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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지구촌···이런 단어들에 공감할수밖에 없다, 연극 '오렌지 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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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0-17 14:57:41  |  수정 2018-10-17 20: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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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라자크 쿠코이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두 청소년에게 나라가 다르다는 것은 소통에 문제가 되지 않아요. 서로의 감정에 자연스레 공감하죠. 다른 언어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감정을 느끼는 거예요."(김민주)
 
 "지구 반대편에 한국이 있고, 역시 10대들이 살아가고 있고. 영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고 있어요. 상처 받는 것도 같고. '어디서나 비슷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그 만큼 저도 폭이 넓어지고 성장하고 있어요."(라자크 쿠코이)

21일까지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오렌지 북극곰'은 '한국, 영국 청소년극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했다. 한국 작가 고순덕과 영국 작가 에번 플레이시가 서로의 나라를 오가며 작품을 개발했다.

양국의 청소년들도 작품 개발 , 제작과정에 참여했다. 작품 속 한국인 소녀 '지영', 영국인 소년 '윌리엄'의 통렬한 대사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빌린 것이다. 영국 어린이청소년극 현장을 30여년 간 지켜온 피터 윈 윌슨이 연출했다.

엄마가 부재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지영과 이민자의 아들로 영국에 살고 있는 윌리엄. 학교에서 존재감 없이 막막한 심정으로 세상을 표류하던 소녀와 소년은 어느 순간 서로를 감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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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공간의 배경과 한국어, 영어가 뒤섞이는 가운데서 두 청소년이 한 공간에서 만나고 엇갈리는 등 연극적인 장치가 돋보인다. 이를 통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두 청소년이 교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영 역은 2016년 이 작품 초연에서 같은 역을 맡았던 김민주(25)가 이번에도 책임진다. 초연과 이번 재연은 상당히 달려졌다. 초연에서 윌리엄은 한국 배우 안승균(24)이 맡았는데 이번에는 영국의 신인 배우 라자크 쿠코이(20)가 연기한다. 또 초연에서 한국 소녀와 영국 소년의 이야기가 병렬식으로 전개된 인상이 강했던 반면, 이번에는 접점이 크다.

한예종 연극원 출신인 김민주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었다. 그 만큼 지영 역에 자신을 투영했다. "남들이 정해놓은 방식으로 여자가 되고 싶지 않은 친구에요. 화장이 어색한 반면, 책을 읽으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는 소녀.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을 하고 있어요."
 
오디션을 통해 윌리엄 역에 발탁된 쿠코이는 윌리엄처럼 이민자 가정이다. 부모가 나이지리아 출신. 고등학생때 전학을 자주 다녔다는 그는 넘치는 자신의 에너지를 드라마, 영화에 쏟으면서 안정을 찾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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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연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웃었다. 지난 8월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한달 남짓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1년은 더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무엇보다 한국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했다. 이번 '북극곰 오렌지'에는 김민주를 비롯해 강정임, 홍아론 등 한국 배우 3명, 쿠코이를 포함해 타히라 샤리프, 마이클 코주 등 영국 배우 3명이 함께 작업하고 있다. "한국과 영국 배우들이 연기하는 스타일이 달라서 좀 더 시각을 넓힐 수 있어요. 연기한다는 것 자체의 공통점을 찾는 것도 재미있고요."

작품 속 지영, 윌리엄처럼 양국의 배우들은 실생활에서도 교감하고 있다. 김민주는 "언어를 몰라도 몸짓, 손짓으로 소통을 하는 새로운 장면을 보게 되요"라면서 "특히 음식을 나눠 먹을 때 사뭇 달라요. 외국사람들을 대할 때 예측할 수 있는 차이점이 있는데, 이번 작업으로 그런 것을 탈피하고 있어요"라며 설레어했다. 
 
'북극곰 오렌지'팀의 막내급인 쿠코이도 "소통하는데 나이가 중요하 것 같지 않아요"라면서 "강정임 배우의 에너지가 정말 대단한데, 그녀의 친절함은 이뤄 말할 수 없어요"라며 흡족해했다.

교감은 영국으로도 이어진다. 국립극단 공연 이후 11월 영국 버밍엄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현지 관객을 만난다. 김민주는 "첫 공연을 올렸지만,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지막까지 발전하고 변화하고 싶어요"라면서 "버밍엄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충분히 이야기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해요"라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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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코이는 "연극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 생활 안에서 충분히 살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라고 했다. "영국 관객들도 그런 세계를 접했으면 해요"라는 마음이다.

 '오렌지 북극곰'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단어들이 조합된 제목은 초연에 연출, 이번 재연에 아트 디렉터로 참여한 여신동 무대 디자이너가 지었다. "빙하를 떠도는 북극곰의 모습이 불안해 보이는데, 오렌지색을 떨어뜨려주면 따듯한 느낌이 날 것 같았다"는 감성이다. 

연극 자체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빙하 위를 떠다니는 듯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청소년극이라는 외피에 어울린다. 하지만, 특정 작품을 청소년극으로 규정할 때 생기는 오류는 경계해야 한다. 

김민주가 잘 짚었다. "청소년극은 청소년을 위해, 청소년에게 보여주는 극이라고 보통 생각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을 대상화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봤다. "청소년이라는 미명 안에 청소년들의 각자 정체성을 가둬 버리는 것을 경계해야 해요. 마냥 순수 또는 유토피아로만 여기면 안 되죠"라는 판단이다.

잠자코 듣고 있던 쿠코이도 거들었다. "그려놓은 것이 아닌 각자의 진실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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