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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반도체 시장 석권"...삼성전자, 133조 투자해 비메모리 키운다(종합)

등록 2019.04.24 17: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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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비전2020' 이후 10년만에 일성...반도체 '초격차'

전체 반도체 시장 70% 비메모리 분야..."2030년 1위 목표"

정부, 비모메리 분야 육성에 높은 관심..."메모리 편중 해소"

"2030년 반도체 시장 석권"...삼성전자, 133조 투자해 비메모리 키운다(종합)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분야 점유율을 끌어올려 전체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창립 40주년인 지난 2009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까지 매출 4000억 달러 달성, IT업계 1위라는 목표를 설정한 '비전2020' 이후 10년만에 새 청사진이 제시됐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전2020'이 종료되는 올해 새로운 10년을 맞아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 '초격차'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책임감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4일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삼상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와 기술력을 공유해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중소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이달 말 정부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방안과 함께 이같은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으로 알려진 발표 현장에는 정부 고위관계자와 이재용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정부의 발표 보다 다소 이른 시점에 전격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계획을 공개했다.

업계는 삼성전자는 정부의 계획과는 별개로 체계적인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전략을 준비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도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2019.04.24 (사진 = 삼성전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2019.04.24 (사진 = 삼성전자 제공) [email protected]


◇전체 반도체 시장 70% 비메모리 분야..."2030년 1위 목표"

반도체 산업은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와 위탁생산을 뜻하는 파운드리 등을 포함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전체 시장에서 한 자릿수의 점유율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에 뛰어드는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의 부침과 연관이 깊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지만, 가격 변화가 심해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돌아오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분기마다 경신하는 등 최대 실적을 연이어 달성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향세로 돌아서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감소했다.

전체 반도체 산업을 놓고 보면 메모리 반도체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도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의 이유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가 비베모리 분야로, 향후에도 이 분야의 수요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호황 배경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메모리 시장 규모는 1240억달러(약 138조원), 비메모리 시장은 2882억달러(322조원)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1645억달러(184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1651억달러)보다 약간 줄어든 것이다. 반면 전체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4780억달러(534조)에서 4901억달러(547조)로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모바일 프로세서와 모뎀칩, 이미지센서 등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았지만 파운드리 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후발 주자로 참여해 시장 점유율은 1위 업체인 대만 TSMC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공정 경쟁력은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나노 EUV(극자외선) 공정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16일 5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초미세공정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춰 선두권 업체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

"2030년 반도체 시장 석권"...삼성전자, 133조 투자해 비메모리 키운다(종합)


◇정부, 비모메리 분야 육성에 높은 관심..."메모리 편중 해소"

반도체 산업 발전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높다. 반도체 산업은 국내 수출의 20%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의 업황에 따라 국가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내놓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비메모리 분야가 성장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해 상이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생산이 분업화된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반도체 구조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창의성에 기반을 둔 회로설계 능력이 요구된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생산설비 확충 등 물적 자본 투자에 크게 의존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편중된 상황이다.

비메모리 분야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반도체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급 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며 "국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연관성이 큰 팹리스(반도체 설계) 산업과 파운드리 산업이 공생하는 생태계 마련도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초미세 공정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파운드리 기술 리더십을 제고하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반도체 장비, 소재, 디자인, 패키징, 테스트 등 다양한 전문 업체들이 함께 성장해야 하므로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

특히, 국내 팹리스 업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파운드리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SAFE TM(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함께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첨단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 생산의 핵심 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강화되는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역량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를 내놓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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