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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 비평으로 건강한 활력 찾아야"…오길영 평론집 '힘의 포획'

등록 2015.07.06 10:45:37수정 2016.12.28 15: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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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포획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문학적 이미지는 형성하려는, 생성하려는 이미지이지 주어진 대상의 재현이나 표현이 아니다. 비평은 '바뀌지 않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는' 인식의 행위이다. 비평이 비판이고 자기비판인 이유다. '감시의 결여'가 정신을 딱딱하게 만든다. 비판정신은 손쉬운 '일반화'가 아니라 구체적 상황의 구체적 분석을 필요로 한다."(91쪽)

 "문학은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어떤 인류의 발명품보다 더 심층적으로 입체적으로 캐묻는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전제가 있다. 문학이 '단순한 선전이나 오락으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문학의 정치가 굳이 문제가 된다면, 선험적으로 규정된 미학적 아방가르드와 정치적 아방가르드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문학이 '선전'이나 '오락'을 넘어서려면 문학을 둘러싼 세상의 이치, 세상의 정치를 꿰뚫는 안목이 문학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52쪽)

 문학평론가 오길영 충남대학교 교수(영어영문학)가 평론집 '힘의 포획'(감응의 시민문학을 위하여)을 냈다. 한국 문단의 현실과 비평의 본질을 되짚으면서 문학에 대한 비평가의 책무를 강조한다.

 저자는 비평은 곧 비판이라고 이야기하며, 지금의 한국문학 비평계에서 비평가란 출판 자본에 종속돼 예쁘게 작품을 포장하는 '문학 코디네이터'로 전락한지 오래라고 말한다. 비평에는 '객관성'이 존재하지 않으나 독자 대중과 비평가들의 주관성이 만나 새롭게 형성되는 객관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크게 4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한국문학공간에서 제기되는 쟁점들, 2부에서는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관계를 다뤘다. 3부는 건강한 시민문학과 예술이 기능하기 위해 갖춰져야 할 한국 문화의 토대에 주목했으며, 4부에서는 신문과 잡지에 기발표된 한국작가와 작품론을 논했다.

 저자는 문학에 있어서 예술이 감응하는 힘을 포착하는 방법은 단연 '글의 힘'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글이 가지고 있는 '힘'은 단순히 언어의 형식적 아름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구성하는 힘들의 복잡한 관계와 감응의 역학'을 담아내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비평은 작품이 보여주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동시에 아우르는 시야를 요구하며, 그런 시야는 언제나 (그것이 옳든 그르든) 작품과 작품을 둘러싼 역사적, 사회적 공간을 꿰뚫는 비판적 시야를 요구한다. 따라서 이런 시야가 없는 작품분석을 하길 원한다면 그건 아마 '비평'이 아니라 다른 이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비평은 자신이 분석하는 작가와 작품의 맹목지점을 논하기 전에 자신의 맹목지점을 먼저 살펴야 한다."(190쪽)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글들은 대체로 문제를 제시하고 쟁점을 예각화하려는 '논쟁적' 성격을 띤다"며 "나는 비평의 본령인 텍스트의 분석, 해석, 평가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이 책의 글들이 행여 터무니없는 오독과 견강부회의 폭력을 행사한 것이 아닐까 은근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비평계에 열띤 논쟁이 사라진 데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 책이 사라진 논쟁의 불씨를 당기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432쪽, 2만5000원,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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