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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모든 상황 대비"…북·중·러 공동전선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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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26 14:41:25
김정은 "美 용단 올해까지 인내" 장기전 대비
대미 협상 틀 속에서 저강도 압박에 나설 듯
김영철 배제, 폼페이오 교체 명분 쌓기 관측
북미·남북대화보다 중러와 텃밭 다지기 주력
'우군' 시진핑·푸틴의 평양 방문 시기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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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단독회담을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04.26.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훈 김성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천명한 것의 연장선이어서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2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국의 계산법'을 비판해왔던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얼마 전에 진행된 제2차 조미수뇌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북한은 여전히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올 초부터 나오는 발언들은 미국에 대한 불신, 그리고 현재의 협상 구도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만으로 비핵화를 강요하려 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주일 뒤 그는 한밤중에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건너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조선 측이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라는 발언을 얻어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이는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 표명'을 핵심으로 한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 연장선에서 준비해온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장담하지 못한데서 오는 불안감이 깔린 행보이기도 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카드로 내밀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결국 결렬됐고, 김 위원장은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된 자리에서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장기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자력갱생'에 기반한 경제건설총력 투쟁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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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만찬을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04.26.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 일정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의) 대화를 이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이 건설적 태도를 취하면 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협상 구도를 흔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이 중심이 된 지금의 협상 구도에서는 북한의 체제 안전을 완전하게 보장할 수 없다고 평가하며 6자회담 재개 카드를 꺼냈다.

김 위원장은 당장 새로운 길의 문을 열지는 않겠지만, 협상 장기전 준비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 전술도 사용할 거라는 전망이다. 이미 북한은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 문답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교체를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이자 지난해부터 비핵화 협상을 총괄한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통일전선부장 자리에서 내린 것도 일종의 대미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을 비핵화 협상에서 선제적으로 배제하면서 카운터파트였던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 요구의 명분을 쌓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이전의 협상 시스템과 셈법을 수정하라는 대미 압박성 조치"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 평가하고,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조정 연구해 나가는 데서 의미 있는 대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비핵화 협상에 러시아의 역할이 확대될 것을 시사했다. 중앙통신도 관련 보도에서 "공동으로 정세를 관리해나가기 위한 솔직하고 기탄없는 의견을 나누시었다"고 밝히며 전략적 공조 강화를 예고했다. 지난 1월 시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조중(북중) 공동의 힘으로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확고히 수호해나가"라고 밝힌 것과 맥락이다.

홍 실장은 "북한은 향후 미국과의 협상 판이 깨져 '다른 길'을 가야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성격이지만 판이 깨졌을 때를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데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 여론전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의 양자 관계를 고려할 수 밖에 없지만, 북한이 러시아나 중국을 활용해 실질적인 비핵화 행동에 나설 경우 미국 중심의 대북제재 기조가 느슨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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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 1월 4차 방중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01.10.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올해 미국에 다급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군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며 "이러한 차원에서 미국과의 정상회담이나 남북대화를 잠시 후순위로 두고 텃밭 다지는 작업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베이징에서 시 주석에게 평양 방문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이를 수락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김 위원장의 평양 방문 요청을 수락했다. 이들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대내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겠다는 김 위원장의 권위를 세워주기 위해 머지않은 시일에 움직일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 연구위원은 "텃밭을 다지는 차원에서 김 위원장의 다음 정상외교 상대는 시 주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jikime@newsis.com,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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