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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창학 "이래서 뮤지컬한다"···작사·영화학 말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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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3-28 12: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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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사가 박창학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작업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사가 박창학은 오는 5월 재공연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 참여한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박창학(51), 이 이름을 듣고 가슴이 설렌다면 당신은 1990년대 대중음악깨나 들은 사람이다. 1990년 윤상(51) 1집을 시작으로 노랫말의 서사성과 시적인 시선이 무엇인지 공감각적으로 보여준 당대를 풍미한 작사가. 윤상의 '한 걸음 더' '달리기' '날 위로하려거든', 김동률(45)의 '출발', 박효신(38)의 '먼곳에서'가 그의 작품이다.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송스루 프랑스 라이선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개사가로 유명하다. 2007년 10월 김해문화의전당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가 우리말로 처음 공연했는데, 그가 노랫말을 번역했다.

2009년 역시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을 번역했고, 2011년 프랑스 뮤지컬 '스타마니아'에서 음악과 줄거리 등의 모티브를 따온 뮤지컬 '코로네이션 볼' 작업도 했다.

이런 박창학이 5월17일부터 7월14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재연하는 러시아 라이선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재연의 가사 작업에 참여했다는 소식에 반색한 뮤지컬 팬들이 한둘이 아니다.

당산동 작업실에서 만난 박창학은 초연이 아닌 재연에 합류한 것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음악이 마음에 들었어요"라며 웃었다.

 완벽주의자인 박창학은 라이브가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 통제가 되지 않아 늘 불안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72)와 작사가 뤼크 플라몽동(77)이 대중음악에 기반한 음악가들이라는 점이 그의 마음을 돌렸다. 비영어권 음악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전부터 그들의 앨범을 듣고 좋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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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사가 박창학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작업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사가 박창학은 오는 5월 재공연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 참여한다. chocrystal@newsis.com
"좋아하는 업계의 선배들이라고 할 수 있죠. 하하. 플라몽동 선생님이 뮤지컬 때문에 한국에 왔을 때 쫑파티를 연 자리였어요. 프랑스 스태프들이 건배를 하면서 '플라몽동 노래는 프랑스 말을 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수십년 동안 가요 가사를 쓴다고 했는데, 제 노래 중에 그런 노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만든 뮤지컬이니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율리 킴이 작사하고 로만 이그나티예프가 작곡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넘버도 지난해 초연 당시 광활한 러시아처럼 끊임없이 휘몰아치며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3권 분량 1800쪽가량의 방대한 톨스토이 원작을 2시간 남짓으로 압축한 작품. 1860년대 러시아의 농노 해방 시기가 배경이다. 고관대작 남편과 정략 결혼한 '안나'가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금단의 사랑에 빠지면서 모든 걸 잃게 된다는 이야기로 거칠게 압축할 수 있다. 뮤지컬은 안나의 삶을 톺아보며 그녀의 비극을 부각한다.

박창학은 "'안나 카레니나' 전체를 뮤지컬로 옮길 수 없죠. 결국은 앞선 영화들이 그랬듯 내용을 자르고 골라내는 것이 필요한데 뮤지컬 입장은 분명해요. 안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겠다는 것이요. (도시의 삶을 뒤로한 채 시골 농장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레빈을 내레이터로 삼은 영화도 많거든요"라고 설명했다.

박창학이 '노드르담 드 파리' 노랫말을 번역할 때 각운, 두운까지 고민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졌다. 압운(押韻)을 살리고 시적인 표현을 고민했으며 둥글게 말리는 불어의 발음까지 녹여넣은 우리말 개사는 큰 호평을 들었다.

러시아어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도 "노래로서 덜 어색하고, 최대한 러시아어로 부르는 느낌과 닮았으면 했어요"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는 안나가 돋보여야죠. 안나의 비극이 절정에 달하는 시점에, 울컥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러시아어는 원래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서너달 전 (제작사) 마스트 엔터테인먼트의 제안을 받고 샘플곡을 드리고 두세달 전 확정이 되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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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사가 박창학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작업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사가 박창학은 오는 5월 재공연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 참여한다. chocrystal@newsis.com
우리말과 외국말은 음을 쓰는 방법은 다르다. 우리말은 글자 하나마다 음이 하나씩 필요하다. 하지만, 외국말에서는 악센트가 들어가는 단어에 음이 붙으면 된다. 예컨대 '예스터데이'를 우리말 노래로 하면 음표가 다섯 개 필요하지만 외국말 노래인 경우에는 강세 2개에 붙는 음표 2개만 있으면 되는 식이다.

