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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커피이야기]전문가의 입맛은 따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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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7-15 05:00:00  |  수정 2017-07-17 11:40:50
【서울=뉴시스】 어느 쉬는 날 오후 느긋한 맘으로 오랜만에 쇼파에 앉아 TV를 켰다. 지상파 방송을 대충 훑어보고 나서 케이블 채널로 옮겨 '리모콘(remote control) 쇼핑'을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수 많은 채널을 옮기면서 그 사이사이 끓이지 않고 보여지는 것이 일명 '먹방(먹는 방송)'이었다.

◇나는 정말 그 음식을 원했던 걸까?

맛집 탐방을 비롯해 전문가들이 나와 맛집의 음식에 대한 분석을 다룬 프로그램,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방송까지, 그 수많은 채널에서 먹는 것에 대한 프로그램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먹방'이라는 TV를 보며 문득 식욕이 내안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밥을 먹은지 불과 30분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나는 무심히 나를 바라보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는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비슷한 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정말 그 음식을 원했던 걸까?

나의 이런 선택에는 두 가지 구조적 문제점을 찾아 볼 수가 있다. 하나는 '배고픔'과 '식욕'을 분간하지 않은 점, 그리고 두 번째는 나의 신체 중 시각에 대해 너무 많은 권력을 주었다는 점.

먼저 배고픔과 식욕을 살펴보자. 굳이 구분을 하자면 배고픔은 생리적 과정에서 느껴지는 생체의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적 요건인 반면, 식욕은 쾌(快)에 대한 부분으로 감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 서양에서는 소파에 앉아 하루종일 TV를 보며 감자칩을 먹는 사람에 대해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라고 부르니 역시 음식이라는 것은 배고픔만을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은 아니다.  

커피 역시 배고픔을 채워주기 위해 존재하는 음식은 아니다. 말 그대로 기호식품이다. 그럼 내가 좋으면 그만인데 우리는 왜 음식에 대해 전문가의 견해를 듣거나 그것에 대해 알려고 노력해야 하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더' 즐겁게 즐기기 위해서다. 여기서 더는 최상급의 하나 밖에 없는 어떤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급을 의미한다. 굳이 무언가를 꼭 찾아야 하는 최상급이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나 내 주변 가까이 있는 것들 '사이'에서 즐길 수 있는 무엇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최상급의 무언가를 찾는 것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화 속에서 최대한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핸드드립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 커피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홈 바리스타'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커피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는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우리가 조금만 '더' 알고자 한다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방법들이 여러가지 있다. 

◇'더' 즐겁게 즐기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

단적인 예로 핸드드립의 물줄기의 세기나 가늘기를 원두 특성에 맞게 조절하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다. 만약 라이트 로스팅 된 원두를 가지고 있다면 다크 로스팅에 비해 좀더 가늘게 물줄기를 유지하거나 시간의 정도를 좀 더 오래 두어야 한다. 다크 로스팅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이유는 로스팅 정도에 따라 산화 속도가 다르고 뒤 쪽의 좋지 않은 맛을 내는 분자들이 있어 이런 성질들을 피해가면서 가지고 있는 원두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우리가 '더' 즐겁게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들이 필요하다. 첫 째는 알려고 하는 자신의 맘을 외면하지 않기, 둘 째는 순간적 '자극'에 길들려지지 않기. 커피가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나만 즐거우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런데 처음 서두에도 이야기했듯이 나만의 즐거움 속에서도 한 발 더 나아가면 그 안에 '더' 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유명한 사람이 맛집이라고 소개해 가보면 맛있던 적도 있었지만 정말 기대 이하였던 적도 많았다. 전문가의 입맛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기를 게을리하고 전문가의 사고를 그대로 흡수하려 할 때,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할 뿐이다.

                           
 김정욱 딸깍발이 대표 (국민대학교 문화교차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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