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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쇼핑몰이 전통시장 망하게 한다는 말 '진실'일까?

등록 2019.10.17 15: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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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쇼핑몰이 전통시장 망하게 한다는 말 '진실'일까?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지난 주말, 가을맞이 쇼핑을 하기 위해 집 근처 대형복합몰에 들렀다. 마음에 드는 운동화와 셔츠, 가디건을 발견했지만 신고 입어본 뒤 현장 구매는 하지 않았다. 대신 품번을 찾아 인터넷에서 최저가를 검색한 뒤 구입했다. 쇼핑을 하다보니 허기가 져서 식당가를 한 바퀴 둘러봤지만 썩 구미에 당기는 음식은 없었다. 그날 저녁은 동네 전통시장 안에 있는 단골 횟집에서 모듬회를 먹었다. 불과 3시간 남짓 쇼핑을 하면서 복합몰, 이커머스, 전통시장을 두루 이용한 하루였다.

롯데몰 상암이 삽을 뜨지 못하는 데에는 망원시장 등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대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복합몰이 들어서면 고객을 뺏길까 우려한 상인들이 적극적인 반대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에 걸려있는 롯데몰 규탄 플래카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롯데몰 부지는 7년째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상암동을 비롯한 서울 서북권 소비자들은 마땅히 쇼핑할 곳이 없어서 일산, 목동, 신촌 등으로 원정 쇼핑을 간다.

시장 상인들은 생존권을 이야기하지만 소비자들은 애초에 상권이 다르다고 항변한다. 각 쇼핑채널이 취급하는 물품이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의류 쇼핑을 하러 대형쇼핑몰에 갔더라도 저녁 찬거리에 쓸 야채는 묶음으로 사야 하는 창고형 마트보다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는 동네 시장을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합몰에서 실컷 시착을 해 보고는 실제 소비는 온라인에서 한 기자의 경우처럼, 요새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채널이 더 경쟁력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은데, 대형몰마저 생기면 장사가 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인들의 우려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시장에서 쓸 돈이 없을만큼 경기가 안 좋은 걸까. 아니면 산업 구조와 소비 패턴이 변해, 있는 돈도 시장에서 쓰기 싫은 걸까.

 이렇게 소비자들의 요구가 뒷전인 상황에서 스타필드 창원의 사례는 지역 사회의 요구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곳도 상암 롯데몰과 마찬가지로 부지를 사들였지만 소상공인과 주변 전통시장의 반대로 몇 년째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케이스다.

그런데 창원시 공론화위원회가 주도한 시민참여단 대상 조사를 보면 스타필드 입점을 찬성한다는 여론이 70%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 소비자 선택권뿐 아니라 대형복합몰이 들어서면 1만명 가량의 직간접 고용유발효과가 생긴다는 점도 시민들이 쇼핑몰 입점을 지지하는 큰 이유였다.

쇼핑과 여가, 문화생활이 공존하는 복합몰의 증가는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다. 스타필드 창원 식 지역갈등 해결 방법이 출점을 앞두고 있는 다른 복합몰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소비자들이 뭉쳐 목소리를 똑똑히 들려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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