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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데얀, 어제의 동지·내일의 적···스토리 더해진 슈퍼매치

등록 2018.01.04 15: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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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데얀,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서울=뉴시스】 데얀,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서울=뉴시스】권 혁진 기자 = '데얀이 FC서울을 떠난다. 다음 목적지는 수원 삼성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쉽게 떠올릴 수 없던 그림이다.

그저 농담으로 치부되던 말이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됐다. 수원은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 구단 사무국에서 데얀과 만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서울을 대표하는 선수였던 데얀은 이제 라이벌 수원 유니폼을 입고 옛 동료들을 향해 칼끝을 겨눈다.

두 팀은 서울이 안양에 머물던 20여년 전부터 앙숙으로 통했다. 맞대결은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이다. 혈투에 가까웠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적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팬들은 다른 곳이 아닌 서울 또는 수원으로 떠나는 선수들을 당연하듯 적으로 규정했다.

먼저 불을 지핀 이는 서정원 현 수원 감독이다. 서울의 전신인 안양을 대표하는 스타였던 서 감독은 프랑스 이적 후 국내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안양이 아닌 수원을 택했다. 이로 인해 서 감독과 서울은 긴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 2016시즌 종료 후에는 수원에서 8시즌을 보낸 이상호가 서울로 떠났다. 누구보다 충성심을 보였던 이상호의 서울행을 두고 수원팬들은 크게 분노했다.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까지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늘 서울의 최전방을 책임질 것 같던 데얀의 이적은 서울과 수원팬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상호 사태와 비교하기 힘든 큰 울림이었다.

2008년부터 서울과 함께한 데얀은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공격수다. 2011년을 시작으로 3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고, 지난 시즌에도 19골로 이 부문 2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통산 기록은 303경기 173골 41도움이다. '살아있는 레전드'라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통산 7골로 슈퍼매치 최다 득점자라는 훈장까지 달고 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선제골을 넣은 데얀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17.07.12.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선제골을 넣은 데얀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17.07.12. [email protected]

데얀을 바라보는 두 팀의 엇갈린 평가는 슈퍼매치 최다 득점자의 이적으로 이어졌다. 데얀을 제외하면 지난해 두 자릿수 득점자를 배출하지 못한 서울은 전성기를 넘긴 그의 차기 시즌 활약을 확신하지 못했다. 반면 조나탄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수원은 검증된 데얀에게 흥미를 느꼈다. 데얀의 기량이 예년만 못 하고, 나이를 감안하면 위험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큰 폭의 하락세는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K리그 적응이 불필요하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과거 여러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적의 결과는 속단할 수 없다. 지금은 수원이 좋은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과감하게 주전 공격수를 내친 서울이 옳았을 수도 있다. 물론 리빌딩이라는 명분으로 레전드 선수를 예우 없이 내보냈다는 것은 별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데얀의 이적으로 두 팀의 관계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슈퍼매치에 데얀이라는 스토리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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