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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北 '김영철사단' 분업…김혁철 '핵', 박철 '북미', 최선희 '평화'

등록 2019.01.30 12: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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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회담 김영철 중심, 실무 책임자 1+3 체제

김혁철 전 대사 北 외무성 '군축' 전략통 평가

박철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유엔 근무 이력

최선희 부상, '평화체제' 다자 협상 밑그림 역할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세번째) 등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 맨 앞부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보고 앉아 있다. 사진은 19일(현지시간)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2019.01.20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세번째) 등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 맨 앞부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보고 앉아 있다. 사진은 19일(현지시간)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2019.01.20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이 대미 협상 진용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미 협상의 3축인 비핵화, 관계개선, 평화체제를 전담할 실무 책임자를 두고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3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이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고위급회담 대표로 놓고 그 아래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실무 책임자로 포진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김영철 사단'은 1+3 형태로 구성, 실무책임자는 대미 협상의 핵심 의제를 1개씩 맡아 실무협상을 진행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북미 고위급회담은 김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맡고,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실무협상은 이들 3명이 의제에 따라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상대할 거라는 전망이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D.C. 방문을 계기로 비건 특별대표가 새롭게 지명된 그의 카운터파트와 만날 기회를 가졌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전담하는 비건 입장에서는 기존 카운터파트였던 최 부상뿐만 아니라 김 전 대사와 박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까지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이다.
 
비핵화 의제는 김 전 대사가 맡는다. 그는 지난 2014년 스페인 주재 대사로 임명되기 전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으나,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그가 북한 외무성에서 키운 '핵협상' 전략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북핵 6자회담 당시 북측 단장이던 김계관(현 외무성 제1부상)의 연설문을 작성했다는 게 태 전 공사의 전언이다. 정부 당국 또한 김 전 대사가 군축전문가라고 평가하며 대미 실무협상 비핵화 의제를 담당할 거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한 북미고위급회담대표단으로 미국에 다녀온 김영철 부위원장으로 부터 워싱턴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며 북한 매체가 24일 보도했다. 2019.01.24. (출처=조선중앙통신 홈피)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한 북미고위급회담대표단으로 미국에 다녀온 김영철 부위원장으로 부터 워싱턴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며 북한 매체가 24일 보도했다. 2019.01.24. (출처=조선중앙통신 홈피)  [email protected]

북한이 비핵화만큼 중요시하는 '새로운 관계 설립' 의제 실무협상은 박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맡는다. 그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서 근무했다는 점이 이러한 내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박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7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서 김 부위원장과 회담할 때 배석했다. 당시 북한은 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후 미국이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신뢰 조성' 문제는 논의하려 하지 않고 '강도적 비핵화 요구'만 들고나왔다고 날을 세운 바 있다. 북미 관계개선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박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배석시켰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미 관계개선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에 대한 협상에 주력할 거라는 전망이다.
 
최 부상은 북미 협상의 마지막 축인 평화체제 전환 다자협상을 맡게 된다. 폼페이오 장관의 '새로운 카운터파트' 발언 이후 최 부상이 실무협상 라인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비건 특별대표가 스웨덴에서 최 부상을 만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역할이 있을 거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그는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총괄했으나 이번에는 6자회담 경험을 토대로 다자협상 방식의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실무협상에 집중할 거라는 전망이다.

북한이 이처럼 실무협상을 분업화한 것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거듭 피력했으나 미 조야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를 끌어내기 위해 실질적인 비핵화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모르고 있지 않은 만큼 미국과의 실무협상에서 속도를 낼 필요성은 분명하다.

【서울=뉴시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출처=NHK 화면 캡처> 2019.01.15

【서울=뉴시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출처=NHK 화면 캡처> 2019.01.15

정보 당국은 북미가 오는 2월 말께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조만간 공동선언문 문안 조정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달여 남은 기간에 북미는 고위급회담은 개최하지 않고 실무협상 담당자를 통해 막바지 의제 조율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내다봤다.

정부는 북한의 협상 대표단 확대 개편으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긴 했으나 기존의 남북·북미 소통 채널을 중심으로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선순환을 추동하기 위한 역할에 집중할 거라는 방침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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