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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1-아티스타 ②] 전병택 “카드에서 현대인 고달픈 인생 봤죠"

등록 2017.10.26 11: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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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병택, The Tower of Card, 2017, Oil on canvas, 91x116.7cm

【서울=뉴시스】전병택, The Tower of Card, 2017, Oil on canvas, 91x116.7cm


 【서울=뉴시스】 붓 자국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끈한 표면 위에 트럼프 카드들이캔버스를 뒤덮고 있다. 거대하게 펼쳐진 카드들의 입체감으로 마치 카지노 장에서 진행 중인 한 편의 테이블 게임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카드들은 위태로운 모습이다.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는 새 한마리는 언제라도 그 탑을 쓰러트릴 수 있는 불안한 공포로도 다가온다.

  전병택(32)작가가 서울 이태원 아트247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카드’ 작품이다.

 트럼프 카드는 자연스럽게 도박이라는 개념을 떠올린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중독성과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사회의 일반적인 시선은 곱지 않다.

'카드 그림'은 왜 그리게 된 것일까.

 “‘카드라 하면 도박이다’라고 하는데 저는 카드를 통해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카드를 주제로 삼은 흔한 현대미술로 보일 수 있지만, 전병택은 그 작품 안에 인간의 인생을 담아낸다.

  
【서울=뉴시스】전병택, Card Tower (Tom and Jerry), 2016, Oil on canvas, 90.9x90cm

【서울=뉴시스】전병택, Card Tower (Tom and Jerry), 2016, Oil on canvas, 90.9x90cm


그는 카드를 보며 인간의 삶을 떠올렸다.

 “52장인 카드의 수는 조커를 더해 365입니다. 이는 52주인 년 단위와 년일 수가 교묘하게 접목되어 있는 숫자죠."

 또 카드에는 4가지 문양이 있는데 그 문양들은 각각 독특한 의미가 있다. 하트 문양은 사랑과 성직자를, 클로버 모양은 곤봉과 농민, 스페이드 모양은 검과 군인을, 다이아몬드는 재물과 상인을 의미한다. 무늬의 의미에 따라 카드의 서열도 정해지는데, 스페이드가 가장 최상위에 있으며 그 뒤로 다이아몬드, 하트, 클로버 순이다.

다양한 문양, 그리고 그 문양들이 가진 서열을 보며 그는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며 ‘계급 사회 아닌 계급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불안정한 현대인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고민은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좌우 대칭 구도로 그려진 ‘카드로 세운 탑’은 겉보기에는 매우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불안정하게 쌓인 내재적 구조로 인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카드와 어울리지 않는 앨리스, 톰과 제리, 스폰지밥 등의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은 ‘카드 탑’에 비현실적인 요소를 더한다. 불안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부조리한 상태, 비논리적이면서도 모순적인 상태가 바로 전병택이 주목한 현대인의 불완전한 삶이다.

【서울=뉴시스】전병택, LOVE, 2015, Oil on canvas, 75x215cm

【서울=뉴시스】전병택, LOVE, 2015, Oil on canvas, 75x215cm


“현대인의 인생도 어찌 보면 이와 비슷하지 않나요?”라고 하는 그는 “명확한 기준이 없이 안정성과 불안정성이 공존하는 상태”에 위치하여 깊은 고민과 갈등으로 점철된 현대인의 고달픈 인생을 표현했다.

‘카드’라는 주제가 더욱 돋보이게 하려고 표현방식에 대한 방법론적 연구도 이어갔다. 말끔한 선과 선명한 색채가 명확하게 보일 수 있도록 캔버스 천에 테이프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물감을 바른 뒤 테이프를 떼고 칼로 다시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한다.

“캔버스 천은 재질에 따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종류에 따라 올이 다르기 때문에 테이핑 작업을 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선과 색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기 위해 복잡한 과정을 계속 거치며 작품을 완성합니다.”

작가로 데뷔한 이후 매년 2~3회 정도의 개인전을 진행하며 쉼 없이 달려온 전병택 작가는 올해 아트1이 주최하는 2017 아티커버리에서 TOP 9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카드는 저에게 아이디어 생산 공장입니다. 앞으로도 매체의 특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작품의 범위를 더욱 확장 시키고 싶습니다.”

 ‘LOVE; sweet pain’을 타이틀로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판화, 네온사인 등 기존의 작업과는 다른 매체들을 사용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는데, 반응은 긍정적이다. 내년에는 유럽 아트페어에도 러브콜을 받았다. ■글: 아트1 전시팀.

【서울=뉴시스】 전병택 작가

【서울=뉴시스】 전병택 작가

작가 전병택= △대구카톨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서양화학과 수료 후 개인전 11회와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서울과 대구에서 활동 중이다.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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