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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주아프간 대사 "아프간, 영화 같은 전쟁 상황"

등록 2021.08.18 18:20:13수정 2021.08.18 18: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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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AP/뉴시스]지난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 공항에서 활주로를 따라 이동하는 미 공군 C-17 수송기에 아프간 사람들이 매달리고 있다.2021.08.17.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가 18일 기자들과 비대면으로 접촉해 공관 철수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현재 주아프간 공관 업무는 카타르에서 임시 수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최 대사에 따르면 탈레반 공격 즈음 카불 현지에서는 이미 함락은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컸다. 당초 함락 시기는 9월1일 이후로 관측됐는데, 상황 급변으로 사전 대비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한다.

최 대사는 "8월 둘째 주에 긴급 우방국 회의가 소집됐는데, 상황이 심각하다는 논의가 있었고 8월30일 이전이라도 철수 준비를 해야 하겠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마지막 남은 교민께도 조속한 철수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사관 자체적으로는 이슬람 축일 중 하나인 8월19일을 가장 근접한 예상 날짜로 보고 미리 대피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쭉 준비하던 상황에 그런 일들이 생겨 신속히 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불 현지에서는 대사들이 참여하는 회의가 매주 2회 열렸다고 한다. 상호 정보를 교류하고 상황을 평가하면서 대응 방안 모색 등이 이뤄지는 자리였다는 설명이다.

급변 상황은 외교부 본부와의 화상회의 중 인지됐다. 먼저 대사관 경비업체로부터 "탈레반 부대가 20분 정도 떨어진 장소까지 진입해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최 대사는 "탈레반이 카불 시내까지 쳐들어 왔으면 정부군이 방어 작전을 할 것이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추가 지시를 했다. 그런데 우방국 대사관에서 소개 작전을 하라는 연락이 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추가적으로 상황 판단을 위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우방국 대사 3~4명에게 연락했는데 일부는 전화를 안 받았고, 통화한 대부분은 빨리 가야한다고 판단한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소개, 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바로 장관께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철수를 시작했다"며 "매뉴얼에 따라 중요 문서, 보안자재를 파기하고 철수를 위해 이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사무실 등은 도어락으로 잠금 장치를 걸었다. 분쟁 지역 대사관이어서 공관 직원들은 언제나 퇴각 준비를 하고 있던 상황이고, 필요한 물품들만 있어 소개에 큰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철수는 우방국 대사관 차량을 통해 안전지대까지 간 뒤 헬기로 군 공항으로 이동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우리 공관 인력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타국 대사관 인원들도 다수 밀려드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후 우리 공관 직원 대부분은 출국 절차를 밟았고, 3명은 마지막 남은 교민 철수 지원에 들어갔다. 공관 직원들이 활주로를 이동하다가 공습경보가 울려 대피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15일 오후 공항은 아수라장이었다. 민간 공항에 군중이 몰렸고 총기 격발 소리도 들렸다. 여기에 상공엔 헬기까지 날아다니는 "흔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전쟁 상황"이었다고 최 대사는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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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AP/뉴시스]지난 17일(현지시간) 수백 명의 사람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밖에 모인 가운데 한 남성이 미국을 위해 일했음을 증명하는 증서를 들고 있다. 2021.08.17.

최 대사를 포함한 공관 직원은 마지막 교민을 먼저 철수시키고 떠날 계획이었다. 당초 해당 교민은 16일 오전 1시 항공편으로 철수할 예정이었는데, 군중이 군 활주로까지 넘어와 운항에 차질이 생겼다.

이로 인해 교민은 대합실에서 무한정 대기하게 됐고, 그동안 공관 인력은 회의 참석 등 상황 파악 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17일 새벽 현장이 정리되면서 함께 출국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 대사는 "1차적 업무를 마쳤으니 보호 차원에서 같이 출국하는 것이 좋겠다고 허가를 요청해 승인받았다. 17일 오전 3시께 같은 군용기를 타고 나오게 됐다. 바닥에 배 타듯 모여 앉아 타는 비행기였다"고 했다.

항공편에는 대부분 미국인이 탑승했으며, 최 대사와 교민 등 제3국 사람들과 일부 아프간인들이 있었다고 한다.

공관 철수 이후 주아프간 대사관 업무는 카타르 도하에서 임시 수행 중이다. 최 대사는 "현지 상황을 계속 파악하고 정권 수립 동향 등을 보면서 국제사회 공동 대응에 계속 참여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외교부는 탈레반 집권 이후 기존 아프간 정부와 협의한 정책 추진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자는 "같이 협의한 정부가 없어졌으니, 못하게 된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원 사업의 경우에는 기존 건은 대부분 완료했고, 카불 함락이 예견됐던 상황에서 신규 진행은 대부분 보류하고 있었던 까닭에 큰 타격은 없다는 설명이다.

당국자는 또 탈레반 정권과의 협력 여부에 대해서는 "국가 승인, 정부 승인과도 연결되는 문제"라며 "우리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편적인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국가와는 항상 협력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인정할 것인지, 국제 규범이나 인권 준수 등 기준에 맞는다고 판단하면 우리도 승인할 테고 그렇다면 협력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지켜봐야 할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프간 카불은 탈레반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문, 검색이 이뤄지고 있으며 기존 정권 참여자에 대한 가택 수색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보복을 우려하는 이들은 지하실에 숨거나 도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평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당수 아프간인들이 서구 영향을 받은 상황에서 압제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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