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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생명이야기⑤] 삼겹살데이 즈음, 떠오르는 생각

등록 2017.03.02 07:00:00수정 2017.05.30 09: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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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3이 겹치는 3월 3일은 '삼겹살데이'다. 2003년 파주축협이 구제역 파동으로 어려움에 빠진 양돈농가를 를 지원하기 위해 3이 겹치는 이날을 정한 것이 시초다.

 지글지글 맛있게 구워진 삼겹살은 생각만 해도 식욕을 자극한다.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를 떼어낸 부분에서 복부까지의 넓고 납작한 모양의 부위를 말한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것은 1994년이다. 살코기와 지방이 3단으로 겹쳐져 있어 원래 이름은 세겹살이었으며, 개성 사람들이 유난히 즐겨먹었다고 전한다. 개성 인삼의 '삼'과 조화를 이뤄 삼겹살이 되지 않았겠냐는 추측도 있다. (홍하상 2004, '개성상인')

 국민식품이며 서민을 대표하는 삼겹살은 그 과분한 사랑에 수요·공급의 경제논리가 더해져 한때 '금겹살'로 불리기도 했다. 큰 인기가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115㎏ 돼지 한 마리에서 생산되는 삼겹살과 목살은 각각 11㎏, 5.5㎏으로 매우 적다. 나머지는 등심, 앞다리, 뒷다리살 등 일명 비선호 부위라 불리는 부위들이다. 가격도 차이가 크다. 삼겹살, 목살은 1㎏당 2만 3000원에 육박하는 반면, 앞다리살은 1만 2000원, 뒷다리살은 6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부족한 부위는 수입에 의존한다. 연간 수입하는 돼지고기 32만 톤 가운데 삼겹살과 목살은 18만톤, 전체 56%를 차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축산물통계, 2016)

 그렇다면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 사실 1980년대 이전만 해도 삼겹살은 구이보다는 편육, 조림, 찜 등에 많이 이용됐다. 1981년 매일경제에 게재된 돼지고기 부위별 인기도 조사를 보면 살코기 57%, 삼겹살 39%로 당시에는 살코기 선호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던 것이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육류소비가 대중화되자, 소비자의 식습관은 '탕'에서 '구이'위주로 급변한다.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 풍조가 유행한 것도 이즘이다. 구이문화가 확대되면서 '삼겹살, 소주'가 대표 서민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여름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관념도 2000년대 냉장·냉동시설이 발달하며 깨졌다. 냉장 삼겹살이 유행하면서 다양한 돼지고기 브랜드들이 등장한 것이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7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 축산매장에서 직원들이 국내산 삼겹살을 선보이고 있다. 농식품전문매장 농협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농협유통은 3월 3일 '삼겹살 데이'를 맞아 우리 돼지고기 소비 활성화를 위해 3월 1일부터 5일까지 국내산 삼겹살을 100g당 1,090원에 할인 판매하는 파격행사를 진행한다. 2017.02.27.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7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 축산매장에서 직원들이 국내산 삼겹살을 선보이고 있다.

농식품전문매장 농협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농협유통은 3월 3일 '삼겹살 데이'를 맞아 우리 돼지고기 소비 활성화를 위해 3월 1일부터 5일까지 국내산 삼겹살을 100g당 1,090원에 할인 판매하는 파격행사를 진행한다.  201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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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삼겹살과 목살 사랑은 양돈농가에게 기쁨과 고민을 함께 안겨줬다. 잘 팔리는 부위에 치여 남게 된 비선호 부위 처리 때문이다. 만약 다양한 부위를 고르게 소비할 수 있다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출발은 식습관의 전환이다. 물론 30여 년 넘게 지녀온 식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비선호 부위, 즉 저지방 부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선행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비선호 부위 소비 촉진을 위해 소규모 육가공 공장과 체험농장,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육제품 제조법과 요리법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2013년 '식육즉석판매가공업' 신설 후 선진국처럼 소매단계에서 돼지 비선호 부위를 활용한 가공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동장군이 물러가고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3월이다. 봄이 되면 온몸이 나른해지는 춘곤증 때문에 많은 이들이 힘들어 한다. 춘곤증을 이기기 위해서는 비타민과 단백질, 무기질 섭취가 필요하다.

 마침 돼지고기 저지방 부위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필수아미노산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지방 함량은 1~3%로 닭 가슴살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뒷다리살은 에너지 생성을 촉진시키는 비타민 B1이 많기로 유명하다. 가격도 저렴하니 일석이조다. 올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삼겹살 뿐 아니라 돼지고기의 여러 부위를 고루 먹으며 활기찬 봄을 맞길 기대해 본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장 이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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