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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정 불확실성 증폭…국제유가 방향 안갯속

등록 2018.05.09 09: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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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핵협정 발표 후 국제유가 하락 전환

"즉각적인 제재 재개 우려 줄어…美 생산 확대도 상승세 억제"

"유럽, 결국 제재 동참할 것" 추가 상승 전망도

이란 핵협정 불확실성 증폭…국제유가 방향 안갯속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선언 이후 글로벌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발표 이후 국제유가는 하락 전환했다. 최근 투자자들이 이란 관련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유가가 급등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인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감이 다소 완화되면서 오히려 투자 심리가 안정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유가 하락세가 계속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하면 유가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큰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1.67 달러(2.4%) 하락한 69.06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0.47 달러(0.6%) 떨어진 75.71 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2일부터 4거래일 동안 4% 가량 상승해 배럴당 70 달러와 76 달러를 돌파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 이후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적인 재제 재개에 돌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90일과 180일의 단계적 유예기간이 끝난 이후 제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헤지펀드 어게인 캐피털의 공동 설립자 존 킬더프는 이날 CNBC에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절반의 조치(Trumpian half measure)'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킬더프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보다 멀리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란, 동맹국들과 다른 협정을 체결할 때까지 제재를 미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맹국들의 제재 동참 여부가 아직 불확실해 이란에 대한 제재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이 햇필드 인프라캡스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마켓워치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동맹국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미국의 핵협정 탙퇴가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이란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지 않고, WTI 가격은 배럴당 60~70 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제럴드 베일리 페트로텍 대표는 "미국은 이란에 별로 의존하고 있지 않지만 유럽의 경우 이란에 많은 양을 수출한다"며 "유럽은 이란을 흔들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점차 늘고 있는 것도 이란산 원유 공급 축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2019년 원유 생산량이 3.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햇필드는 "미국 생산자들이 시추를 점진적으로 늘려 가격 상승세를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경우 유가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글로벌 경제가 본격적인 물가 상승기에 접어든데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등 유가 상승세를 자극할 다른 외부적 요인도 산적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을 도울 경우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 때문에 다른 동맹국들도 결국 미국의 움직임에 동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은 하루 260만 배럴을 수출하는데 이 중 35만~50만 배럴의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란 제재로 유가가 현 수준보다 배럴당 7달러 가량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핵협정 탈퇴를 계기로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점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더 확대할 수 있다.

 댄 에버하트 카나리아LLC 최고경영자(CEO)는 CNN에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후 유가는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3~4년간의 지정학적 침묵 기간은 끝났다"고 전망했다.

 결국 당분간 국제유가는 미국이 내놓는 조치의 속도와 강도에 따라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CNBC는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가 국제유가의 흐름에 미칠 영향은 미국이 앞으로 제재를 어떻게 이행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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