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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학전대표 "'지하철 1호선', 10년 만에 다시 공연"

등록 2018.02.27 10: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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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극단 학전 신년회. 2018.02.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극단 학전 신년회. 2018.02.27. [email protected]

■2018 학전 신년회...학전 어워드 개최
최다 출연상 이황의·드러머 박진완은 연주자상
최장 근속상은 14년 근무한 박문석 기술감독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최근 음울한 대학로에 보기 드문 잔칫날이었다. 26일 밤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열린 '2018 학전 신년회'에는 극단 학전을 거쳐 간 약 200명이 모여 음식과 추억을 나누며 앞날에 대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2016년에 이어 2년 만에 열린 신년회라 다들 얼굴에는 반가운 기색이 내내 감돌았다. 서로 식구(食口)라 부르며 챙겼다. 말 그대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들의 정겨움이 묻어났다. 이상적인 연극 공동체가 무너졌지만, 대학로에 그것에 가까운 극단이 있었다.

포크계의 대부이자 아동·청소년극 지킴이로 통하는 김민기(67) 극단 학전 대표가 이날 쑥쓰러운 듯 마이크를 잡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넘쳤다.

헛웃음을 짓던 김민기는 "모처럼 만의 신년회"라면서 "그동안 학전을 많이 도와주신 선생님들하고, 학전을 거쳐 간 배우, 연기자, 스태프들 모시고 감사하는 자리로 마련해봤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날 자리는 극단 학전의 대표 레퍼토리인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10년 만에 다시 공연하게 된다는 걸 알리는 자리였다.
 
1991년에 문을 연 학전이 '지하철 1호선'을 처음 선보이는 건 1994년이다. 당시 학전소극장(현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초연한 뒤 1995년 5월 학전그린 소극장 무대로 옮겼다.

독일의 연극연출가 폴커 루드비히의 'Linie 1(1호선)'을 김민기가 한국의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이다. 옌볜 처녀가 중국에서 만난 한국의 남자친구를 찾아온다. 이후 다양한 군상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특히, 소외계층 인물을 그리고 근현대사의 아픈 상처들을 건드리면서 대중의 공감을 샀다. 2011년에는 명성을 인정받아 무대의상 등이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등 이른바 '학전 5형제'를 비롯 방은진, 나윤선, 배해선, 방진의, 김무열, 김희원 등 스타들이 이 뮤지컬로 학전그린 소극장을 거쳤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멈춰 있는 상태다. 15년간 4000회 공연되며 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만났다. 원작의 고향인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일본 도쿄, 후쿠오카, 오키니와, 중국 상하이, 홍콩 등지에서도 공연했다.

김민기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사이사이에 아동 청소년극을 간간히 만들어봤는데 동시에 작업하기가 힘들었다"면서 "2008년에 중단하고 아동 청소년극에만 매달려왔다. 근데 올해가 '지하철 1호선'을 끝낸 지 10년째가 되던 해더라"고 돌아봤다.

【서울=뉴시스】 극단 학전 신년회. 2018.02.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극단 학전 신년회. 2018.02.27. [email protected]

김민기 대표는 "지금 학전이 매달리고 있는 작업이 아동 청소년 공연물"이라고 했다. 실제 '고추장 떡볶이' '진구는 게임 중' '무적의 삼총사' 같은 공연물은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성인이 함께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추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유아 , 미취학 아이들에 관한 문화라고 할까, 상업적이긴 하지만 넘치도록 많다"면서 "그런데 우리 교육 현실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해서 고3때까지는 아무런 문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학원, 과외. 그래서 이 부분을 꼭 붙잡고 있어야겠다"고 말했다.

학전이 26년 역사 동안 만든 작품은 총 15편다. 그 중에서 김민기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고 생각하는 건 6편이라고 했다.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무적의 삼총사' 등이다. 

김 대표는 "나머지 9개를 정리를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9개를 총정리 하려고 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시발점이던 '지하철 1호선부터 점검을 해야갰다고 싶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하철 1호선'은 올해 9월부터 12월까지 100회로 공연 예정이다. 이 뮤지컬은 1995년부터 전 배역을 공개 오디션을 진행해왔는데, 이번 공연도 역시 오디션을 진행한다. 27일 홈페이지 등에 오디션 일정을 공개한다.