"'예스터데이'라고 부르는 것과 '어제'라고 부르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나죠. 무엇보다 들었을 때 위화감이 없어야 해요. 원곡을 계속 듣는 것이 중요한 이유죠. 그래서 계속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을 정도로 곡이 좋아야 하죠."

 박창학이 뮤지컬 작업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쉽지 않다. 손이 굉장히 많이 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결심을 해야 한다. 작업에 들어가면 애정이 생겨 매일 연습실에 나가야 하고, 그러다 보면 배우들과 친해져서 공연장도 매번 가야 한다. 김해문화의전당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가 공연할 당시에는 이 공연장에서 살다시피했다.

 웬만하면 시작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안나 카레니나'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함께 한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것이어서 '의리'가 작용했다. 

"이제 음악 일도 그렇고 제게는 잘 마무리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글로 먹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시고, 제 것을 들어준 분들을 우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새로운 것으로 다른 분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운이라고 생각해요. 소중한 인연을 맺은 분들과 제일 좋은 그림으로 끝까지 남는 것이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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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사가 박창학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작업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사가 박창학은 오는 5월 재공연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 참여한다. chocrystal@newsis.com
국문학을 전공한 박창학은 고등학교 국어교사였다.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등도 읽고 쓸 수 있다. 국제공용어인 에스페란토도 가능하다. 언어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일본어 덕이다. 영화학자이기도 한 박창학은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영화이론을 공부했다. 하스미 시게히코의 영화비평선 '영화의 맨살', 오즈 야스지로의 산문집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등을 번역하기도 했다.

"일본 유학 시절에 사전의 매력에 빠졌어요. 사전이 예쁘게 잘 나왔는데 한쪽 한쪽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도서관에서 매일 사전을 보고는 했죠. 이후 언어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윤상의 음악 파트너로 주로 알려졌지만 박창학은 음악 프로듀서기이도 하다. 에스페란토어 문법학자 이름에서 따온 레이블 '팀 카베토'를 통해 영화음악가 박지만이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앨범 ‘그 사람에게’를 시작으로 정재일, 박아셀, 손성제, 하비누아주 등의 앨범을 제작했다. 완성도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상업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반응을 얻지 못했다.

"제가 들인 돈 이상을 뽑을 생각만 안 하면 앨범을 계속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적자가 계속 나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좋은 음반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해요."
 
문화영역 전방위를 아우르는 박창학은 '작사가'로 불리는 것이 가장 편하다. 내로라하는 작사가가 생각하는 좋은 한국어 노랫말을 쓰는 뮤지션은 누구일까. 루시드 폴, 조정치, 이소라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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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사가 박창학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작업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사가 박창학은 오는 5월 재공연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 참여한다. chocrystal@newsis.com
"루시드폴과 조정치는 시 같은 가사를 써요. 노래를 듣지 않고 글자만 봐도 가치가 있죠. 이소라씨는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해요. 드라마로 접근한다는 방식이요. 줄거리를 상정하고 모호성이 있어 듣는 사람이 '내 이야기'로 여겨지게끔 만들죠. 저는 제가 쓴 글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지만 소수는 있다고 믿거든요. 그래야 글을 쓸 수 있죠."

박창학은 글을 쓰는 프리랜서가 먹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전범이다. "프리랜서로 산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는 재능이 있어야 해요"라며 웃었다. "주변에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때가 많은데 이를 이겨내야죠. 그래서 운이 좋아야 해요. 특히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요.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박창학은 2010년 극단 현대극장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소외된 농어촌지역을 순회공연한 뮤지컬 '멋진 인생'을 통해 창작 뮤지컬 작업의 재미를 느낀 적이 있다. 연출자가 대본은 다 쓰되, 노래가 들어갈 부분은 통째로 그에게 맡겼다. 마음대로 상상할 여지를 준 것이다.

"뮤지컬은 음악업계에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발라드 CD만 내도 수익을 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음반이 안 팔리고 음원도 공짜에 가깝죠. 그래서 공연이 중요한데 뮤지컬은 훨씬 볼거리가 많으니까요. 음악이 좋으면 더 많은 관객이 몰리지 않겠어요?"
 
한편 이번 '안나 카레니나' 타이틀롤은 뮤지컬배우 김소현(44)과 차지연(37)이 맡는다. 안나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 전도유망한 젊은 백작이자 장교인 '알렉세이 브론스키'는 초연 배우인 민우혁(36)과 이번에 합류한 김우형(38)이 나눠 연기한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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