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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전쟁②] 창과 방패의 싸움…美中 패권 경쟁

등록 2022.05.06 06:10:00수정 2022.05.06 10: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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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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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양자 컴퓨팅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미래 기술로 주목 받으면서 세계는 지금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앞서가는 가운데 유럽과 일본이 바짝 뒤쫓는 모양새다.

국가 미래가 달렸다…세계는 지금 ‘양자’전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백악관 직속의 국가양자이니셔티브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행정명령과 양자내성암호를 활용한 새로운 국가 사이버 보안체계 확립을 골자로 한 국가안보각서에 서명했다. 중국과의 양자컴퓨팅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은 2006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양자정보과학 연방비전을 발표하면서 양자컴퓨터 개발사업을 본격화했다. 국방부와 정보기관, 연구소가 중심이 됐다. 곧이어 민간 기업도 나섰다.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이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갈수록 기업 간 경쟁은 치열해졌다. 덕분에 미국은 오랫동안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IBM은 선두기업으로 꼽힌다. IBM은 글로벌 협력체인 퀀텀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협력체는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과 유수 스타트업, 연구소 등 170여개 회원사로 구성됐다. 국내 기업·기관은 성균관대, 삼성종합기술원, 카이스트(KAIST),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가입돼 있다.

IBM은 내년까지 1000큐비트 이상 성능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IBM 관계자는 “불안정한 양자 상태에서 비롯된 일부 오류·에러에도 정상 작동하는 양자컴퓨터는 향후 10년 내 개발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퀀텀 인공지능 캠퍼스를 열었다. 이곳엔 구글 최초의 양자 데이터센터, 양자 하드웨어 연구소 등이 운영 중이다. 구글은 현재 양자계산이 가능한 트랜지스터(반도체 소자)를 개발 중이다.  구글은 이를 세계 최초로 수년 내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구글은 2029년까지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양자컴퓨팅 연구소 스테이션Q를 운영하고 있다. MS는 스테이션Q를 포함해 관련 연구소를 8곳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기후변화, 헬스케어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인텔 또한 양자컴퓨팅 개발에 나섰다. 인텔은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네덜란드 컴퓨터 연구소인 큐텍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인텔은 국립표준기술연구원(NIST)와 함께 양자컴퓨팅 개발의 일부를 협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에 양자 컴퓨팅를 시험할 공간을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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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가 중국이다. 하버드대학교 벨퍼연구소는 최근 몇 년간 양자 컴퓨팅 경쟁자로 중국을 꼽았다. 중국이 미국 바로 아래까지 쫓아왔다고 분석했다. 양자암호통신기술에서는 미국을 추월했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이 양자컴퓨터 R&D분야에서 급성장한 비결은 과감한 투자와 인재양성이다. 중국은 2017년 안후이성 허페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정보과학연구소를 착공했다. 여기에 향후 5년간 1000억 위안(약 18조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민경제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중점 육성할 핵심 기술 분야로 양자 기술을 꼽았다. 정책적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전국 대학에 양자 학위 과정을 신설했다. 중국과학기술대학교(USTC)에 신설한 양자 과학·기술 박사 과정이 대표적이다. USTC는 중국 과학기술 분야에서 명문으로 꼽힌다.

양자컴퓨팅 관련 연구개발도 튼실하다.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양자컴퓨팅 논문 수는 미국과 대등한 수준이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이 양자 컴퓨팅 국제 학회 등재 과학잡지에 발표한 논문은 3706건이다. 미국이 4295건으로 약 500여건 차이다. 3위인 영국이 1482건임을 고려하면 중국의 역량을 체감할 수 있다.

유럽은 미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힘 쏟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6월 유럽 최초의 양자 컴퓨터 운영을 시작했다. 이 컴퓨터는 IBM과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협회가 공동으로 설치했지만 독일 프라우호퍼 협회가 독일법에 따라 운영 중이다. 이 양자컴퓨터는 자율주행 자동차 등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또 올해 1월에는 독일 최초의 상업적 양자 컴퓨터가 정식 가동했다. 이 컴퓨터는 캐나다의 디웨이브가 제작한 것으로 독일 서부 율리히 슈퍼컴퓨터센터에서 운영 중이다. 디웨이브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양자 기술을 차량 도장 공정에 적용하는 등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단계다.

독일 정부는 양자 컴퓨터 개발을 위해 5년간 20억 유로(약 2조6789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양자컴퓨터 산업 발전에 대한 투자를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오는 2040년까지 글로벌 양자컴퓨터 시장에서 점유율을 50% 이상 확보할 것이라는 계획도 발표했다.

영국에서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양자컴퓨터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양자센서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다. 양자센서를 활용해 지하의 마그마 밀도 변화를 측정해 화산 분화나 지진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천연가스 탐사에 활용하거나 싱크홀을 찾는 기술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움직이고 있다. 양자 중소기업과 벤처를 지원하기 위해 이 달에 ‘유럽양자기업컨소시엄(QuIC)’을 출범다. 유럽연합은 또 2028년까지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를 ‘퀀텀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했다. 퀀텀플래그십은 유럽연합의 양자연구 프로젝트로 양자 연구 리더십 유지, 양자산업 경쟁력 향상, 양자 연구·산업·투자 허브 구축 등을 목적으로 한다.

일본은 기업, 대학이 힘을 합쳐 새로운 방식의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이 지배하는 판도를 뒤집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일본 최대 통신회사인 NTT와 도쿄대, 국립 이화학연구소는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 빛을 이용하면 상온에서도 양자컴퓨터를 가동할 수 있다. 냉각장치나 진공설비가 필요 없다.

일본 정부도 총 2000억엔(약 2조8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가동해 ‘광(光) 양자컴퓨터’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제작을 시작해 오는 2030년 양자컴퓨터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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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14년 국가 차원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을 내놨다. 지난해에는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내놨다. 오는 2024년까지 50큐비트급 양자컴퓨팅 시스템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과 중국 등이 앞서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핵심인력 육성에도 나섰다. 2030년까지 양자 핵심인력 1000명 확보를 목표로 이론과 실습, 기업 프로젝트를 통합 제공하는 박사급 전문과정을 개설한다. 앞선 양자컴퓨터 기술을 가진 국가에 박사 과정을 마친 연구원을 보내 경험을 쌓도록 할 예정이다. 또 해외 석학도 초빙해 선진 기술을 습득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양자컴퓨터 기술이 미국과 중국에 비해 다소 뒤쳐진 게 사실이지만 얼마든지 추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와 기업의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화정 한성대 IT융합공학부 교수는 “한국이 선도적인 위치는 아니지만 관련 연구가 정부와 국책기관, 기업 등에서 계속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당장 양자컴퓨팅 시장에서 역전은 어렵겠지만 점진적으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