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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자영업자②]경기 부진에, 은행 꼬드김에 빚 눈덩이

등록 2015.09.13 08:05:54수정 2016.12.28 15: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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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대출, 상반기만 전년比 34% 늘어 사상 최고
 저수익 탈피 위한 은행권 공격적 영업나선 탓
가계부채 증가세와 맞물려 동반 부실 키울 수도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1. 중견기업에 다니다 퇴직한 김모(52세)씨는 퇴직금에 은행 빚을 얻어 아내와 함께 치킨가게를 시작했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아 가게 유지를 할 수 없게 되자 빚을 내 세금을 내는 지경까지 몰렸다.
 
 김 씨는 "가게를 접고 싶어도 퇴직금 다 털어먹고, 은행 빚만 5000만원 남아 있어 빚이라도 갚겠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지만, 빚만 더 늘어나고 있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영업 환경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자영업자가 시장에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개인사업자 대출도 사상 최고치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권은 최근 저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영업자 대출까지 동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치킨가게 김씨처럼 동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22조9043억원으로 전년동기(198조5396억원)보다 12.3%나 늘었다.
 
 특히 상반기 신규 개인사업자 대출은 51조9431억원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 38조7061억원보다 3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6월 신규대출(10조5491억원)은 전년동월(6조7929억원) 대비로 55%나 폭증했다. 6월 신규취급액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액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것은 올해 들어 은행들이 수익성 증대를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담보 비율이 통상 80% 수준으로 높고, 연체율도 법인고객에 비해 낮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쉬운 편이라고 업계에서는 말한다.

 대출액도 1인당 수천만원 수준에 불과해 대손비용도 법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다. 금리 수준도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마진도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대기업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는 여신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올해 초부터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상 원화 대출 목표를 전년보다 높게 잡고 영업에 열을 올려왔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은행들이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대출에서 수익성 확보에 나선 셈이다.

 최근에도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전용 대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 상품은 그동안 개인 위주였던 중금리 대출상품을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들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으로 내수 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이 같은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상품들은 일견 달가울 수 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 은행권이 부실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부채와 무관하지 않다. 명목은 다르지만 생활자금인지, 사업자금인지 구분이 불명확해 어느 한쪽의 부실이 다른 쪽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의 30~40%는 음식점, 숙박업소, 목욕탕과 같은 경기민감 업종에 쏠려 있어 경기 악화 시 은행의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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