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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병든 부모와 살 수 있나요" 청년들의 대답은? [시한폭탄 노인돌봄②]

등록 2023.01.22 08:00:00수정 2023.01.23 11: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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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병든 부모와 살 수 있나요" 청년들의 대답은? [시한폭탄 노인돌봄②]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MZ세대'로 불리는 현재 20~30대는 부모 돌봄에 대해 책임 의식은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했다. 또 세금을 더 지불해서라도 국가에 의한 사회적 돌봄 체계 구축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뉴시스가 '청년·대학생 교육기관 (재)NSI'의 도움을 받아 지난 3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20~30대 청년 응답자 125명 중 48%는 부모와 함께 거주하며 부양을 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19.2%는 '아니오'를 선택했고 나머지 32.8%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예'를 대답한 응답자의 주관식 답변을 보면 "나를 낳아 주셨기 때문",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 "부모님도 나를 부양했고 나도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반면 '아니오'를 답한 응답자의 주관식 답변에서는 "내 미래가 안정적이지 않다", "취직을 (부모 거주지와) 다른 지역에 할 것",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무직 백수이면 모를까, 노인 돌봄을 잘 해낼 자신이 없다", "부양할 자금이 마련돼 있지 않다", "생계와 양립하기 어렵다" 등의 답변이 있었다.

'모르겠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배우자와 협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 "나에게는 먼 미래 이야기" 등의 세부 답변이 있었다.

부모와 거주를 한다면 함께 살 수 있는 기간으로는 가장 많은 28.8%가 1~5년, 22.4%는 5~10년을 택했다. 15년 이상은 16.8%, 1년 미만이 10.4%, 10~15년이 9.6%로 나타났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20~30대들이 효도와 불효의 개념을 떠나 자신과 부모님의 여러 여건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5년 정도 부모를 돌볼 수 있다고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하루에 부모에게 제공할 수 있는 돌봄 시간은 절반이 넘는 51.2%가 1~3시간을, 31.2%는 3~5시간을, 7.2%는 1시간 미만을, 4.8%는 5~8시간을, 3.2%는 8시간 이상을 골랐다.

부모 돌봄을 위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응답은 91.2%였는데 부담할 수 있는 한 달 기준 비용은 가장 많은 30.4%가 50~100만원, 28.8%가 30~50만원, 20%는 150만원 이상, 15.2%는 100~150만원, 5.6%는 3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늙고 병든 부모와 살 수 있나요" 청년들의 대답은? [시한폭탄 노인돌봄②]

노인 돌봄을 국가가 책임져 준다면 세금을 더 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72%가 동의했고 15.2%는 반대했다. 12.8%는 '모르겠다'를 선택했다.

세금을 더 낼 수 있다고 응답한 청년들의 경우 "노령사회 문제를 사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노인 돌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내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세금 지불을 높여도 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세금을 더 낼 수 없다고 한 청년들은 "국가에서 주도하는 노인 돌봄 제도를 신뢰할 수 없다", "노인 돌봄 관련 지출이 없는 가정도 존재하는데 일괄적으로 세금을 내는 건 불합리하다" 등의 답변을 냈다.

'모르겠다'는 응답층은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비용 증가는 불가항력이지만 무작정 그 책임을 아래 세대로 떠넘기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가에서 전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의문" 등의 의견이 있었다.

세금을 더 낼 수 있다고 한 경우 추가로 지불할 수 있는 세금은 월 소득 기준 5~10%가 4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28.8%는 5% 미만, 13.6%는 10~15%, 4%는 15~20%, 2.4%는 20% 이상을 선택했다. 나머지 9.6%는 0%를 골랐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는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돌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굉장히 많은 시간을 내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20~30대들이 알고 있는 것"이라며 "내가 3시간 정도를 돌보면 나머지 시간은 국가가 돌봐달라는 건데, 필요한 비용을 낼 수 있다면 노인이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가지 않고 집에서 살 수 있는 시스템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지금 건강보험료율이 7%이고 사업주와 개인이 절반씩 내는데 연간 모아지는 돈이 70조원 정도 된다. 설문 응답자들이 월수입의 5% 정도를 더 내겠다고 하는데 전 국민이 수입의 1%씩 내면 한 10조원이 되기 때문에 5%면 엄청난 돈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돌봄을 위해 조세를 더 부담하겠다는 건 국가 돌봄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해 가족 돌봄에서 사회적 돌봄으로 돌봄 구조를 개편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시사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가족에 의한 돌봄 체계가 빠르게 무너지는 현상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석준 고려대학교 의대 교수는 "사회적 안전망이 확충되기 전까지는 가족 안전망이 어느 정도 버텨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해체하고 있다"며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려는 노력을 병행하면서, 가족 안전망이 사라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는 점도 고민해 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