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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400만명 웃겼다, 연극 '보잉보잉'의 18년 내공

등록 2019.05.07 06:04:00수정 2019.05.07 09: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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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수연, 강예빈, 한영준, 김성은

왼쪽부터 조수연, 강예빈, 한영준, 김성은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연극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다. 쉴 새 없이 웃다 보면 어느덧 공연시간 100분이 훌쩍 지나 있다.

연극 ‘보잉보잉’은 B급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작품성 높은 연극처럼 깊은 메시지를 전하지는 않지만, 관객들의 웃음만큼은 제대로 책임진다. 2001년 공연을 시작한 후 누적관객 수 430만명이라는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바람둥이 ‘조성기’(한영준·임채영·오진영·장은석·최준하)는 무슨 복이 이리도 많을까. 양다리도 모자라 세 다리를 걸친다. “여자는 말이야. 딱 셋이 좋아! 많으면 피곤하고”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인물이다. 요즘 시대 여성들이 보면 기겁할 일이다. 성기는 미모의 스튜어디스 ‘이수’(강예빈·나혜진·남지율·서가현·전민정), ‘지수’(김성은·박기루·이연우·윤교야·최연아), ‘혜수’(유은주·이현아·지혜연·윤이나·한지은) 셋과 사귀며 아슬아슬한 연애를 즐긴다.

성기의 애인 세 명은 남성 관객들의 로망을 충족시킨다. 섹시하고 건강미 넘치는 이수,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지수, 엉뚱한 매력을 지닌 혜수가 그렇다. 대학로의 수많은 연극 중 남성 관객이 유독 많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UFC 옥타곤 걸로 활약한 강예빈(36)이 등장하면 객석에서는 일제히 함성이 쏟아진다. ‘군부대가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인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1998~2000)에서 ‘미달이’로 사랑 받은 김성은(28)과 그룹 ‘블레이디’ 출신 탤런트 박기루(26)도 반갑다. 물론 이들의 애교는 호불호가 갈린다. 남성 관객들은 격하게 호응한다. 야유하는 여성 관객들도 많다.

성기는 각기 다른 항공사에 근무하는 세 애인의 비행 스케줄을 확인하며 연애를 이어간다. 어느 날 비행시간이 바뀌고, 세 여자가 한 집에 모이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이 손에 땀을 쥘만큼 긴장감이 넘친다.

고향 친구 ‘순성’(여신우·안상훈·김인묵·신승철·박세훈)과 가정부 ‘옥희’(조수연·김현지·이수경·배윤정·이하린)가 성기의 바람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재미를 더한다. ‘보잉보잉’의 웃음의 8할은 이들이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연극배우 여신우(35)와 KBS 공채 개그우먼 조수연(28)은 높은 싱크로율과 남다른 애드리브로 관석을 들었다놨다 한다. 상대역과 키스는 물론 급소를 더듬는 상황 등이 연출되지만 불편하지 않다. 옥희가 19금 농담과 함께 끈적끈적한 유혹의 몸짓을 보낼 때 순성이 질겁하는 모습 역시 귀엽고 사랑스럽다.

 스위스 작가 마르크 카몰레티(1923~2003)의 동명 원작을 번안·각색한 작품이다. 그 동안 영화배우 안재홍(33), 탤런트 김선호(33) 허정민(37) 안세하(33)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관객을 즐겁게 만드는 손남목(48) 연출의 능력을 엿볼 수 있다. 18년 동안 대학로에서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킨 비결을 알려준다. 

‘보잉보잉’은 수많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자리 잡았다.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다. 다만 넋 놓고 바라보는 남자친구를 발견하고 싸울 수도 있다. 대학로 두레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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