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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죽는다고 끝나는 것 아니다'···뮤지컬 '신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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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7-05 17: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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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가무극(뮤지컬) '신과 함께'. 2017.07.05.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2년 만에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서울예술단(이사장 이용진)의 뮤지컬(가무극) '신과 함께 - 저승편'은 업그레이드란 이런 것임을 증명한다. 작가 주호민의 동명 웹툰이 바탕인 '신과 함께'는 초연 당시 장르 변환의 전범으로 평가 받았다.

3부작의 방대한 내용 중 저승의 국선 변호사 '진기한'이 평범하게 살다 죽은 소시민 '김자홍'을 변호하는 이야기와 저승차사(저승사자)가 군 복무 중 억울하게 죽은 '원귀'의 사연을 풀어주는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엮으며 무대 어법에 맞게 탈바꿈시켰다.

구조상 직렬로 갈 수밖에 없는 웹툰의 이야기를 무대라는 입체적 공간 안에서 병렬적으로 배치하는 묘를 발휘한 것이다. 예컨대 김자홍이 불효에 대한 죄를 다루는 한빙(寒氷) 지옥을 지날 때 군대에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원귀의 어머니에 대한 사연을 함께 배치하는 점이 그렇다.

웹툰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순차적으로 읽어내려가야 하는, 나눠진 두 부분인데 무대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를 겹쳐 감동의 여운을 불린다.

무대의 힘도 컸다. 박동우의 무대 디자인과 정재진의 영상 디자인은 근대화 된 지옥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지름 17m 거대한 바퀴 모양으로 윤회사상을 담은 상징적인 무대, 80㎡의 LED 수평 스크린이 설치된 무대 바닥 등이 다양한 지옥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는데 다시 봐도 감탄이 나온다. 특히 차사들의 영적 능력 등 다양한 효과가 나오는 뮤지컬 무대 바닥의 LED 수평 스크린을 바닥에 삽입한 건 국내 뮤지컬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초연 당시 이 작품의 약점은 넘버였다. 장면마다 정서에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귀에 남는 넘버가 딱히 없었다. 넘버는 웹툰에서의 말풍선과 같다. 인물 간 또는 관객과 작품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매개점인데 넘버가 인상에 남지 않는다는 건 극의 감동과 여운마저 줄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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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가무극(뮤지컬) '신과 함께'. 2017.07.05.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photo@newsis.com
이번에 새로 합류한 두 스태프는 이번에 척척 귀에 감기는 넘버로 이런 우려를 충분히 불식킨다. 각색·작사·연출 성재준, 작·편곡 박성일로, 모든 넘버를 갈아치웠다.

특히 해당 장면, 해당 캐릭터의 특징을 살린 음악이 드라마의 성격과 함께 가며 이야기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발군이다. 예를 들어 진기한의 '그것만이 내가 원하는 것'은 수많은 영혼을 구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강단 있는 발라드이고, 김자홍의 '어머니'는 사모곡의 애절한 발라드이며, 일종의 한량이자 농부인 염라대왕의 주제곡 '올해도 풍년이야'는 그의 성격을 빼닮은 밝은 풍의 컨트리다.
 
일부에서는 초연 넘버가 빠진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이번 넘버들에 대해 '뽕삘'이 난다고 뾰로통하기도 하지만 뮤지컬하면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편성만 넘치는 서양시대극이 먼저 생각하는 상황에서 이런 고민과 분투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진기한 역의 김다현과 박영수, 저승차사 역의 송용진, 김자홍 역의 김도빈 등 원작 캐릭터와 흡사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초연 때처럼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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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가무극(뮤지컬) '신과 함께'. 2017.07.05.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photo@newsis.com
'아이다' '레미제라블' 등을 통해 강한 남자의 이미지를 간직한 김우형은 알고 보면 따듯한 저승차사 강림 역을 맡아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끼가 넘치는 배우인 정원영은 평범한 소시민 역에 완전 몰입하면서도 중간 중간 넘치는 끼를 발산한다.

서울예술단은 뮤지컬을, 한국적인 색깔을 가미한 가무극으로 부른다. 두 용어의 결정적인 차이로 내세우는 부분이 한국적인 군무인데 현대무용가 차진엽이 총괄한 안무는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어갔다. 웹툰에도 등장하는 '헬벅스' '김밥지옥' '주글' 등 여러 브랜드를 패러디한 저승 지옥의 생활 라이프는 잔재미를 준다.

극작가 정영이 쓴 대본은 무엇보다 원작의 가치관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은 착하게 살자"다. 이번 작품이 슬로건으로 내세운 문장은 '죽는다고 끝나는 것 아니다'다. 뮤지컬 역시 초연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업그레이드는 작품의 질을 높인다.

초연 때 흥행에 힙 입어 이번 시즌에 서울예술단 공연으로는 비교적 장기간인 20여일 동안 공연한다. 오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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