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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R&D 투자에 인력난까지...혁신기술 갈 길 먼 韓

등록 2018.07.01 08: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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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양성 커녕 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 시작도 못해

자율주행기술 연구개발·정책방향 잘못됐나?...인력도 부족


늦은 R&D 투자에 인력난까지...혁신기술 갈 길 먼 韓

【서울=뉴시스】최선윤 기자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는 의료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혁신 기술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미국은 거의 모든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이다. 중국, 일본, 영국 등의 공세도 거세다.

 반면 우리나라는 5년 뒤 중국에게도 기술 추월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중국은 2023년 12개의 기술 분야(바이오·사물인터넷·우주기술·3D프린팅·드론·블록체인·신재생에너지·첨단소재·로봇·인공지능·증강현실·컴퓨팅기술)에서 우리나라를 뛰어넘거나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1일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예측위원회가 발간한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순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 빅데이터 기술 활용 확산 시점(2025년)과 자율주행 기술 확산 시점(2028년)은 미국 보다 각각 4년, 5년이 늦을 것으로 예상된다.
늦은 R&D 투자에 인력난까지...혁신기술 갈 길 먼 韓

◇해야 할 일 쌓였는데...인력양성 커녕 시범사업 시작도 못하는 韓

 미국은 2015년부터 의료 빅데이터 구축을 위해 '정밀의료계획' 추진에 나섰다. 100만명 이상의 연구 코호트를 구축하기 위해 기존 의료기관 및 연구기관 등과 협력하는 한편, 개인으로부터 데이터를 기부받는 방식 등을 사용했다. 코호트란 조사 연구 시 특정한 기간 내 출생하거나 조사하는 주제와 관련된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21년이면 10만명 이상의 개인별 의료정보가 국가적으로 통합돼 진료 현장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시범사업'을 통해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의료 관련기관에 분산돼 있는 데이터 연계를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주무부처는 아직까지도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 표준화 및 인력난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면서도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병원마다 각기 다른 EMR을 만들어 운영함에 따라 이를 표준화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의료와 빅데이터 분야의 지식을 아우를 수 있는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최인영 카톨릭대 의대 교수는 "데이터가 전혀 표준화 돼 있지 않아 활용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며 "의료정보와 관련된 직군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인력 양성도 너무나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늦은 R&D 투자에 인력난까지...혁신기술 갈 길 먼 韓

◇韓, 자율주행기술 연구개발·정책방향 잘못됐다는 지적 나와...인력도 부족

 자율주행 기술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미국은 연내 자율주행 상용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국내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투자에 대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엔 자율주행 기술 분야 선도기업이 없을 뿐더러 이미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도 엄청나다고 지적한다.

 2016년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개발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웨이모는 연내 자율주행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웨이모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마운티뷰를 비롯해 텍사스 오스틴, 워싱턴 시애틀, 애리조나 피닉스, 조지아 애틀랜타 등에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미니밴 '퍼시피카 PHEV' 600대로 자율주행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주행 테스트 거리는 이달 말 1126만㎞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고, 자율주행차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라며 "연구개발 정책이나 방향이 잘못된 것으로 해석된다. 쉽게 얘기하면 선행적으로 이쪽 분야에 투자해 선도하는 회사가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심현철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도 "우리나라는 시작이 늦기도 했고 핵심기술 확보도 돼있지 않아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외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수입할 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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