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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교육은 필수라면서…외면받는 대학 노동·인권 교육 현주소

등록 2019.05.0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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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26개 대학중 8개교만 노동인권 관련 교양과목 운영

입시교육에 매몰된 초·중·고…대학생 돼도 노동인권 지식 부족

취업현장에 뛰어들기 전 마지막 단계…"대학생 노동교육 필요"

노·사로 성장할 대학생들, 노동인권 배우면 갈등완화 기대감도

【대구=뉴시스】 캐릭터 인형을 쓴 한 아르바이트생이 폭염과 싸우며 시민들에게 상점을 홍보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인 대학생들에 권익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대구=뉴시스】 캐릭터 인형을 쓴 한 아르바이트생이 폭염과 싸우며 시민들에게 상점을 홍보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인 대학생들에 권익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청년실업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대학에서는 취업교육이 강조되지만 정작 예비취업자들인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노동·인권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인권 교육은 대학생들이 사회초년생이 됐을 때 자칫 침해당할 수 있는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데다, 노사 모두가 노동법을 숙지하고 있을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1일 뉴시스가 올해 1학기 기준 서울 시내 4년제 일반대 26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반 학생들도 들을 수 있는 교양과목으로 노동인권 관련 수업을 개설한 곳은 건국대(직장생활관련 상식법률), 덕성여대(인권과 노동법), 상명대(복지노동과 법), 서울시립대(노동법의 이해), 성균관대(직업생활과법), 중앙대(현대사회의 노동과권리) 등이다. 이화여대와 동덕여대는 노동과젠더, 여성과노동 과목에서 여성에 특화된 노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나머지 학교는 법률 관련 수업에 노동관련 내용을 1주차 포함하거나 2학기에 관련 수업을 준비할 예정이다.

대학들이 취업컨설팅이나 직업역량강화 등 취업 관련 교육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실제로 취업 이후 겪을 수 있는 노동권·인권 문제에 대해선 등한시 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이영무 사무국장은 "취업 관련 교육은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있어서 받은 적이 있지만 노동 관련 교육은 받은 기억이 없다"며 "우리도 어떤 형태로든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노동을 할텐데 그 과정에 있어서 대학생이 되어서도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인 지식을 익힐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초·중·고등 단계에서는 대학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해 다른 교육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중·고교 학생 86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학생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32.8%만이 노동인권교육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직업계고 학생들은 71.5%가 노동인권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반면 일반고 학생의 경우 31.6%로 비율이 확연히 떨어졌다.

대학생들은 졸업과 함께 곧바로 취업을 하는 '취업준비생'이라는 점에서 노동권과 인권에 관한 지식 습득이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통계로 본 서울의 노동' 자료를 보면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노동자 79만7000명 중 13.6%인 10만5000명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 서울에서 임금체불을 당한 노동자만 6만2854명으로 임금체불 총액이 3096억원에 달한다.

상지대 법학과 김명연 교수는 "직장 내에서 노동자로서 권리나 인권이 침해됐을 때 대응 방안이 중요한데 아는 것 만큼 주장할 수 있다"며 "내 권리가 침해받았을 때 대응법과 주장의 논리를 배우는 것은 시민으로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에 대한 구제 뿐만 아니라 노동자로서 권리의식 향상도 교육으로 기대되는 효과 중 하나다.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조성혜 교수는 "노동법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아르바이트 중 임금체불을 당해서 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근로감독관에게 가서 신고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라며 "갈등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는데 괜찮겠냐고 했더니 자신이 사업주에게 부당한 일을 당한거니까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수업을 들으면서 학생들이 의식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사회초년생이 되는 학생들은 직업단계에서는 약자이고, 시민으로서 교양과 소양을 쌓는다는 측면에서도 노동인권 교육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과 관련된 교육이 노동현장의 혼란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노동법학회 송강직 회장은 "학생들이 노동자가 되기도 하지만 경영진이 될 수도 있다. 노사가 노동법을 배우고 숙지하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학에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실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순 교수는 "일본의 경우 중등교육 단계에서부터 지역의 노동조합이나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노동교육이 이뤄진다"며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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