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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시집]채호기 '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이훤 '우리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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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1-27 0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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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

1988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를 통해 등단한 채호기의 일곱번째 시집이다. 57개의 시편이 실렸다.

 '새벽 숲에서 검은 사슴과 마주쳤을 때/ 검은 사슴은 몸을 정면으로 돌려/ 몇 그루 나무의 검은 수피를 지나,/ 떨리는 가지와 잎을 지나,/ 똑바로 인간의 눈을 응시했다.'('검은 사슴' 중)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은 항상 밤이다. 낮동안 머리의 부장품들은 물과 파도로 된 파란 껍질에 덮여 있다. 빛은 낮에 프라이팬 위에 기름 튀듯 해면에서 반짝인다.'('등대' 중)

 '저 꽃병은 자신이 흙이었던 때를 기억할까?/ 꽃은 산모퉁이에, 들판에/ 사라지는 목소리들로 사그라지고/ 꽃이 없는 빈 병이 아름답다.'('꽃병' 중)

채 시인은 "생각을 멈추고 호흡에 집중하기. 몸에서 빠져나와 언어로 행동하기"라고 했다. 156쪽, 80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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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

2014년 '문학과 의식'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훤의 두번째 시집이다. 언어적 실험과 삶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
 
'도처에 비가 내리는 날/ 우리는 악어를 꺼내 나누어 가졌다 악어도 없는 사람들이/ 악어를 꺼냈다 악어가 아닌데 악어가 아닌데/ 다른 악어를 안았다 악어가/ 악어를 먹었다 악어가/ 악어를 버렸다// 악어가 악어를 버리다니'('도처' 중)

 '사과를 하지 못한 사람에게 미리 사과를 주자/ 양파를 못 먹는 사람의/ 샐러드는 마지막에 만들자/ 굶주린 악보를 읽어본 적 없는 사람을 광장으로 데려가자/ 불을 조립하자 우리는 우는 일을 증오하는 사람과/ 나무를 심자'('요거트' 중)
 
'잠기지 않는 문을 갖고 싶어. 적당한 굵기의 마음을 찾고 싶어. 생활은 대개 작은 가방이 큰 가방에 들어가는 편. 사람들이 꺼졌다 켜진다 우리는// 곁에게// 자주 사용되고 싶다// 잘 만든 품이라는 게 멀리 있을 때는 항상 넉넉한데'('백열' 중)

이 시인은 "하나의 용서가 나를 시작했다"며 "불가능한 일인데 불가능한 일인데 나는 살아야겠다. 나는 가능해야 겠다"고 한다. "첫 얼굴을 자꾸 잃어버리는 사람이 비루한 손을 내놓는다. 그조차 자격이 되지는 않지만 이렇게나마 당신께 당신의 것을 돌려드린다." 140쪽, 9000원, 시인동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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