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만난 김희중 대주교 "식량에 이념 다는 건 도리 아냐"(종합)
"생명 담보로 무기 삼는 건 인륜 어긋나" 식량 지원 지지
"개성공단도 만시지탄이지만 첫 걸음 뗀 건 바람직"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천주교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9.21. [email protected]
김 장관은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천주교 주교회의관에서 김희중 대주교와 60분 남짓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등이 자리했다.
정부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의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에 자금 800만 달러를 공여하겠다고 밝힌 뒤인 만큼, 이날 면담에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갔다.
통일부는 "김 대주교는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이념적 상황과 무관하게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이번에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하게 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잘 된 일이라고 하면서,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직접적 식량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남북한 간에 인도적 지원분야 뿐만 아니라, 종교 등 민간차원의 인적·물적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그간 천주교계가 추진해 온 교류협력사업에 대해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통일부에서 식량지원과 관련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김 대주교가) 그동안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다. 주교님 의견을 듣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에 김 대주교는 "일부에서는 여러가지 구실을 달면서 염려하기도 하지만, 생존에 관한 식량을 갖고 이념이나 사상이나 여러가지 구실을 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살면서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생명인데, 생명을 담보로 무기로 삼는 건 인륜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연철(오른쪽) 통일부 장관이 대북 식량지원 관련 의견수렴 간담회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9.05.17. [email protected]
김 대주교는 특히 우리 쌀을 북한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차량 통행 때문에 안 된다면 우리 국민이 쌀 한 포대씩이라도 메고 판문점을 넘어 내려놓고 돌아오면 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1만 명이면 1만 포대 아닌가. 그렇게라도 지원해서 서로 상생하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각층과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오는 23일 서울 서초구 관문사를 방문해서 천태종 총무원장인 문덕 스님과 면담을 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지난 17일에도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이재명 사랑광주리 목사 등 기독교계 관계자들과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면담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에 대해 북측에 의향을 타진한 상태인가', '북한과 의사교환을 하고 있다고 봐도 되냐'는 물음 등에 "계속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