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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규제미비 '불상사' 기업만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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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2-18 14:39:45  |  수정 2019-12-19 14: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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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잘못이 규정되지 못한 ‘뜻밖의 일’이 일어나면 책임은 누가 질까. 아마도 가장 힘없는 쪽이 아닐까 싶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다빈도 의약품의 불순물 검출 얘기다.

국내 제약기업 36곳은 최근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건강보험공단(공단)은 제약사 69곳에 "고혈압 치료 원료 발사르탄에서 발암추정물질 ‘N-니트로 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며 다른 약제로 교체하는 데 들어간 진찰료·조제료 등 구상금 20억원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36곳이 공단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청구한 것이다. ‘이례적’이다.

제약기업에게 정부는 그야말로 골리앗이다. 제약기업이 만든 약이 일단 건강보험급여권에 진입하면 환자가 복용하는 약값의 상당 부분을 건보 재정에서 지급하기 때문이다. 항암제의 경우 최대 95%를 부담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제약기업이 떼로 뭉쳐 정부에 맞섰다. 이들이 느끼는 사태의 심각성이 엿보인다.

사태 원인인 NDMA(발암추정물질)는 원래 전 세계적으로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 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정부와 제약사 모두 NDMA 검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식약처도 사건 발생 이후 NDMA 검출 시험법과 기준치를 새롭게 마련했다.

제약사가 발사르탄 제조·수입 과정에서 NDMA의 검출 위험을 인지할 수 없었고, 정부로부터 품질관리를 받을 때도 문제되지 않았는데,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자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냐는 반문이 생긴다.

이미 제약사들은 발사르탄의 판매 중지·회수로 수백 억원 대 손해를 입었다. 정부의 요구대로라면 제약기업은 반품·재고 손실과 약물 교체에 든 재진료, 해외 원료 제조사 상대 소송비용까지 모두 감당해야 할 처지다.

특히 불순물 검출은 발사르탄에서 멈추지 않고 올해 위장약 라니티딘·니자티딘으로 이어졌다. 서로 일정 부분 책임을 감당하지 않으면 책임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해외에서 들여온 원료의약품의 검수·관리를 못한 책임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에도 있다. 관리대책을 마련하는 것만 정부의 일이 아니다. 벌어진 일에 대해 같이 책임을 지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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