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발언이다. 조 회장은 올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지 2주년을 맞았다.

한진그룹은 2019년 4월8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자 조원태 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조 회장은 취임 후 크고 작은 고비가 있었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취임 초반부터 순탄치 않았다.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권을 위협하던 KCGI와 반도건설과 손을 잡았고, 제3자 주주연합을 구성하며 조 회장에게 등을 돌렸다. 이후 주주연합은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을 문제 삼으며 지속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요구했지만 한진그룹 내부결속을 바탕으로 조 회장이 승기를 잡으며 일단락됐다.

조 회장의 대표적인 경영 성과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역발상 카드를 꺼내 대한항공이 영업흑자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여객 매출이 전년 대비 74% 감소했지만, 조 회장은 23기에 달하는 대형 화물기단을 적극 활용해 항공 화물 운송으로 수익을 내고자 했다.

아울러 대한항공 여객기 좌석 위에 화물을 탑재할 수 있는 장치인 카고시트 백(Cargo Seat Bag)을 설치·운영하고, 보잉 777-300ER 여객기 좌석을 떼어내 화물기로 개조해 투입하는 등 화물수송 역발상 전략을 제안했다.

[인천공항=뉴시스]홍찬선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국 교민들을 태우고 돌아올 전세기에 탑승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1.30. mania@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홍찬선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국 교민들을 태우고 돌아올 전세기에 탑승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1.30. [email protected]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대형 항공사 중 유일무일하게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올해 3분기에도 화물 사업이 견인해 흑자 청신호로 상승세가 전망된다.

조 회장의 탁월한 경영 성과로 대한항공은 미국 항공 전문매체 '에어 트랜스포트 월드(ATW)'가 주관하는 '2021년 올해의 항공사'에 선정됐다. 1974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47회를 맞은 ATW의 '올해의 항공사'는 '하늘 위의 오스카상'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 항공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평가받는다.

조 회장은 이번 수상에 대해 "명망 있는 ATW 올해의 항공사에 선정돼 영광"이라며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상황을 함께 견뎌준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지속 가능하고 존경받는 항공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오랜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보스턴에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주관으로 열리는 IATA 연차총회에서 ‘2021 에어버스 A220 최우수 운영 항공사상’을 받아 겹경사를 맞았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A220 기종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99.63%의 운항 정시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항공사 중 최고 수치다. A220은 현재 전 세계 11개 항공사에서 174대가 운영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7년 A220 항공기를 첫 도입 한 이후 지금까지 총 10대의 해당 기종을 운영 중이다.

운항 정시율 99.63%는 항공기 1만회 운항 시 정비 결함에 따른 지연이나 결항이 37회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운항 정시율이 높다는 건 정비 불량으로 인한 지연·결항 편수가 적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항공사가 사전에 철저한 예방 정비와 안전 관리를 수행하고 있단 의미다. 참고로 A220 항공기 세계 평균 운항 정시율은 약 99% 수준이다.

[서울=뉴시스]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고객들에게 안전한 기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A330 항공기 기내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2020.06.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고객들에게 안전한 기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A330 항공기 기내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2020.06.29. [email protected]

코로나19 방역 대응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대한항공은 자체 코로나19 통합 방역 프로그램인 '케어 퍼스트'를 실시해 여행 단계별 방역활동을 적극 홍보했고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했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대한항공은 지난 5월 영국 항공사 평가기관인 스카이트랙스에서 코로나19 부문 최고 등급인 '5스타'를 받았다. 

조 회장은 특히 소통경영에 힘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익명게시판과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직원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면서 탈 권위적인 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과거 대한항공 사장 취임 직후에는 조종사노조와 조종사새노조, 일반노조 등 3개 노동조합을 찾아 사측과 노조간 대화 채널 구축에 힘썼으며, 이는 2017년 3월 조종사 노조 파업을 철회하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 신입사원 수료식과 현장 우수 서비스 직원에게 수상하는 엑설런스 시상식 등 직원을 위한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확산 중인 지난해 1월 중국 우한 교민 수송을 위한 전세기에 직접 탑승한 이후 사내 게시판 소통광장을 통해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당장 조 회장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인 인수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국적 양대 항공사들과 저비용 항공사들 간 통합이 이뤄지는 것 만큼 한국 항공산업 재편의 열쇠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14일 공정위와 미국, 유럽연합(EU) 등 필수 신고 국가 9개국의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으며, 현재까지 터키와 대만, 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했다. 현재 남은 곳은 공정위,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베트남 등 6곳이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대한항공은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리비어 호텔에서 열린 에어 트랜스포트 월드(Air Transport World) 시상식에서 2021년 올해의 항공사(Airline of the Year Award) 상을 수상했다고 6일 밝혔다. 조원태(오른쪽) 한진그룹 회장과 카렌 워커(Karen Walker) ATW 총괄편집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2021.10.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대한항공은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리비어 호텔에서 열린  에어 트랜스포트 월드(Air Transport World) 시상식에서 2021년 올해의 항공사(Airline of the Year Award) 상을 수상했다고 6일 밝혔다. 조원태(오른쪽) 한진그룹 회장과  카렌 워커(Karen Walker) ATW 총괄편집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2021.10.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는 최근 연내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조성옥 공정위원장이 "경쟁 제한성이 있어 일정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만큼 승인을 해도 독과점 방지를 위한 조건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통합이 마무리되면 매출과 자산 규모에서 전 세계 7위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이 사실상 고사상태가 되자 이 같은 상황을 오히려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체질을 바꿀 기회로 여겼다고 한다. 과감한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고사될 위기라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은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생존 여부도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도 과감하게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결단을 내렸다. 국내 항공산업의 장기적 생존의 틀을 공고히 하고, 구조조정없이 아시아나 인력들까지 모두 품어낸다는 뜻까지 담았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세상에서 누구보다 높이 비상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저부터 혁신을 실천하겠다”며 “그 기반 위에 아시아나항공도 성공적으로 인수해 함께 더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도록 우리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은 항공기 기단 재편에도 힘쓰고 있다. 10년 내 대형 여객기인 A380-800과 B747-8i 기종의 운항을 중단할 계획이다. 중용이 많이 들어 수익성이 떨어지는 초대형기를 정리하고, 중대형·중형기 비중을 늘려 효율성과 경제성을 잡겠다는 취지다. 조 회장은 글로벌 항공 전문지 플라이트글로벌과의 인터뷰에서 "A380을 5년 내 대한항공에서 퇴출하고 B747-8i도 10년 내 그 뒤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해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플라잉 카'로 불리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도 도전장을 냈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항공우주사업본부를 핵심 부서로 두고 각 부서의 전문가를 소집한 UAM TF를 구성했다. UAM 사업에 먼저 뛰어든 현대차와 한화에 맞서, 항공업계 역량을 중심으로 ‘UAM 3각 구도’를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