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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러시아는 소수민족 필요 없다” 푸틴 연설문은 가짜

등록 2018.07.18 11:39:58수정 2018.07.18 19: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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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연 첫 공식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07.17

【헬싱키=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연 첫 공식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07.17


【서울=뉴시스】김광원 기자 = 예멘 난민신청자의 제주도 입국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수민족 문제에 대해 한 것으로 알려진 연설이 SNS에서 공유되며 관심을 받고 있다. 

공유되는 게시물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13년 2월4일 러시아 하원 의회인 두마(Duma)에서 러시아 내 소수민족 문제에 관한 연설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살고 일하고 먹고 싶다면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러시아 법을 존중해야 한다”며 “그들이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을 선호한다면 그 율법을 쓰는 곳으로 가라고 충고한다. 러시아는 소수민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그들이 아무리 차별을 크게 외치더라도 그들에게 특권을 부여하거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법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팩트체크]“러시아는 소수민족 필요 없다” 푸틴 연설문은 가짜

영문으로 작성된 일부 게시물에는 연설을 들은 러시아 의원들이 5분간 기립박수를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평소 직설화법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이지만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 발언으로 보기에는 정제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과연 푸틴 대통령은 실제로 "러시아에는 소수민족이 필요없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푸틴 대통령은 이런 연설을 한 적이 없다. 먼저 연설일자로 알려진 2013년 2월4일은 물론 같은 해 2월을 통틀어 푸틴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설한 기록은 없다.

또 크렘린궁 웹사이트 대통령 발언록에도 비슷한 기간에 의회에서 연설을 했거나 위와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한 기록도 없다. 

사실 푸틴 대통령의 반 이슬람 연설로 알려진 이 내용은 2013년 4월 처음 퍼진 이후 해외 매체를 통해 수차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검증됐다.

검증 매체들에 따르면 연설문은 발언주체와 일부 단어만 바뀌며 10여 년째 확산되고 있다. 2005년 호주 총리 존 하워드를 시작으로 2013년까지 총 3명의 호주 총리가 발언주체로 등장했다. 나중에는 프랑스 총리 프랑수아 피용이 말한 것으로 알려진 유럽 버전도 나왔다. 물론 위 정치인들 중 누구도 이런 발언을 한 적은 없다.     

SNS에 퍼진 푸틴 대통령 연설문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내 소수민족과 이민자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비록 보다 온건하고 정제된 톤이었지만 푸틴 대통령은 실제로 이와 유사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2년 1월26일 연방이민청 확대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러시아는 아무나 원한다고 들어올 수 있는 나라가 되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에 정상적으로 통합되고, 러시아어를 배우며 우리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고 러시아 법을 준수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경제는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경제에 필요한 외국인 전문가를 위해 취업 허가 절차를 크게 간소화했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한양대 변현섭 교수 연구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넒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1억4000만여 명에 불과한 적은 인구와 노동인구 감소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고 있다. 

2014년 기준 러시아 내 불법이민자는 최대 500만여 명에 달한다. 또 60만여 명의 무비자 이주자들이 체류 기간을 위반하고 있다. 이들 불법 이민자들은 사회에 제대로 통합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곤 한다.

이뿐 아니라 저렴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현지 러시아인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러시아인들은 임금이 낮아진 일자리를 피하고 고용주들은 계속해서 외국인 근로자를 찾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인 인력을 필요로 하면서도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러시아의 이중적인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푸틴 대통령은 이민자나 소수민족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을 주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민자들이 러시아 문화를 존중하고 법을 준수해야함을 분명히 밝힌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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