김 대표는 "학전 어린이무대 출신 연기자들도 다른 배우들과 똑같이 1차 오디션을 봐야 한다"면서 "다만 과거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게스트라는 이름으로 주말 공연에 한 해서 단역 출연 기회를 주는데 1차 오디션은 면제지만 2차 오디션은 봐야 한다. 미안하다"고 웃었다.

이날 200명이 충분히 먹을 수 음식은 극단 학전의 오랜 후원자들이 지원했다. 배우 박정자,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 듀오 '4월과5월' 출신의 백순진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이사장, 작곡가 강승원, 가수 한동준, 김민기 고등학교 동창, 야학에서 함께 한 동료들, 학림다방 관계자 등 극단 학전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이들도 함께 신년회에 참석해 극단 학전의 미래를 축복했다.

이날 극단 학전의 15개 공연에 출연한 배우, 참여한 스태프, 극단 학전의 기획실 직원들이 모두 인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그동안 출연진만 250명이 넘는 '지하철 1호선'에 출연했던 배우 60명이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모여 단체로 소개하고 추억을 나누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편의 공연이었고 진풍경이었다.

김민기는 "서로 얼굴을 모를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그래서 무슨 작품에 출연한 누구라고 소개하는 자리다. 술집 가서 싸움하지 말라고"라면서 "모두 한 식구처럼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평소 사진 찍기를 꺼려하는 김민기는 이날 후배, 제자들과 함께 기꺼이 사진을 찍었고 평소 보다 더 많이 더 크게 웃었다. 극단 학전 식구들은 다 같이 손을 잡고 세배를 하며 덕담을 나눴다. 김민기는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배우와 스태프들의 4대 보험을 챙기려고 애를 쓰는 등 애정을 나눠왔다.

【서울=뉴시스】 극단 학전 신년회. 2018.02.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극단 학전 신년회. 2018.02.27. [email protected]

'지하철 1호선' 1994년 초연에 출연한 방은진은 "영화계와 연극계에 학전 식구들이 다 가 있어서 판을 치고 있는데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전 어워드도 열렸다. 학전 공연 최다 출연상의 배우 부문은 총 1437회 이상 출연한 이황의가 받았다. 최다 출연상 연주자 부문은 1444회 이상 무대에 오른 드러머 박진완이 차지했다. 최장 근속상은 박문석 기술감독으로 총 14년1개월 20일 동안 근무했다.

이날 신년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의 손에는 김민기 1집부터 4집까지의 카세트테이프가 쥐어졌다. '창고 정리'라는 명목으로 김민기가 내놓은 것인데, 한국 대중음악의 대부의 유산인만큼 큰 의미를 더했다.

어워드를 끝내고 기자들과 만난 김민기는 '지하철 1호선'에 대해 "내용은 옛날 거 그대로인데 음악은 다르다"고 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술분야 장관 표창을 받기도 한 전방위 뮤지션 정재일이 음악에 참여한다. 가수 박효신과 파트너십으로도 유명한 그는 극단 학전의 어린이 무대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김민기는 "정재일이 '지하철 1호선' 음악은 안 했다"면서 "음악의 분위기를 확 바꿀 것"이라고 예고했다. "내용은 1997~1998년이 배경인데 그대로 뒀다. 딱 20년이 흘렀는데, 그 동안 한국인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돌아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고 했다.

한편 김민기는 가수 김광석 추모사업회 회장도 맡고 있다. 학전블루 소극장은 김광석이 1000회 공연을 한 곳이다. 극장 앞에는 김광석 노래비가 세워져 있으며 해마다 김광석 노래 다시 부르기 경연대회도 열린다.

김민기는 올해 사업회 목표는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학재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 자본금이 5억원이 필요하다"면서 "사업회가 김광석 다시 부르기 추모 콘서트 등을 통해 모은 돈이 4억3000만원가량 된다. 금년과 내년 사이에 정식으로 재단이 출범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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