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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일주일째 '확산우려'…돼지열병 유입경로 여전히 '미궁'

등록 2019.09.23 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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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서 ASF 의심신고…확진여부 오늘 늦게 나올 듯

잔반급여 ×, 울타리 ○…발생국 외국인 근로자 없어

【김포=뉴시스】 전진환 기자 = 23일 오전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경기도 김포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신고돼 방역관계자들이 조사에 들어갔다. 사진은 의심신고가 접수된 돼지농장. 2019.09.23.  amin2@newsis.com

【김포=뉴시스】 전진환 기자 = 23일 오전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경기도 김포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신고돼 방역관계자들이 조사에 들어갔다. 사진은 의심신고가 접수된 돼지농장. 2019.09.2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치료를 위한 백신이 없어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을 시작으로 동아시아를 덮쳐 수백만 마리가 죽어 나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에 이어 국내 방역망까지 허물어지면서 방역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발생 일주일째를 맞았지만 감염 경로가 미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23일 오전 경기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또 한 차례 접수되면서 질병의 국내 확산 우려가 재차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17일 처음으로 확진 판정이 나온 지 일주일째지만 방역 당국은 아직까지도 정확한 유입 경로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40분께 경기 김포시 통진읍 소재 한 양돈 농장에서 ASF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어미돼지(모돈) 4마리가 분만 전 유산한 것을 농장주가 CC(폐쇄회로)TV를 통해 발견해 신고했다. 방역 당국에 신고가 접수된 후 또 다른 어미돼지 1마리가 배가 부른 채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로 발견된 돼지는 앞선 4마리와 달리 분만하는 과정에서 폐사했다.

농식품부는 신고가 접수된 즉시 현장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산하 초동검역팀을 급파해 초소를 설치하는 등 현장 통제에 들어갔다. 연이어 경기도 소속 방역관들이 출동해 시료 채취를 통한 정밀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시료는 현재 경북 김천시에 위치한 검역본부로 이송 중이다. 검사 결과는 이날 저녁 늦게 나올 것으로 농식품부는 예측하고 있다.

해당 농장은 어미돼지와 새끼돼지(자돈), 비육돈(출하돈) 등 한 농장에서 번식부터 임신, 분만, 육성 등 여러 종류의 돼지를 통합 관리하는 '일관 사육 방식'으로 1800여두를 기르고 있다. ASF 확진 시 반경 3㎞ 내에 있는 3275마리의 돼지가 추가 살처분 대상에 오르게 되며 해당 농장을 기준으로 10㎞의 방역대가 새롭게 설정된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ASF 방역상황 점검 및 태풍 피해복구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09.2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ASF 방역상황 점검 및 태풍 피해복구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09.23.  [email protected]

한강 이남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것이어서 확진될 경우 ASF가 수도권 쪽으로 남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ASF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지 이날로 일주일째를 맞지만, 방역 당국은 아직까지 정확한 유입 경로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역학 조사'가 농장·시설의 위치와 주변 여건, 사람·차량·가축의 출입, 방역 전문가의 견해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해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간 ASF의 전파 경로로 지적돼 온 것은 바이러스가 있는 잔반(남은 음식물)을 급여하거나 해외 발생국을 여행한 축산 관계자가 갖고 들어오는 축산 가공품, 야생 멧돼지를 통한 육로 등이다.

이번 김포 농장에선 돼지에 잔반을 급여하진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인 노동자가 2명 근무하고 있었지만, 태국은 공식적으로 ASF 발생국이 아니다. 현재까지 동아시아에서 ASF가 확정된 국가는 중국과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홍콩 등이다. 다만 이들이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왔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조사 중이다. 부부와 아들로 구성된 농장주 가족의 경우 지난 7월 이후 해외여행 경험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지만, 발생국을 여행했는지 여부는 역시 조사 중에 있다. 야생 멧돼지를 차단하는 울타리는 처져 있었지만, 창이 없는 '무창돈사'는 아니었다.

앞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와 연천 농가에서도 통상적으로 언급돼 온 감염 경로와는 뚜렷한 교집합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뉴시스】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오전 6시40분께 경기 김포시 소재 한 양돈 농장에서 1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축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오전 6시40분께 경기 김포시 소재 한 양돈 농장에서 1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축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확진된 농가와 의심 신고가 접수된 농장 모두 임진강과 한강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앞서 ASF가 확진된 북한으로부터의 유입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당국은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링링'(LINGLING)에 이어 '타파'(TAPAH)까지 태풍이 한반도에 연이어 상륙하면서 수로를 통한 전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환경부는 이 같은 가능성을 토대로 북한에서 유입되는 임진강과 한탄강, 한강 하구 등이 바이러스로 오염됐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검사는 다음 달 초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ASF 발생 지역에 포획 틀을 설치해 인근 멧돼지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도 조사하는 중이다.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20㎢를 관리 지역으로 설정해 멧돼지 폐사체나 이상 개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예찰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채 생석회 도포 등 소독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바람으로 생석회가 씻겨 내려갔을 가능성이 있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소독의 강도를 높이고 사람·차량의 출입을 통제하는 초소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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