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서울시 1회용품 억제책 충분한가…1회용비닐봉투 단속 실효성↓

등록 2019.05.08 10:00:1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플라스틱컵 청사 반입금지에도 하루 200ℓ 가량 수거

단속 위한 '관계 법령' 및 '명확한 기준' 속히 마련해야

전문가들 "대학축제 등 행사시 1회용 전면금지" 권유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 일회용 컵 회수통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시는 금일부터 시청 건물에 일회용 컵 반입을 전면 금지한다. 2019.01.01 dadazon@newsis.com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 일회용 컵 회수통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시는 금일부터 시청 건물에 일회용 컵 반입을 전면 금지한다. 2019.01.01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시가 자연환경보호를 위해 각종 1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1회용컵 사용량은 줄지 않고 1회용 비닐봉투의 경우 단속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호한 규정 등 빈틈 많은 법령 탓에 정책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시청 청사 사무공간·회의실·매점·카페 등에서 1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어 올해 초부터는 테이크아웃 커피나 배달음식 등 1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을 청사 내로 반입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서울시 신청사와 서소문청사 입구에는 '1회용컵 회수통'이 설치돼있다. 직원이나 시민이 테이크아웃 1회용 커피 등을 들고 청사 내로 진입할 경우 반드시 회수통에 컵과 잔여물을 버리고 청사로 입장해야 한다.

회수통에 투입되는 1회용컵은 매일 200ℓ가량이다. 매일 100ℓ짜리 쓰레기봉투 2개 분량의 1회용컵이 수거되고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회수통 설치와 함께 1회용품 줄이기 홍보활동을 펼쳤지만 1회용컵 수거량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날씨에 따라 변동이 있을 뿐 수거량은 매일 200ℓ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시 직원들이 입구에서 1회용컵을 들고 진입하는 공무원과 시민에게 컵을 반입해선 안 된다고 안내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강제로 컵을 뺏을 수는 없다. 법령에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반입금지 사실을 아예 모르고 들고 오는 분들도 있고 부득이 들고 오는 분도 있다"며 "법으로 돼있는 사항이 아니다보니 자칫 너무 과하게 하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청사관리 직원들이 안내를 하긴 하지만 1회용컵을 들고 있다고 해서 청사에 못 들어가게 막거나 강제로 컵을 뺏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가 세워둔 '1회용컵 회수통 확대 계획'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

시는 내년부터는 시로부터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는 민간사업장과 민간위탁시설 내 카페 등에도 1회용컵 회수통을 설치해 건물 내부 반입을 금지할 계획이지만 근거법령이 미비해 강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는 근거법령 미비와 관련, 환경부와 국회의 늑장에 불만을 토로했다. 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부분이 현재 법적으로 소외돼 있다. 법적 제재가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담당자별로 환경부에 법령 개정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지난달부터 대규모점포, 슈퍼마켓, 제과점은 1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제공할 수 없게 됐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와 자치구의 해당부서 인력부족 탓에 시행 1개월이 지난 현재 과태료 부과건수는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1회용 비닐봉투 단속의 전제조건은 '명확한 기준'인데 단속 기준 자체가 모호한 점도 문제다. 특히 제품에 직접 닿는 속비닐이 말썽이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전국 대형마트와 백화점, 슈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 1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슈퍼마켓에서 구청 직원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2019.04.01. dahora83@newsis.com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전국 대형마트와 백화점, 슈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 1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슈퍼마켓에서 구청 직원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2019.04.01.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DB)

환경부와 서울시는 생선·정육·채소 등 음식료품 겉면에 수분이 있는 제품을 싸는 속비닐, 그리고 상온에서 수분이 발생하는 제품을 담기 위한 속비닐의 경우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판매현장에서는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어떤 비닐은 써도 괜찮고 또 다른 비닐은 금지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시 관계자는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명확히 해달라고 환경부에 요청해뒀다. 속비닐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며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 명확하지 않아서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해놨다. 환경부가 분류기준표를 보내주기로 해서 아직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행 1개월이 지나도록 속비닐 분류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환경부의 늑장대응 속에 서울시는 시민의식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서 보니 빵을 살 때 플라스틱 용기를 가져와서 담아가는 분도 많다. 개별로 포장한 제품이 아니라도 집에서 통을 들고 와서 물품을 가져가는 분들이 있다"며 "의식을 개선하는 것 밖에는 없다. 단속도 한계가 있고 언제까지 감시할 수만은 없다. 불편하더라도 시민이 알아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서울시가 1회용품 억제정책을 좀 더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앙정부가 움직이길 기다리지 말고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1회용품 억제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서울시내만 해도 연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축제나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자체가 직접 여는 경우도 있고 민간단체들이 지자체의 허가를 받고 여는 경우도 있다"며 "이 행사들에서 물컵과 페트병 등 엄청난 양의 1회용품이 배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샌프란시스코는 축제나 캠페인 때는 반드시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행사할 때는 1회용품을 쓰지 않게 음수대가 설치되고 1회용품 휴대가 금지된다"며 "서울시가 더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서울시가 플라스틱 프리 도시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서울시라면 실현 가능하기 때문에 너무 눈치 안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축제와 관련, "서울시내 대학에서 축제할 때 1회용품을 많이 쓴다. 서울시가 각 대학과 약속해서 이번 축제부터는 1회용품을 줄이자는 실천을 서울시 가이드라인으로 할 수 있다"며 "좀 더 공격적으로 1회용품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이사장은 서울시가 중앙정부를 기다리느라 때를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열리는 행사는 서울시와 자치단체 책임이다. 중앙정부가 나올 때까지 하면 너무 늦다"며 "서울시는 선진도시다. 미국도 지방자치단체법이 훨씬 속도감을 갖는 측면이 있다. 지금까지 서울시가 잘 해왔지만 그래도 좀 더 욕심껏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회용품을 양산하는 '테이크아웃 문화'를 바꾸기 위해 환경부가 법령 개정을 위해 더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경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서울시가 1회용품 규제를 청사나 서울시 산하기관을 넘어 민간에까지 적용하려면 조례가 필요하다. 그런데 조례를 제정하려면 상위법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환경부가 법을 만들어줘야 하고 그에 근거해 서울시 조례로 정해져야 한다. 단순히 시청사나 산하 구청을 넘어 학교와 병원까지 확산하려면 조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지난해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가 개정돼 서울시내 버스에는 개봉된 1회용 용기에 담긴 음식물을 들고 탑승할 수 없다. 이 조치가 지하철까지 확대돼야 한다"며 "지하철까지 확대되려면 조례에 해당 내용이 담겨야 한다. 조례를 통해 1회용품 사용을 권장하는 테이크아웃 문화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