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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왜 '청와대 하명수사'라고 의심하나[법정, 그 순간②]

등록 2022.01.0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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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해 11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1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15.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해 11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1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지난해 5월1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해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5명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들이 받는 혐의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검찰은 "송 시장이 국가의 일방적 지원을 받아 울산시장에 당선됐지만 이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을 때가 됐다"며 "부정선거의 종합판이라고 해도 될만큼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한 중대 범죄"라고 말했다.

이에 송 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측 등은 한 목소리로 "수사 청탁은 없었다"고 말했다. 황 전 청장 측도 "정상적인 토착비리 수사였다"고 반박했다. 청탁·수사 하명 모두를 부인한 것이다.

이례적으로 준비기일만 6차례, 약 1년 5개월을 진행했다. 하명수사 재판은 이렇게 시작됐다.

2017년 8월 '공업탑 기획위원회' 출범

2017년 8월께 송 시장의 선거 전략을 수립할 '공업탑 기획위원회'가 설립됐다. 검찰은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이 매주 2회가량 공업탑 기획위 회의 과정에서 송 시장의 선거 승리를 위한 로드맵으로 선거공약 개발·수립 등을 논의했다고 봤다.

검찰은 여기에서 송 시장이 30년 지기인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친분이 두텁다는 점을 활용해 청와대 주무비서관실 또는 선임행정관 등에게 선거운동 도움을 요청하는 등 당·청과 정기 협의 채널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의심한다.

구체적으로 송 시장 캠프가 선거 전략의 두 축인 네거티브(부정적인) 전략과 포지티브(긍정적인) 전략을 실행했고, 네거티브 전략의 일환으로 황 전 청장과 청와대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관련 수사를 청탁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송 전 부시장의 업무일지, 일명 '송병기 수첩'에 기재된 내용을 근거로 'VIP(문 대통령으로 추정)가 직접 송 시장에게 출마 요청하기에는 부담스러워 임 전 비서실장이 대신 요청했다', '송 시장이 당내 경선에서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겨룰 경우 불리하다' 등의 내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1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15.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1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15. [email protected]

송 시장과 황 전 청장은 2017년 9월께 만찬을 함께 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참석자 모두 청탁을 주고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는데 검찰은 어떻게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송 전 부시장 측은 "청와대에 자료를 제공한 것 역시 친밀한 관계였던 문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과 안부통화하는 과정에서 몇몇 내용을 정리해 전달했을 뿐"이라며 "문 전 행정관이 청와대를 통해 수사를 청탁할 것이라고 알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2017년 10월 김기현 첩보보고서 작성 의혹

검찰은 "'김기현 비리의혹'이라는 문건은 문 전 행정관이 송 전 부시장으로부터 받은 것을 일부 가공해서 작성한 법죄첩보서"라며 "문건 두 개를 비교해보면 송 전 부시장이 제공한 의혹에 추가 가공하고 임의로 수정한 것이 확인 가능하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첩보서의 내용은 ▲(김 전 시장의) 지역 토착업체 유착 의혹 ▲시장 비서실장 등 측근 비리 의혹 ▲울산지방경찰청의 김 전 시장 형제 고소사건 진행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해당 문건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거쳐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됐고, 이후 경찰청을 통해 울산청으로 하달됐다고 조사했다. 또 이례적으로 지방선거 전후로 울산청의 수사정보가 청와대 반부패비서실에 수차례 보고됐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송 전 부시장 측은 "지역사회에서 많이 돌고 있는 이야기를 전해준 것일뿐 선거 관련 목적은 결코 아니였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황 전 청장 측은 "검찰 논리에 따르면 경찰이 김 전 시장 및 측근 비리 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경찰에게 직무유기를 강요한 것"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반발했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하명 수사 의혹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1.15.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하명 수사 의혹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1.15. [email protected]

김기현 증인 출석…"경찰발 보도 많아"

13차 공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15일. 김 전 시장이 법원에 출석했다.

김 전 시장은 "울산경찰청이 압수수색한 것이 전국 방송에 나갔고, 울산경찰발로 소환조사가 매일 '김기현 측근 비리' 식으로 보도돼 시민 의식이 나빠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부정부패의 중심인 것처럼 제 평판이 나빠졌다. 떨어지는 지지율에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며 실제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또 검찰의 핵심 증거가 된 '송병기 수첩'과 관련한 질문에 김 전 시장은 "(측근 비리 의혹은)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수첩 속 내용엔) 송 전 부시장과 관련없는 것도 포함해서 (허위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선거 공정성과 관련된 해당 사건은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도 함께 연루되며 60여일 남짓 남은 대선 정국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끝내 재판이 길어지며 대선 전 1심 결과가 나오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김 전 시장의 증인 신문 기일을 한 차례 더 잡아 변호인 측 반대신문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송 시장 등의 15차 공판 기일은 오는 10일 진행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