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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위태로운 트럼프·김정은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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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2/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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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인 6.12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후 웨스트버지니아주 윌링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 도중 이같이 말했다. 사랑에 빠진 상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대북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최근까지도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브로맨스(Bromance·남자들 간의 진한 우정)'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 올해 2월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데 이어 지난 10월 스웨덴 스톨홀롬에서 열린 실무협상이 결렬된 것이 기점이다. 북미는 트위터, 성명 등을 통해 말폭탄을 주고받은 데 이어 연말시한을 앞두고 행동 대 행동까지 돌입할 태세다. 

북한은 올해 13차례의 단거리 발사체 및 탄도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을 발사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단행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엔진 시험 활동"이라고 확인했다. 북한은 미국이 체제 안전 보장, 제재 해제와 관련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북미가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던 '화염과 분노' 시절 언급했던 '로켓맨'에 이어 '무력 불사' 발언까지 내놨다. 특히 '중대한 시험' 이후 미국은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공개회의를 소집해 북한 미사일 문제를 논의키로 하며 국제 사회에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갈 태세다.

여기서 상식적인 기대는 북미가 벼랑 끝 대치 끝에 극적 반전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중대 시험'과 안보리 회의 소집으로 "이제는 예측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내년 재선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며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다.

집권 초기부터 '한반도 운전자론'을 비롯해 '중자재' '촉진자'를 자청해 왔던 정부의 고심도 크다.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 '노딜' 이후 한국에 불신을 보내며 월드컵 축구 남북 예선전의 무관중·무중계 평양 경기에 이어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전면 철수까지 요구하는 등 남북 관계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밑에서 다각도로 접촉을 이어가며 위기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미간 대화를 진전시키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한미, 남북 관계는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 관계 속에서 대화의 틀이 근본적으로 깨지지 않게 상황을 관리하는게 과제"라고 말했다.

판이 깨지진 않았지만 문은 닫혀가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다음 주께 방한을 통해 꽉 막힌 북미 관계의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북핵 문제 논의,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 이어 오는 23일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중국과 한반도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할 예정이다.
 
북미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좌초된다. 한반도 상황을 관리한다는 것은 북한 눈치보기, 미국 눈치보기에 급급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르다. "룸이 없어도 주어진 룸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외교"라는 정부 당국자의 말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위원장의 브로맨스를 살릴 중재자가 절실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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