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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치매 노인 계좌서 기초연금 임의 사용, 경제적 학대"

등록 2019.12.1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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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시설장 교체 처분 정당"

법원 "치매 노인 계좌서 기초연금 임의 사용, 경제적 학대"

[광주=뉴시스] 구용희 기자 = 무연고 치매 노인의 계좌에서 기초연금을 임의로 출금해 사용한 것은 경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노인이 입소해 있는 요양원에 대한 시설장 교체처분은 정당하다는 판단이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하현국)는 사회복지법인 A요양원이 광주 모 구청장을 상대로 낸 시설장 교체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A요양원은 노인을 위한 양로 및 요양시설 설치 운영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이다. B씨는 2004년 이 시설에 입소한 노인이다.

광주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2018년 11월27일 A요양원에 대한 노인학대 의심 사례 신고를 받고, 같은 달 29일부터 해당 구청과 함께 요양원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연고가 없는 장기 입소 노인 B씨의 기초연금을 시설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었고, 지출한 내역과 영수증 등의 증빙자료가 불일치하다. 필요한 지출이 있을 때 체크카드나 통장에서 출금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출금하면서 지출 내역에 대한 확인이 어렵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치매 있는 노인에게 필요한 식품을 구입함에 있어 공식적인 절차 없이 시설장과 시설직원이 임의로 구입했음을 확인했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자체 사례 회의를 통해 '해당 시설이 입소 노인의 기초연금 통장을 관리하고 있음에도 지출 내역이나 영수증 첨부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시설 측이 임의로 사용했다고 보여진다'며 이를 경제적 학대로 판정하고, 구청과 해당 요양원에 조사 결과를 통지했다.

구청은 지난 2월19일 '시설 거주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이유로 시설장 교체처분을 했다.

A요양원은 '의사능력이 부족한 B씨를 대신해 기초연금을 관리해왔을 뿐 경제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없다. 노인의 재산을 가로채는 정도에 이르지 않은 만큼 경제적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기초연금은 노인의 생활 안정 지원과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지급되는 것인데 A요양원은 의사능력이 부족한 B씨로부터 동의나 위임을 받지 않은 채 계좌에서 B씨의 기초연금 240만5800원을 임의로 출금해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양원은 B씨를 위해 출금액을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빙자료가 전체 출금액 중 73만6600원에 불과해 믿기 어렵다. 그 사용내역 역시 벌꿀을 통 단위로 사는 등 B씨를 위해 실제 사용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제적 학대를 인정했다.

또 "경제적 학대의 판정지표나 노인복지 생활시설 학대 판정지표의 대표적 행위에 '노인의 재산을 가로챈다'는 등의 문구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문언 그대로 경제적 학대의 대표적 예시를 나열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며 요양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무연고자로서 의사능력이 부족한 B 씨를 위해 부득이 사용해야 할 경우가 있었더라도 기초연금의 제공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엄격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사용하고 그 내역과 증빙서류 등을 보관했어야 한다. A 요양원은 계좌를 사용하면서 이 같은 관리의무의 해태를 넘어서 방임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며 A 요양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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